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한국이 다시 한번 팔레스타인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2024년 마지막 A매치 결과는 무승부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9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요르단 암만의 암만 국제 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6차전에서 팔레스타인과 1-1로 비겼다.
이로써 한국은 6경기에서 4승 2무를 거두며 무패 기록을 이어갔다. 승점 14로 조 1위 자리도 지켰다. 다만 2024년 마지막 A매치를 무승부로 마무리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은 이번 경기 전까지 2무 3패로 조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던 팀이다. FIFA 랭킹도 100위에 불과하다. 한국과는 객관적 전력에서 차이가 크다. 특히 한국은 지난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도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겼기에 더욱 승리가 필요했지만, 이번에도 무승부를 거두며 설욕에 실패했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오세훈, 손흥민-이재성-이강인, 박용우-황인범, 이명재-김민재-조유민-설영우, 조현우가 선발로 나섰다. 지난 쿠웨이트전과 똑같은 베스트 11이었다. 벤치에는 김경민, 김문환, 백승호, 주민규, 오현규, 이창근, 이태석, 정승현, 이기혁, 홍현석, 배준호, 권경원이 앉았다.
팔레스타인은 4-4-2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자이드 쿤바르-오데이 다바그, 타메르 세얌-아미드 마하즈나-호나탄 칸티야나-오데이 카루브, 카밀로 살다냐-야세르 하메드-미켈 테르마니니-무사브 알바타트, 라미 하마데가 선발 명단을 꾸렸다.
예상과 달리 한국이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후방에서 나온 치명적인 패스 실수가 빌미가 됐다. 전반 12분 김민재의 백패스가 애매하게 흘렀고, 조현우가 뛰쳐나와봤으나 처리하지 못했다. 달려든 쿤바르의 슈팅이 조현우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면서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이 빠르게 경기 균형을 맞췄다. 전반 16분 왼쪽에서 이재성이 원터치 패스로 침투하는 손흥민 앞으로 공을 건넸다. 박스 안으로 파고든 손흥민은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트렸다. 이명재-이재성-손흥민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삼각 패스였다.
한국은 70%가 넘는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팔레스타인도 거친 플레이와 압박으로 맞섰다. 좀처럼 추가골이 나오지 않았다. 전반 24분 이명재의 예리한 얼리 크로스에 이은 오세훈의 헤더는 골대 위로 넘어갔다. 전반 30분 허를 찌르는 손흥민의 프리킥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팽팽한 균형이 계속 이어졌다. 전반 44분 손흥민이 왼발로 감아찬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추가시간엔 박용우의 헤더가 골망을 흔들었으나 이미 반칙이 선언된 상황이었다. 전반 종료 직전엔 코너킥 수비에서 조현우의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긴 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국이 골대 불운에 땅을 쳤다. 후반 7분 이강인이 수비 뒷공간으로 크로스를 감아올렸고, 오세훈이 공을 머리로 떨궈놨다. 황인범이 달려들며 발리슛으로 연결했으나 공은 골대를 강타하고 말았다. 수비에 맞고 굴절됐다는 어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준비해온 세트피스도 아쉽게 한끗이 모자랐다. 후반 12분 코너킥 공격에서 손흥민이 이재성과 짧은 패스를 주고받은 뒤 박스 안으로 연결했다. 이를 이강인이 돌아나오며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수비에 맞고 굴절되며 골대 옆으로 살짝 빠져나갔다.
한국이 또 한 번 실수로 실점할 뻔했다. 후반 20분 김민재의 후방 패스가 끊기면서 역습 기회를 내줬지만, 마지막 순간 태클로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5분 뒤엔 다바그가 힘으로 밀고 들어오면서 결정적 슈팅을 날렸으나 다행히 살짝 뜨고 말았다.
한국은 주민규를 시작으로 오현규, 배준호 등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후반 35분엔 손흥민이 다시 한번 골망을 갈랐으나 오프사이드로 취소됐다. 마지막까지 기다리던 역전골은 나오지 않았다. 한국과 팔레스타인은 경기를 1-1로 마무리하면서 이번에도 승부를 내지 못했다.
한편 손흥민은 이번 득점으로 뜻깊은 기록을 두 개 세웠다. 그는 A매치 51번째 골을 기록하며 황선홍 현 대전 감독을 넘어서고 한국 A매치 최다 득점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역대 1위'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58골)과는 7골 차다. 동시에 2024년에만 A매치 10골을 넣으며 커리어 최초 한 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손흥민이다.
그럼에도 활짝 웃지 못한 손흥민. 그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었던 것 같다. 우리 실수로 어렵게 가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실점하고 나서도 반등하고자 바로 동점골을 넣으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찬스를 골로 다 연결했다면 승리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라고 밝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부터 홍명보 감독 선임까지 다사다난했던 1년을 마친 손흥민. 그는 "바쁘기도 했고, 경기도 많았다. 아시안컵부터 시작해서 정말 많은 이들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항상 2~3%, 많게는 10% 정도 부족했던 것 같다. 아쉽다. 내년에는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팬분들이 행복한 한 해, 선수들에게도 특별한 한 해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내년을 기약했다.
부주장 이재성 역시 "승리하고자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기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올 한 해 선수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잘했고, 발전한 모습이 좋았다. 아직 더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앞으로도 잘 뭉쳐서 내년에도 많은 국민 분들께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finekosh@osen.co.kr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