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상무 입대 예정자가 FA 보상선수로 연이어 지명됐다. 즉시 전력으로 쓸 수 없지만 1년 반 뒤 미래를 보고 뽑는 게 B등급 보상선수의 트렌드가 된 듯하다.
프로야구 두산은 지난 16일 KT로 FA 이적한 내야수 허경민의 보상선수로 우완 투수 김영현(22)을 지명했다. 앞서 지난 13일 KT가 한화로 FA 이적한 내야수 심우준의 보상선수로 우완 투수 한승주(23)를 뽑은 데 이어 상무 입대 예정 선수들이 연이어 선택받았다.
허경민과 심우준 모두 B등급 FA라는 공통점이 있다. B등급 FA를 영입한 팀은 보호선수를 25명까지 묶을 수 있다. A등급 20명보다 5명을 더 보호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있다. 1군급인 21번째 선수와 1군 엔트리 경계선에 있는 26번째 선수의 차이가 크다.
앞서 B등급 보상선수로 2022년 문경찬(손아섭 보상·NC→롯데), 2023년 안중열(노진혁 보상·롯데→NC), 전루걸(양의지·보상 두산→NC), 김태훈(김상수 보상·KT→삼성), 2024년 문용익(김재윤 보상·삼성→KT)이 이적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애매한 즉시 전력 선수를 뽑느니 당장 못 쓰더라도 가능성 있는 유망주 쪽에 무게가 기운다. 과거보다 군복무 기간도 줄어 이제는 1년 반만 기다리면 돌아온다. 더군다나 경찰야구단이 2019년을 끝으로 해체된 뒤 상무야구단 입대도 경쟁이 치열해졌다. 상무에 최종 합격할 정도면 가능성을 인정받은 유망주다.
부산고 출신 한승주는 2020년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입단 첫 해 시즌 중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2021을 통째로 재활했지만 올해까지 1군 4시즌 통산 73경기(9선발·110이닝) 1승6패2홀드 평균자책점 5.97 탈삼진 83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47경기(6선발·70⅔이닝)1승4패2홀드 평균자책점 3.95 탈삼진 55개로 유의미한 성적을 냈다.
올해는 1군 18경기(22이닝) 2패 평균자책점 11.45로 부진했지만 퓨처스리그 17경기(39⅓이닝) 4승1패1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1.37로 가능성을 보였다. 나도현 KT 단장은 한승주 지명에 대해 “투수진 뎁스 강화를 위한 영입이다. 최고 시속 148km 구위 좋은 직구를 바탕으로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존 안에 투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유망주”라고 기대했다.
한승주를 확보한 KT는 김영현을 두산으로 떠나보냈다. 광주동성고 출신 우완 김영현은 2021년 2차 5라운드 전체 45순위로 KT에 뽑혔다. 2023년 1군 데뷔 후 2시즌 통산 39경기(40⅓이닝) 승패 없이 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5.36 탈삼진 43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1군 31경기(33이닝) 승패 없이 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5.45 탈삼진 35개로 가능성을 보여주며 가을 경험도 쌓았다.
올해 1군 8경기(7⅓이닝) 평균자책점 4.19 탈삼진 8개에 그쳤지만 퓨처스리그 30경기(34이닝) 6승1패2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33개로 괜찮았다. 두산 관계자는 김영현에 대해 “하체 중심의 좋은 밸런스를 갖춘 투수다. 최고 시속 149km 직구에 변화구로도 카운트를 잡을 수 있다. 상무 입대가 예정돼 있지만 미래를 보고 선택지 중 가장 좋은 자원을 지명했다. 상무에서 경험을 쌓은 뒤 더욱 성장해 두산에 합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군입대 예정자가 보상선수로 이적한 케이스는 2012년 윤지웅(이택근 보상·넥센→LG), 2014년 한승택(이용규 보상·한화→KIA), 2015년 김민수(권혁 보상·한화→삼성), 2015년 임기영(송은범 보상·한화→KIA), 2017년 이흥련(이원석 보상·삼성→두산), 2023년 이강준(한현희 보상·롯데→키움) 등이 있다.
대체로 성공한 픽으로 평가받는데 그 중 임기영이 대박을 쳤다. 상무에서 전역한 뒤 2017년부터 올해까지 8년간 244경기(125선발·809⅔이닝) 49승56패4세이브20홀드 평균자책점 4.76 탈삼진 458개로 활약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로 KIA 우승에도 두 번 기여했다. FA 이적한 송은범보다 훨씬 높은 기여도로 보상선수 신화를 썼다. 이번에 이적한 한승주와 김영현도 제2의 임기영으로 대박을 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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