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리그 MVP까지 받았는데...롯데, '韓 야구 대명사' 대신 선택한 '리틀 이정후' 왜 2년 만에 포기했나
입력 : 2024.11.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2년 전 1라운드에서 지명했던 특급 유망주 김민석(20)을 단 2년 만에 포기했다. 과감한 트레이드의 배경에는 불펜 고민과 외야 포화라는 상황이 반영됐다.

롯데는 22일 "투수 정철원, 내야수 전민재와 투수 최우인, 외야수 김민석, 추재현 간 2대3 트레이드를 실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예상치 못한 깜짝 트레이드다. 롯데 구단은 "불펜진의 강화 및 내야 뎁스 보강을 위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팬들의 시선이 쏠리는 선수는 단연 김민석이다. 휘문고 시절 김민석은 고교 통산 59경기 타율 0.391(220타수 86안타) 4홈런 35타점 30도루 OPS 1.122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야수 최대어로 꼽혔다. 특히 3학년 때는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544(68타수 37안타) 1홈런 10타점 20도루 OPS 1.508의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고교 선배인 이정후의 뒤를 이을 '리틀 이정후'로 꼽혔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고교 최고 타자에게 수여되는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 지명권을 가진 롯데가 연고지 출신인 경남고 포수 최대어 김범석을 지명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롯데의 최종 선택은 '툴가이' 유망주 김민석이었다. 김민석은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김범석은 전체 7순위로 LG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차명석 LG 단장은 '김범석이라는 고유명사는 한국 야구의 대명사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해 화제가 됐다.




롯데가 '한국 야구 대명사' 김범석 대신 선택한 '리틀 이정후' 김민석은 데뷔 첫 시즌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1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5(400타수 102안타) 3홈런 39타점 16도루 OPS 0.653으로 아주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난하게 프로 무대에 연착륙했다. 준수한 컨택 능력으로 KBO리그 역대 8번째이자 롯데 최초의 고졸 신인 100안타를 기록했고, 84.2%의 성공률로 두 자릿수 도루를 달성했다.

김민석은 데뷔 첫해 올스타전 무대도 밟았다. 팬 투표와 선수단 투표를 합산한 결과 최종 3위를 차지해 고졸 신인으로는 역대 4번째로 베스트12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올스타전에서는 제니(블랙핑크)의 춤을 추겠다는 공약을 실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단숨에 사직 아이돌로 등극한 김민석은 롯데에서 창창한 미래가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혹독한 2년 차 징크스는 김민석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개막을 앞두고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해 2024시즌 출발이 늦어졌다. 1군의 부름을 받았을 때는 타격감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결국 김민석의 2번째 시즌은 41경기 타율 0.211(76타수 16안타) 6타점 3도루 OPS 0.544의 초라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김민석은 정규시즌 종료 후 지난 10월 열린 2024 울산-KBO Fall League서 8경기 타율 0.333(27타수 9안타) 4타점 OPS 0.838을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케 했다. 롯데의 우승을 이끈 김민석은 대회 초대 MVP에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하지만 2025시즌을 준비하는 롯데의 계획에 김민석의 자리는 없었다. 외야는 202안타 신기록을 세운 빅터 레이예스, 국가대표 외야수 윤동희, 3할대 타율(0.320)에 51도루를 기록하며 주전으로 도약한 황성빈이 자리를 굳혔다. 백업 자원으로는 왼손 대타 요원 이정훈, 대주자 전문 장두성, 수비와 주루에 강점이 있는 김동혁 등이 확실한 장점을 내세워 자리를 차지했다. 부족한 장타력, 아쉬운 선구안과 수비 약점을 드러낸 김민석은 경쟁에서 밀렸고, 결국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됐다.




롯데는 풍부한 외야 자원에 비해 빈약한 불펜진이 고민이었다. 김원중과 구승민을 FA로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9위(5.36)로 불안했던 뒷문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롯데가 1라운드 전체 3순위 유망주인 김민석, 군필 외야수 추재현, 우완 파이어볼러 최우인을 두산으로 보내고 받은 선수는 '신인왕 출신' 정철원과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전민재다. 트레이드 메인 카드는 사실상 김민석과 정철원이라고 볼 수 있다.



안산공고 출신의 정철원은 2018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뒤 2022년 1군 무대에 데뷔한 그는 58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2023년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에도 발탁되며 승승장구한 정철원은 1군 데뷔 2년 차에 67경기 7승 6패 1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96의 성적을 거두며 두산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소화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이승엽 감독은 정철원을 마무리로 낙점했다. 하지만 정철원은 극심한 부진 끝에 마무리 자리를 신인 김택연에게 넘겼다. 몇 차례 2군행에도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한 그는 36경기 2승 1패 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40의 부진한 성적으로 3번째 시즌을 마무리했다.

롯데는 정철원이 2022년 신인왕을 차지할 당시 두산 사령탑이었던 김태형 감독을 만나 다시 예전의 기량을 회복한다면 빈약한 불펜이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철원과 함께 영입한 내야 유틸리티 자원 전민재는 선수단 정리로 뎁스가 얕아진 내야진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 구단은 "정철원이 불펜으로서 경쟁력을 가지고 1군 즉시 전력의 역할을, 전민재는 내야 수비 부문에서 좋은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진=OSEN, 뉴스1, 뉴시스,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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