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3대리그 정복’ 무리뉴, 라리가 우승이 가장 어려웠던 이유
입력 : 2012.05.0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개인적으로 일곱 번째 리그 우승이다. 굉장히 감격적이다. 내가 이룬 모든 우승 중에서도 가장 어려웠다. 마지막 날까지 그 누구도 우리에게 승리를 선물해주지 않았다.”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이 네 번째 리그를 정복했다.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포르투, 2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첼시, 2회), 이탈리아 세리에A(인터밀란, 2회)에 이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차지했다. 축구계 최초의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그랜드 슬램’에 성공했다.

무리뉴 감독이 스페인 무대에서 지휘봉을 잡은 클럽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클럽 레알 마드리드다. 엄청난 역사와 막대한 자금력, 열렬한 지지자들을 갖춘 이상적인 클럽이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스페인 라리가 정복이 과거 이룬 모든 우승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고 털어놨다. 라리가 우승이 가장 어려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 ’라이벌’ 바르셀로나의 존재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다른 리그에 속해있었다면 더 쉽게 더 많은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시즌 코파 델레이 우승컵 하나로 만족해야 했던 무리뉴 감독이 토로한 아쉬움이다. 스페인 라리가의 타이틀 경쟁에서는 거대한 벽, 장애물이 존재한다. 바로 ‘역사상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고 있는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승점 92점을 얻고 38경기에서 102골을 몰아치고도 엘클라시코에서 당한 1무 1패의 열세로 인해 승점 4점 차이로 라리가 우승을 놓쳤다. 38경기에서 29승을 올렸고, 겨우 4번 밖에 패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승점 80점에 78골을 득점했고, 세리에A 우승팀 AC 밀란은 82점에 65골을 넣는데 그쳤다. 분데스리가 우승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역시 75점에 67골을 넣었다.



라리가와 마찬가지로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도 준결승에서 바르사에 덜미를 잡히며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올시즌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와 코파 델레이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탈락시킨 것도 모두 바르사였다. 레알 마드리드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바르사 뿐이었다.
바르사는 축구 역사 내내 레알 마드리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다. 하지만 최근의 바르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했다. 2009년에 전인미답의 6관왕을 달성했고, 무려 5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 두 번이나 정상을 차지했다. 결과뿐 아니라 경기력도 인상적이었다. 유소년 팀에서 배출한 선수들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조직력과 기술력을 통한 패스 플레이로 세계 축구를 점령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갈락티코 2기를 구성하고 무리뉴 감독을 불러들인 이유도 이런 바르사의 독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임무를 맡은 무리뉴는 2년 사이 코파 델레이와 라리가 우승으로 바르사에게서 두 개의 타이틀을 빼앗았다.
올시즌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결승 티켓을 내줬으나 승부차기 석패였다. 현재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펼쳐 우위를 장담할 수 있는 팀은 바르사 뿐이다. 바르사가 없었다면 무리뉴의 팀은 모든 트로피와 찬사를 독식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바르사의 존재가 레알 마드리드는 더욱 강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 공격 축구에 대한 열망
스페인 축구는 결과만큼이나 내용를 중시한다. 볼을 소유하고 지배하며 화려한 경기를 펼치는 것에 승리만큼이나 높은 가치를 둔다. 이는 팀의 위치와 순위와 상관없이 스페인 축구계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부분이다. 기술적인 공격 플레이에 가하는 파울에 엄격한 판정이 내려지는 이유이며 라리가 무대에선 하위권 팀이라도 밀집 수비와 전원 수비 전술을 보기 어려운 이유다.
무리뉴 감독 부임 당시 레알 마드리드에선 큰 논란이 있었다. 무리뉴 감독이 유럽 축구계에서 수 많은 성공을 거뒀지만 그가 성공을 이룬 중심에는 강한 압박을 기반으로 한 단단한 수비 축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르사 제압이 절박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일단 무리뉴 감독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마드리드 팬들은 소극적인 경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 역시 팬과 클럽의 철학을 따라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바르사와의 맞대결을 풀어가기가 더 어려웠다. 첫 번째 엘클라시코 더비에선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 무리하게 맞불 작전을 펼쳤다가 0-5 참패를 맛보기도 했다. 무리뉴의 지도자 경력에서 최다 골 차 패배였다.
마드리디스타(팬을 비롯한 레알 마드리드의 범 지지자를 향한 통칭)는 자존심을 버리는 경기를 원치 않았다. 결국 무리뉴 감독은 2년차 시즌에 공격 전술 재정비로 바르사와 정면 승부를 펼칠 수 있는 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첫 시즌에는 팬들의 기호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때보다 큰 시행착오의 시기를 겪어야 했다.
기본적인 공격 추구 성향으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는 수비 불안을 완전히 극복할 수 없었다. 상대 팀들 역시 강한 공격 의지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에 무리뉴가 지금껏 이끌어온 팀들보다 많은 골을 내줬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더 많은 골을 기록하며 결국 이를 극복했다. 지금 무리뉴의 마드리드는 스페인 라리가 한 시즌 최다골 신기록(현재 115골)을 매 경기 경신해나가고 있다.



▲ 연맹의 일정 지원 부재
무리뉴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탈락을 당한 직후 스페인리그연맹의 지원 미비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두 시즌 연속으로 라리가에서 가중 중요한 엘클라시코 더비 후반기 일정을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일정과 함께 소화했다. 지난 시즌에는 이러한 일정으로 인해 엘클라시코 4연전이 연출됐고, 올 시즌에도 바이에른전 사이에 엘클라시코 더비를 치러야 했다. 리그 승점 경쟁을 물론이고 챔피언스리그 대비를 위해서도 모두 불리한 일정이다.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일정은 시즌 초반에 결정된다. 리그 랭킹 향상을 위해서라도 스페인리그연맹은 유럽대항전에 참가하는 스페인 클럽을 배려한 일정 조정을 시행할 명분이 충분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다른 리그에선 이런 배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은 “잉글랜드 5위 팀과 독일 2위 팀이 결승전에 올랐다.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를 치르는 동안 두 팀은 2군을 내보냈다. 이탈리아에서는 일정을 조절해달라고 부탁하면 내겐 행복할 결과를 만들어 줬다. 이곳 스페인에서는 그런 존중이 없다. 난 영향력도 없고 내 의견은 어떤 효력도 없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 같은 일이 생겼다. 바이에른이 승리했고 우리보다 운이 더 좋았다”는 말로 연맹의 지원 부재가 리그 일정 운영에 더 큰 부담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가 이룬 기록, 그리고 이룰 기록
한 시즌 팀 최다 득점: 36경기 115골 (잔여 경기 2경기)
한 시즌 팀 최다 득실차: 115득점 30실점, +85 (잔여 경기 2경기, 종전 기록 2010, 2011바르사 +74)
원정 경기 최다 승: 15승 (잔여 경기 1경기)
최단 기간 100득점: 30경기
원정 경기 개인 최다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2골)
한 시즌 레알 마드리드 선수 최다 득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44골, 잔여 경기 2경기)
한 시즌 최다 승점: 기존 최고 기록 바르사(2009/2010, 99점), 현재 레알 마드리드 94점, 잔여 2경기 모두 승리시 1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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