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타이베이(대만), 이후광 기자]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자의 강속구가 국제무대에서도 통하고 있다. 예비 엔트리 소집 당시만 해도 그의 목표는 생존이었지만, 이제 그는 류중일 감독이 믿고 쓸 수 있는 '국대 필승조'가 됐다.
김서현은 지난 16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WBSC 프리미어12 도미니카공화국과의 B조 조별예선 4차전에 구원 등판해 1⅓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호투로 대표팀의 9-6 대역전승을 뒷받침했다.
김서현은 0-6으로 끌려가던 6회초 2사 1루에서 조병현에 이어 대표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류중일 감독은 구위가 좋은 조병현마저 도미니카공화국의 화력을 이겨내지 못하자 실점을 억제할 카드로 김서현을 택했다.
김서현은 첫 타자 구티에레즈를 상대하던 도중 1루주자 핸슨이 2루 도루에 실패하는 행운이 따랐다. 이닝 종료. 이어 4-6으로 뒤진 7회초 다시 구티에레즈를 만나 투수 땅볼을 유도했고, 코데로 상대 중전안타를 맞은 상황에서 누네즈를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막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투구수 19개를 기록한 김서현은 여전히 4-6으로 뒤진 8회초 최지민에게 바통을 넘기고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류중일호의 9-6 대역전승을 뒷받침한 값진 구원이었다.
김서현은 경기 후 “처음 올라갔을 때 주자가 있어서 땅볼, 뜬공 유도를 생각했는데 박동원 선배님이 도루한 주자를 잡아주셔서 운 좋게 넘어갈 수 있었다”라며 “두 번째 이닝에는 투수 땅볼을 잡고 나서 내 페이스를 찾았다. 내가 잘 막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좋다”라고 역전승 소감을 전했다.
대표팀 타선은 0-6으로 뒤진 6회말 4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대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야구에서는 추격 시 대량 득점 이후 다음 이닝에서 실점하지 않는 게 중요한데 김서현이 그 임무를 톡톡히 수행했다.
김서현은 “나도 그 생각을 했다”라며 “첫 이닝에서는 어떻게든 그 이닝을 막아서 타자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생각이었고, 다음 이닝에서는 여기서 내가 점수를 주지 않아야 더 따라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라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김서현은 2년차를 맞아 첫 성인 국가대표팀 승선의 기쁨을 안았다. 한화 소속으로 유일하게 예비 엔트리에 합류,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최고 155km 강속구와 제구 되는 변화구로 사령탑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고, 이는 28인 최종 엔트리 합류로 이어졌다.
류중일 감독은 이달 초 고척돔에서 "김서현은 변화구 제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쿠바 두 번째 타자를 만나 3B-0S에서 변화구로 스트라이크 3개를 다 잡아냈다. 보통 공이 빠르면 변화구 제구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인상 깊게 봤다. 직구가 빠지니 변화구로 갔다”라며 “앞으로 대성할 선수다. 빠른 볼에 변화구를 잘착하면 최고의 투수다”라고 극찬을 남긴 바 있다.
김서현을 뽑은 사령탑의 안목은 적중했다. 김서현의 강속구가 프리미어12에서도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서현은 대만전 1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시작으로 일본전 ⅔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도미니카공화국전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연이어 호투했다. 낯선 강타자들을 만나 3경기 3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김서현은 “어제(15일) 경기는 일본을 오랜만에 상대해서 그런지 힘이 많이 들어갔는데 오늘(16일)은 힘보다 밸런스로 경기를 풀어갔다. 그 동안 보면 세게 던질 때 제구가 많이 좋지 않아서 오늘은 밸런스를 이용해 던졌다”라고 평가했다.
김서현은 일본전에서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일본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김서현을 ‘탐나는 선수’라고 표현한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이를 접한 김서현은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일본프로야구에) 갔다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라고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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