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데뷔 첫 3연투를 살떨리는 한일전에서 펼쳤다. 결과는 최악이었다. 류중일 감독의 벤치는 과연 빠른 교체 결단이 힘들었던 것이었을까. ‘좌우놀이’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대며 역전패로 이어졌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5일 대만 타이페이에 위치한 타이페이돔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오프닝라운드 3차전 ‘숙적’ 일본과의 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오프닝라운드 1승2패에 몰렸다. 첫 경기 대만을 상대로 3-6으로 충격패를 당했지만 2차전 쿠바를 상대로 8-4로 승리,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일본전을 패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 남은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전을 모두 승리한 뒤 다른 팀들의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제 정말 슈퍼라운드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한국은 일본과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한국이 선취점을 뽑았다. 1회 2사 1,3루의 득점 기회를 놓쳤지만 2회초 1사 후 박동원의 좌익수 방면 2루타로 기회를 잡았다. 박성한이 3루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이주형의 빗맞은 타구가 투수 앞 내야안타로 연결돼 2사 1,3루 기회를 이어갔다. 결국 홍창기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다. 계속된 2회말 2사 2,3루에서 구레바야시 고타로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해 1-2로 역전을 당했다. 

한국은 4회초부터 다시 반격했다.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동원이 좌월 솔로포를 뽑아내며 2-2로 균형을 맞췄다. 후속타는 터지지 않았지만 빠른 시간에 균형을 맞췄다.

특히 이날 선발은  올 시즌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평균자책점 1위(1.38)인 다카하시 히로토를 4이닝 7피안타(1피홈런) 8탈삼진 2실점으로 끌어내렸다. 특히 올해 일본프로야구에서 피홈런 단 1개 밖에 없었던 철옹성을 박동원이 무너뜨리며 접전을 만들었다.

결국 5회초 재역전을 완성했다. 두 번째 투수는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26경기 9승10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한 좌완 스미다 치히로. 스미다는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에서 한국을 상대로 7이닝 77구 무실점 호투를 펼친 바 있다.

이번에는 달랐다. 스미다를 공략했다. 선두타자 신민재가 중전안타로 출루했고 김도영의 느린 유격수 땅볼 때 신민재가 2루를 향했다. 그리고 신민재는 3루 도루까지 성공시켰다. 문보경은 삼진을 당했지만 2사 3루의 기회. 결국 벤치는 나승엽 타석에 대타로 윤동희를 내세웠고 윤동희는 좌중간 역전 적시 2루타로 3-2로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선발 최승용이 1⅔이닝 4피안타 1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내려간 뒤 두 번째 투수 유영찬이 2회 2사 1,2루에서 등판해 5회 1사까지, 2⅔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혼신투를 펼치면서 일본 타선을 붙잡았다. 

그리고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타자 고조노 가이토부터 좌완 곽도규를 투입했다. 곽도규는 13일 대만전, 14일 쿠바전 모두 등판했고 이날이 3연투 째였다. 곽도규의 데뷔 첫 3연투가 한일전에 나오게 됐다. 고조노-다츠미 료스케로 이어지는 좌타라인을 봉쇄하기 위한 복안이었다. 

일단 고조노는 삼진으로 솎아냈다. 3연투 과정에서도 3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솎아냈다. 하지만 이후 다츠미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곽도규의 구위도 조금씩 떨어졌고 제구도 흔들렸다. 결국 4번 우타자 모리시타 쇼타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타이밍으로 보였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과 최일언 투수코치는 곽도규를 그대로 밀고 갔다. 2사 1,2루였지만 좌타자 구리하라 료야를 상대하게 했다. ‘좌우놀이’로 곽도규로 5회를 끝낼 복안이었다. 

흔들리던 곽도규는 결국 분위기를 제어하지 못했다. 9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던진 회심의 공이 몸에 맞는 공으로 연결됐다. 볼넷 2개와 사구 1개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우타자 마키 쇼고를 앞에 두고 이영하로 교체했다.

마키는 핵심 전력들이 이탈한 현재 일본 대표팀에 몇 안 남은 중요 전력이었다. 마키는 올해 센트럴리그 타격 3위(.294), 타점 3위(74타점), 홈런 4위(23개)를 기록한 해결사. 결국 2사 만루에서 올라온 이영하는 마키에게 2타점 중전 적타를 얻어 맞았다. 3-4로 경기가 다시 뒤집어졌다. 

이후 한국은 별다른 반격을 하지 못했다. 5회 스미다를 공략했지만 6~7회는 침묵했다. 그리고 7회말 정해영이 모리시타 쇼타에게 투런포를 헌납하는 등 승기를 내줬다. 다시 한 번 프로 레벨끼리 한일전 맞대결에서 완패를 당했다.

결국 이날의 승부처는 5회 곽도규의 교체 시점이었다. 지난해 데뷔해 올해 2년차를 맞이한 곽도규는 3연투는 커녕 2연투에도 약해지는 투수였다. 통산 2시즌 연투 아닌 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3.54에 피OPS는 .590에 불과했지만 2연투 경기에서 21경기 평균자책점 7.71, 피OPS .885에 달했다. 2연투도 약했는데 3연투가 좋을 리는 없었다. 또 한국시리즈 이상으로 살떨리는 한일전 무대에서 첫 3연투였다.

결국 순간의 망설임과 오판으로 한일전 승리 기회를 놓쳤고 프리미어12 오프닝라운드 탈락 위기에 놓였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