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상암, 선미경 기자] "은퇴는 없다."
가수 이문세는 13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코리아 그랜드볼룸에서 내년 발매 예정인 정규 17집 수록곡 선공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음악 이야기를 전했다. 정규 17집을 준비하는 가수가 되기까지 그동안의 음악 인생을 언급했고, 선공개곡 ‘사랑에도 이별이’와 ‘마이 블루스’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날 이문세는 2025년 발매 예정으로 준비 중인 정규 17집에 대해서 “17집이라는 타이틀이 걸려 있다. 17장의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 16장을 어떻게 내왔나 생각이 안 날 정도”라며, “까마득한 옛날 얘기지만, 1집 앨범을 만났을 때 나는 19장, 20장을 내는 가수가 될 거라고 한 번도 생각도 못했다. 주어진 환경에서 만들어온 게 차곡차곡 쌓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17번째 앨범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한 곡 한 곡 쌓아내야 떳떳하게 앨범을 내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문세는 “우선 음반을 17장 준비하고 있는 가수로서 소회를 굳이 밝히자면 마이크 잡고 노래한 지 40년이 넘었다. 중간에 힘든 과정이 있었고 넘어야 할 것도, 우여곡절이 있었다”라면서 “그동안 음악을 만들면서 대중을 의식하고 ‘이 음악이 과연 먹힐까, 안 먹힐까’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이문세가 던지고 싶은 음악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면 고맙지만 아니면 할 수 없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문세는 “16집 앨범까지 냈을 때 회자되는 음반이 몇 장 정도 밖에 안 된다. 히트곡이 몰려 있거나 몇 장은 그냥 이문세의 작품 발표라고 하는 점수를 낮게 받은 앨범도 없지 않아 있다. 그렇다면 별 반응이 없으니까 그만둘거야 할 수도 있지만, 내가 마이크를 놓지 않는 원동력은 공연에서도 힘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음악인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활동할 수 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이문세는 오늘(13일) 오후 6시에 전 음원사이트를 통해 17집의 수록곡 ‘이별에도 사랑이’와 ‘마이 블루스’를 발매한다. 이번 신곡은 오는 2025년 완성을 목표로 작업 중인 정규 17집의 수록곡이다.
이문세는 지난 해 12월 발표했던 정규 17집 수록곡 ‘웜 이즈 베터 댄 핫(Warm is better than hot)’에 이어 이번에도 싱어송라이터 헨(HEN)과 호흡을 맞췄다. ‘이별에도 사랑이’는 연인과의 이별을 넘어서,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템포 루바토(rubato)를 극대화하여 섬세하고 강렬한 이별의 감정을 표현한 발라드 곡으로, 작⋅편곡자이자 영화 음악감독 박인영이 스트링 편곡에 참여해 더욱 풍성한 사운드를 완성했다.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윤계상이 출연했다. 윤계상은 이번 뮤직비디오에서 텅 빈 공연장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닮은 공연을 보며, 자신의 감정을 알게 되는 남자주인공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 연기로 열연을 펼쳤다.
이문세는 헨과의 작업에 대해서 “헨은 정말 내가 최근에 만난 뮤지션 가운데 가장 천재성이 있는 음악인이라고 생각한다. 트렌디하면서도 고전적인 것을 놓치 않는 묘한,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멜로디와 노랫말로 나의 마음을 먼저 움직였다. 너무 멋있는 뮤지션”이라면서, “나는 처음에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OST에서 만났다. 나는 무심히 음악을 듣다가 ‘도대체 누가 쓴 멜로디일까’ 했다. 정말 대범하고 깜짝 놀랄 만한 뮤지션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나한테 준 곡들 중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했는데 만든 사람이 헨이었다”라면서 애정을 전했다.
또 다른 선공개곡 ‘마이 블루스’는 이문세가 직접 작사⋅작곡한 곡이다. 가수로 긴 시간을 살아오며 느낀 감정과 상황들을 솔직하게 담아낸 이 곡은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목가적인 일상과 무대의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이문세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문세는 자작곡인 ‘마이 블루스’에 대해서 “이 노래를 내가 늘 친구들이나 가족들이나 또는 후배들에게 사석에서 하는 얘기가 ‘잘놀다 잘가자’라고 한다. 여러 가지가 함축돼 있는 이야기다. 잘살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정말 잘살았다. 후회없이 잘살았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럴까. 잘 가는 것도 쉽지 않다. 시간도 아껴쓰고, 하루 하루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이 땅에 함께 살아가는 나보다 조금 나이가 어린 친구들에게 충고와 위로와 용기를 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노래를 그렇게 고통스럽고, 창조해내려고 애를 많이 쓴 곡이 아니다. 집에서 기타를 많이 치는데 블루스를 연습하면서 시작된 거다. 노랫말과 멜로디가 같이 나온 조금 독특한 곡”이라고 덧붙였다.
이문세는 이번 선공개곡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사랑’이라는 테마를 꺼냈다. 이에 대해 이문세는 “사랑은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물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과 사랑은 빼놓을 수 없다. 사랑의 주제는 무한대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랑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사랑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서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사랑을 주제로 한 테마를 적절하게 잘 표현하면서 음악 활동을 해온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유를 전했다.
40년 세월 동안 대중과 호흡하면서 수많은 명곡들을 탄생시킨 이문세는 여전히 특유의 곱고 맑은 감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이문세는 “음악하는 사람은 좀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다른 부업이나 사업을 하지 않는다. 정말 음악만 하는 단순한 사고, 생각들 그런 것들이 40년 이상 마이크를 잡게 했던 것 아닌가. 복잡하지 않는 나의 삶들”이라며, “이완과 집중을 비교적 잘 지키는 아티스트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이완할 때는 시골에서 농작물 농사도 짓고, 시골 친구들과 같이 운동하고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완전히 평범한 사람처럼 산다. 그게 자연스러운 나의 삶이고 행복하다. 그러다가 집중할 때는 누구 못지 않게 집중해서 기타를 잡고 노래 연습을 한다. 내가 집중할 수 있는 나의 일이 있다는 게 행복한 거다. 그렇게 단순화하면서 사는 게 지탱할 수 있는 이유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문세에 앞서 지난 달 정규 20집 ’20’을 발표한 선배 가수 조용필에 대한 존경심도 있었다. 이문세는 “그 분들이 앞장서서 가시니까 나도 뒷짐지고 여유 있게 쫓아갈 수 있는 거다. 그렇지만 조용필 형은 은퇴 공연을 안 하셨으면 좋겠다. 무대에 서 있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고 존경스럽다. 쓸쓸한 은퇴 공연은 안 하시고, 언젠가는 못하게 될 수 있겠지만 스스로 ‘이게 나의 마지막이야’는 안 남기셨으면 좋겠다. 뒤에서 쫓아가는 후배의 용기이자 일종의 위안일 수 있다”라고 말하며 선배에 대한 존경심과 감사함을 전했다.
이문세는 “대부분 관객들이 나를 만나고 돌아가면서 악수라고 한 번 하면 ‘앞으로 30년은 끄떡 없겠어요’, ‘10년은 더해주세요’라고, 나에게 가장 찬사를 보내는 표현들을 한다. 내가 음악 생활을 이렇게 오랫동안 한 것을 잊고 살았던 거다”라며 “그래서 나의 선배님들이 은퇴를 한다고 하면 내가 가슴 아픈 거다. 그래서 은퇴 공연을 하지 말아 달라고 개인적으로 간절히 바라는 거다. 은퇴는 쓸쓸히 퇴장한다는 거다. 아티스트들에게 퇴장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휠체어를 타고 나와서 인사말이라도 하고 들어가더라도,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 객석에 앉아 있어도 마이크를 잡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은퇴 공연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속마음을 밝혔다.
이문세는 2025년 앨범 완결을 목표로 정규 17집 수록곡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se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