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한국축구, ‘최강’ 스페인을 흡수하라
입력 : 2012.03.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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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대한민국 대표팀이 6월부터 시작될 2014 브리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을 앞두고 스페인 대표팀을 스파링 파트너로 확정했다. 양국 축구협회는 5월 30일 스위스 또는 오스트리아에서 친선평가전을 치르기로 합의했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팀으로 손꼽히는 스페인과의 대결에 축구팬들을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축구의 최근 상승세는 더 이상 부연하기 지겨울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성인 대표팀은 유로2008 우승,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이뤘다. 청소년 대표팀 역시 유럽대항전을 휩쓸고 있다. 성인 대표팀의 중심 세력인 스페인 클럽 FC 바르셀로나는 3년 사이 두 차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올시즌 유럽 클럽 대항전의 중심도 스페인이다.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격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유로파리그에서도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발렌시아가 우승후보로 꼽힌다.

스페인 축구는 공통된 강점을 가지고 있다. 탁월한 볼 컨트롤 기술과 빠른 패스 연결을 통한 중원 장악이다. 압박의 강도가 높아진 현대 축구에 공격 축구가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최전방에서 시도하는 강한 압박으로 공격 전개 시발점을 높여 후방 수비 부담을 줄이고 중원을 강화한 전략은 경기의 박진감을 더욱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세계 축구계 열강들과의 대결은 언제나 기대되는 일이다. 한국은 지난 1999년 브라질과의 내한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격파하며 4강 신화를 썼다. 한국 축구사에 가장 찬란한 순간이었다.

스페인과 친선전, 밀집 수비 격파법 배워라

하지만 이번 스페인전은 결과에 집중해야할 경기가 아니다. 경합 보다 배움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스페인은 한국 보다 한 수 위의 팀이다. 전 세계 어떤 팀을 상대해도 볼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는 팀이다. 한국의 기본자세는 선수비 후역습이 될 수밖에 없다.

아시아 지역에는 그 반대다. 최종예선에서 상대할 이란, 카타르, 우즈베키스탄, 레바논은 전통적으로 한국을 상대로 역습 자세를 취해왔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보다 아시아 지역에서 더 고전하는 이유는 상대 밀집 수비를 공략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역습으로 공격을 시도할 때보다 협소한 공간에서 더 세밀한 플레이가 요구된다.

스페인은 밀집 수비 공략의 달인이다. 한국은 스페인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들을 저지하는 것보다 그들이 어떻게 이 저지를 뚫어내는 가를 몸으로 부딪치며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개인 전술과 팀 전술 모두 흡수대상이다. 그야말로 ‘산 교육’이다.

스페인의 대세론과 더불어 한국 축구는 스페인과 인연이 잦아지고 있다. 2010년 평가전 대결에 이어 지난 2011년 여름에는 FIFA U-20 월드컵에서 격돌했다. 스페인 축구 인재 배출의 요람은 FC 바르셀로나에 백승호, 이승우, 장결희 등 3명의 한국인 유망주가 활동 중이며 조만간 3명의 선수가 추가로 입단한다. 알메리아에는 김우홍, 김영규도 높은 평가를 받으며 성장 중이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회장은 친선경기 확정을 위해 스페인에 방문하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회장 엔리케 세레소와 만났다. 대한축구협회는 아틀레티코와 유소년 육성 지원 협약을 맺었다. 곧 한국의 우수 유소년 선수들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건너가 스페인의 기술 축구를 이식 받을 예정이다.

장기적 교류가 필요하다

다방면에 걸쳐 한국 축구와 스페인 축구의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축구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역할 모델로 삼고 있는 이상적인 축구를 하고 있다. 스페인 축구의 성공은 신체적 우위나 금전적 풍요라는 물리적 조건의 우세로 이룬 것이 아니기에 더욱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스페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보다 작고, 레알 마드리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페인 클럽들은 막대한 자금투자보다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통해 좋은 팀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스페인의 경기방식에서, 한국 클럽들은 운영방식에서 스페인에 배울 점이 많다.

이미 바르셀로나축구학교가 한국에 진출해 스페인의 방식으로 유소년 축구교육을 시작했다. 최근 유소년 클럽 시스템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K리그 클럽들도 스페인의 교육 방식과 육성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친선전에는 적지 않은 스페인 축구 관계자가 방문할 것이다. 경기장 안팎에서 교류와 협력의 장이 될 수 있다. 스페인 역시 한국 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2010년 여름 바르셀로나가 내한했고 레알 마드리드 역시 지속적으로 내한 경기를 시도했으며 기타 스페인 클럽들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은 모두가 상대하길 바라는 팀이다. 어렵게 성사된 기회인만큼 하루 뒤면 휘발될 '스페인 격파' 뉴스보다 장기적으로 스페인와 교류의 장을 이어나갈 기회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가능한 많은 것을 뽑아먹어야 한다. 우연으로 이어진 인연을 흡수해야 한다. 스페인과의 만남에서 유념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그것이다.

사진=(위)2010년 친선전 당시 ⓒBPI/스포탈코리아 - (중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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