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눈] 한국 축구, 태국전 대승은 초심을 이야기 한다
입력 : 2024.03.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황선홍(56)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6일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지난 31일 안방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의 3차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 한국에게 실망감을 태국에게는 희망을 안겨 줘 4차전은 한국에게 원정이라는 리스크까지 겹쳐 필승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다.

여기에 태국축구협회장 '마담 팡' 누알판 람삼의 "다시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파격적인 포상금 지급'의 동기부여로 부담감 또한 없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선수 기량 및 경험, 그리고 팀 전력, FIFA 랭킹 한국 22위와 태국 101위의 수준차이는 물론 정신력 까지 장착 한 수 높은 경기력으로 태국을 잠재우며 3승 1무 승점 10점으로 조 1위로 사실상 3차 지역 예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황선홍 감독은 태국과의 맞대결에 필승 키워드로 3차전과 똑같은 4-2-3-1 포메이션 카드를 뽑아들었지만 선발 라인업 만큼은 변화를 줬다. 그 주인공은 바로 조규성(26.미트윌란)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으로,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 이재성(32.마인츠)을 아우르는 공격라인 4인방 파괴력은, 태국에게는 대응, 대처 수단에 한계성을 초래할 만큼 탈 아시아급으로서 3차전과는 달리 4차전에서는 막강 그 자체였다.

그 중 돋보인 것은 3차전에서 문제점으로 대두됐던 결정력 미흡에 쐐기를 박았다는 사실이다. 이를 뒷받침한 플레이는 중앙과 측면을 활용하는 다양성 있는 공격과 더불어 이강인의 질높은 스루패스였다. 이에 태국 수비는 붕괴됐고 이로 인하여 한국은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하며, 전반 19분 조규성▶이재성으로 이어지는 선제골 사냥에 이어 후반 9분 손흥민의 추가골과 37분 박진섭(29.전북 현대)의 쐐기골로 전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감독 잔재 축구를 말끔히 씻어냈다.

지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부터 태국과의 3차전까지 한국의 최대 취약점은 중원이었다. 따라서 황선홍 감독의 4차전 중원 조합에 지대한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3차전 황인범(28.츠르베나 즈베즈다), 백승호(27.버밍엄 시티) 카드를 고수, 경기 초반 태국에게 잇달아 실점 위기를 맞는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며 분위기를 태국에 넘겨줬다.

결국 황선홍 감독의 이 같은 전략은 전반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 경기장 2/4 지역부터 압박을 구사하는 태국 전술에 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황선홍 감독은 후반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 박진섭을 투입하는 변화로 공수 안정성을 구축, 한국은 마침내 6경기 무승 및 7경기 연속 실점에 마침표를 찍으며 한국 축구의 실추된 자존심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분명 태국전의 대승은 황선홍 감독과 선수들의 남다른 필승 의지가 뒷받침 되어 얻은 결과물이다.

그 중 조규성, 이강인은 선발 출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혹독한 비난을 극복하는 맹활약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손흥민은 캡틴으로서 원팀 구성의 리더 역할 뿐만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 월드클래스로서 진면목을 보여주는 단 한 컷트 플레이에 방점을 찍으며 태국을 주져앉혔다. 또한 골키퍼 조현우(33.울산 현대) 역시 카타르 아시안컵부터 이어지는 '선방쇼'로 팀 사기를 진작시키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같은 선수의 활약과 더불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황선홍 감독 또한 태국전 대승에 기름을 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조규성, 이강인의 파격적인 선발 라인업은 물론 후반 박진섭 기용은 지도자로서 실로 과감한 선택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특히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박진섭 기용은 한편으로 위험성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박진섭 기용은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가 버티고 있는 수비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주며 의미있는 김민재▶박진섭의 마무리골까지 얻는 수확을 가져다 줘 이는 황선홍 감독의 '신의 한 수'로 간주 되기에 충분했다.

황선홍 감독의 대표팀 임시감독 선택은 도박에 가까웠다. 때문에 안방 경기인 3차전 경기의 무승부 굴욕 이후 '설왕설래'의 말이 들끓었다. 그렇지만 황선홍 감독의 선택에 대한 '설왕설래' 말은 태국전 대승으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 앉으며 차후 행보가 어떻게 귀결지어질지 주목된다. 한국의 2차 예선 C조 5~6차전 싱가포르와 중국 경기는 6월 6, 11일 개최된다. 태국전에 기분좋은 대승을 거두며 제자리로 돌아온 한국 축구가, 6월 개최되는 5~6차전의 지휘봉을 과연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국내 지도자냐? 외국인 지도자냐? 이제 공은 대한축구협회(KFA)에게 넘어갔다.

김병윤(전 한국축구지도자협의회 사무차장)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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