[UCL 돋보기] 암브로지니의 밀란, 바르사 득점행진을 저지하다
입력 : 2012.03.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FC 바르셀로나가 13경기 만에 득점에 실패했다. 최근 8차례 공식 경기에서 연속 득점하며 10경기 연속골 달성에 도전하던 리오넬 메시도 침묵했다. AC 밀란은 안방 산 시로에서 역사상 최고의 팀, 그리고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바르사와 메시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바르사는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주도적인 축구를 한다. 축구 역사에 볼 소유권 경쟁에서 바르사를 꺾을 수 있는 팀은 없어보인다. 바르사와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경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르사는 공격 상황에 관련된 모든 기록 경쟁에서 승리했다. 65%의 볼 점유율, 660회의 패스와 86%의 패스 성공률(밀란 345회, 70%), 18차례 슈팅 시도(밀란 6회) 등 밀란에 크게 앞섰다.

반면 밀란은 수비적인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25차례나 바르사(13회)의 볼을 결정적인 상황에 가로챘고, 공중전에서도 7차례 승리했으며 5차례 결정적인 육탄 수비로 바르사의 슈팅 시도를 가로 막았다. 밀란은 거칠었다. 14차례 파울을 범했고 3장의 옐로 카드를 받았다.

이날 바르사는 전체적으로 팀 컨디션이 떨어져 보였다. 우선 공격진의 꼭지점으로 자리한 칠레 골잡이 알렉시스 산체스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밀란의 포백 수비에 완전히 봉쇄됐다. 중원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도 마찬가지였다. 평소보다 활기가 떨어졌다. 차비 에르난데스와 메시가 고군분투했지만 거친 압박 수비와 육탄 수비에 가로막혀 득점 가능 상황이 무산됐다.

바르사는 후반전에 알렉시스와 이니에스타를 빼고 크리스티안 테요와 페드로 로드리게스를 투입했지만 두 선수 모두 밀란 수비를 흔들기 역부족이었다. 테요는 빠르고 기술이 좋았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패스와 슈팅의 타이밍을 적절히 판단하지 못했다. 페드로는 공을 이어 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치아구 시우바와 마르크 판보멀의 전열 이탈에도 밀란은 주장 마시모 암브로지니와 살아있는 전설 알레산드로 네스타의 노련미와 투혼을 바탕으로 무실점을 지켜냈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바르사의 공격 시도를 어떤 식으로는 끊어냈다.

특히 암브로지니의 역할이 컸다. 그는 5차례의 태클과 6차례의 가로채기, 3차례의 헤딩 커트와 5차례의 파울 시도로 바르사 공격의 숨통을 끊었다. 관련 부문에서 모두 밀란 최고 기록이다. 그는 정신적으로도 팀을 강하게 독려하며 빼어난 리더십을 보였다.

네스타와 다니엘레 보네라의 태클 성공률은 이날 100%였다. 안토니오 노체리노는 젠나로 가투소가 빠진 밀란의 중원에서 투사 역할을 잘 해냈고, 크리스티안 아비아티 골키퍼 역시 용감한 플레이로 문전에 투입되는 볼을 사수했다.

수 차례 위기는 있었지만 집중력이 흐트러진 적은 없었다. 수비 축구의 대명사인 이탈리아 축구계의 명문클럽다운 면모였다. 터프했지만 악의적이진 않았다. 감정다툼 없이 페어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밀란의 공격 전개는 아쉬웠다. 호비뉴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문전에서의 천금같은 일대일 상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프린스 보아텡, 클라런스 세도르프, 위르비 에마누엘손 모두 바르사의 중원을 상대로 전혀 창조성을 보이지 못했다. 좋은 수비를 펼쳐도 골을 넣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2차전은 바르사의 안방 캄노우에서 열린다. 홈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치른 1차전 보다 더욱 버텨내기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전반기 조별리그 대결에서 밀란은 바르사 원정 무승부를 이끌어 냈다. 경기 초반 벼락 같은 공격 시도로 먼저 골을 빼앗아 왔고, 종료 직전 포기하지 않고 벌인 추격전으로 기어코 무승부를 얻어온 것이다. 안방에서 원정골을 내주지 않은 밀란은 전반기와 같은 결과를 낼 경우 원정골 우선원칙에 의거 4강에 오르게 된다. 승리하지 못해도 살아남을 수는 있다.

안방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밀란은 바르사를 탈락시킬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봤다. 기술력과 중원 장악력에서는 바르사가 한 수 위지만 수비력과 공중전에서는 밀란이 앞선다. 양 팀 모두 역사적으로나 개인 기량이나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이다. 결국 균형은 집중력의 차이에서 갈릴 것이다. 집중력은 얼마나 팀이 정신적으로, 그리고 체력적으로 잘 준비되었는 가에 좌우된다. 과연 어떤 팀이 더 완벽한 준비로 2차전에 임할 수 있을까? 2차전은 4월 4일 3시 45분(한국시간)에 킥오프한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