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국의 6점 차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타선의 뒷심이 빛을 발한 가운데 박영현(22·KT)의 기막힌 견제사와 돌직구가 대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대표팀은 16일(이하 한국시간) 대만 타이페이 티엔무구장에서 치러진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B조 오프닝 라운드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9-6 역전승을 거뒀다. 

6회초까지 0-6으로 뒤져 패색이 짙은 경기였지만 한국은 6회말 4득점, 8회말 5득점으로 두 번의 빅이닝을 만들며 역전승했다. 특히 6-7로 뒤진 8회말 2사 2,3루에서 박성한이 우중간 빠지는 역전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마운드에선 박영현의 존재감이 빛났다. 4-6으로 뒤진 8회초 좌완 최지민이 선두타자 아리스멘디 알칸타라를 헛스윙 삼진 처리했지만 페드로 곤잘레스 타석에 1~2구 연속 볼을 던지며 제구가 흔들렸다. 그러자 류중일 감독이 타석 중 투수를 교체하며 박영현을 마운드에 올렸다. 

2B 불리한 카운트에서 올라온 박영현은 곤잘레스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다음 타자 프랭크 로드리게스 타석 때 3번의 견제구를 던진 끝에 아웃을 잡아내며 한숨 돌렸다. 두 번의 견제구를 피한 1루 주자 곤잘레스가 과감하게 한 발 더 나아갔지만 박영현의 날카로운 견제에 딱 걸렸다. KBO리그에서 데뷔 후 3년간 186경기에서 하나도 없었던 견제사를 국제대회에서 잡아낸 순간이었다. 

이어 로드리게스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바깥쪽 낮게 꽉 차는 시속 149km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박영현이 견제사에 이어 시원한 삼진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린 한국은 8회말 5득점 빅이닝으로 단숨에 승부를 뒤집었다. 

9회초에도 올라온 박영현은 선두타자 마이클 데 레온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으나 리카르도 세스페데스를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알렌 핸슨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6-4-3 병살타로 경기 종료. 한국의 9-6 역전승과 함께 박영현이 구원승을 따냈다. 

1⅔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 총 투구수는 17개로 그 중 14개가 직구일 만큼 정면 승부를 펼쳤다. 최고 시속 151km 직구에 도미나카공화국 타자들이 안타 2개를 쳤지만 정타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대표팀에는 박영현을 비롯해 정해영(KIA), 유영찬(LG), 김택연(두산), 조병현(SSG) 등 KBO리그 10개 구단의 마무리투수만 5명이나 왔다. 그 중에서도 최고 마무리로 꼽히는 박영현은 지난 14일 쿠바전 9회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퍼펙트로 막고 8-4 승리를 지켰다. 이날은 역전 발판이 된 멀티 이닝으로 구원승을 따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13일 대만전 3-6 패배, 14일 쿠바전 8-4 승리, 15일 일본전 3-6 패배에 이어 이날 승리로 2승2패가 됐다. 이날 일본에 1-2로 패배한 대만이 남은 2경기 호주, 쿠바전을 모두 패하거나 쿠바가 일본, 대만전 2경기 모두 이기면 4강 진출이 가능하다. 쉽지 않지만 이날 역전승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한국은 17일 하루 휴식을 갖고 18일 호주전을 끝으로 오프닝 라운드 일정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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