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발롱도르] K리그 심판, 레드 카드를 과감히 들어라
입력 : 2012.05.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이야기가 있다. 갑자기, 지난 2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 상벌위원회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연맹은 지난달 29일과 30일에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2012 10라운드 경기에 대한 사후징계를 했다. 심판판정에 불만을 피력한 신태용 감독에게 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3년 만에 비디오 판독에 의한 사후 징계를 내렸다. 스테보(수원)와 윤신영(경남)에게 징계를 내렸다.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거친 파울에 대해 사후 징계를 하는 것은 찬성이다. 조건이 있다. 심판이 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다. 심판이 모든 장면을 다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날 상벌위원회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두 건 모두 심판이 제대로 봤고, 징계가 그 자리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에 언론에서 지적하고 나서자 등 떠밀려서 징계한 인상이 강하다. 해당 팀들이 피해, 가해에 상관없이 불만을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라운드에서 벌어지는 일은 바로 판정을 받아야 한다. 심판은 그래서 휘슬을 들고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이다. K리그가 거친 것을 지나쳐 가끔 폭력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심판 책임도 있다는 이야기다. K리그 심판들은 경고를 아끼고, 레드카드는 거의 꺼내지 않는다. 지금은 K리그를 떠난 한 감독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실려나가자 “시즌 전에 가이드 라인을 정하면 뭐하나. 심판들이 명백히 보고도 퇴장을 주지 않는다. 결국 경기가 더 거칠어 진다”라고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짐작만으로 K리그 심판들이 단호한 판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덤터기를 씌우는 게 아니다. 기록을 봐도 이점은 명백하다. 2011/2012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는 360경기를 치렀다. 경고가 1121건, 퇴장이 62건이다. 한 경기당 경고 3.11개, 레드카드 0.17장이다. 프랑스 리그1은 348경기에서 경고가 1339건, 퇴장이 68건이다. 경기당 경고가 3.84개, 퇴장이 0.19개다. 한 라운드(10경기)를 치르면 적어도 경고 누적을 제외하고도 두 명 정도의 직접 퇴장자가 나온다는 이야기다.

올 시즌 80경기를 치른 K리그는 어떨까? 경고는 총 342장이 나왔고, 레드카드는 2장이 나왔다. 경기당으로 환산하면 경고가 4.27장, 레드카드는 0.02장이다. 경고는 프리미어리그와 리그1을 넘어서지만, 퇴장은 8~9분의 1 수준이다. 경고 대 퇴장 비율(171 : 1)로 봐도 프리미어리그(18.01 : 1), 리그1(19.69 : 1)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산술적으로만 봐도 K리그의 직접 퇴장은 정말 드물다.

사실 K리그 판정의 날이 결정적인 순간에 무디다는 것은 예전부터 지적돼 왔다. 휘슬은 많이 부는데 카드는 아껴왔다. 주머니에 들어있는 색깔이 다른 두 장의 카드는 선수들을 보호하고, 경기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심판의 권위는 ‘불통(不通)’이 아니라 추상 같은 판정으로 내리는 것이다. 상대 선수에게 피해를 주거나 보복성 반칙 그리고 완벽한 득점상황에서 방해를 하면 바로 퇴장을 명해야 한다. 그래야 경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심판들도 이 부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운택 심판 위원장은 “올 해 가이드 라인에 퇴장성 반칙에 대한 부분을 강조를 했는데, 레드카드를 바로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적용 못한 게 몇 개 된다”라며 아쉬워했다. 그는 “그래도 예전 같으면 경고가 하나 있는 경우에는 경고 행위에 대해 카드를 주기를 꺼렸는데, 그런 쪽에서는 퇴장이 굉장히 늘어났다. 긍정적이다. 물론 앞서도 언급했듯이 한 번에 (퇴장을) 적용 못 시키는 게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심판들이 강등제와 스플릿 시스템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고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일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그래서 카드를 제때 꺼내지 못한다면 심판복을 입을 자격이 없는 것 아닐까? 강등제와 스플릿 시스템이 적용되는 올 시즌에 정말 필요한 것은 사후징계가 아니라 빠르고 정확한 판정이다. 처음에는 진통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구단과 선수들 그리고 K리그 전체에 좋은 일이다. 심판들 고생은 인정하다. 그래도 부디 제때 빨간 카드를 꺼내 주시라.

글= 류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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