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윌슨] 빌바오의 약점은 박지성이 찾아야 한다
입력 : 2012.03.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런던(영국)] 아쉽게도 축구에선 대부분의 경기가 기대로 시작해 실망으로 끝난다. 경기에 앞서 팬들은 머릿속에 경기 결과의 최대치를 그려본다. 선수 전원이 각자의 최선을 다해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주리라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 속 대개의 경기는 그런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채 끝나고 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아틀레틱 빌바오가 맞붙었던 UEFA유로파리그 16강 1차전(8일)은 그런 속설과는 정반대였다. 경기 내용 자체가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마르셀로 비엘사 아틀레틱 감독의 축구 철학이 잘 설명된 특별강연회를 다녀온 듯한 기분이었다. 웨인 루니의 막판 페널티킥 득점만 아니었더라도 아틀레틱은 더 편안하게 2차전 홈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잉글랜드 축구계에서 유로파리그 경기가 이토록 관심을 끄는 상황은 매우 드물다.

비엘사 감독은 높은 오프사이드 라인 유지 철학을 신봉한다. 상대를 압박하고 볼을 좀 더 쉽게 빼앗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볼 점유율에 집착해 무의미한 횡패스를 남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비엘사 축구는 볼을 전방으로 최대한 빨리 이동시키는 ‘종의 축구’다. 상대 수비가 준비되기 전에 찌른다는 개념이다. 그 방법이 잘 먹혀 들지 않으면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를 혼란에 빠트린다. 비엘사 감독은 훈련에서 영역을 사각형으로 나눠놓곤 한다. 동료가 자기 영역 안으로 들어오면 기존 선수는 반드시 다른 영역으로 옮겨가야 한다. 끝없이 ‘셔틀’해야 하는 것이다.

아틀레틱은 4-2-3-1 전술을 애용한다. 하지만 올드 트라포드 원정에서는 중앙 미드필더 데 마르코스를 전방으로 올려 4-1-2-3 포메이션을 형성했다. 자연스레 젊고 ‘익사이팅’한 측면 공격수 이케르 무니아인과 마르켈 수사에타로부터 많은 공격 기회가 창출될 수 있었다. 맨유의 박지성이 2차전에서 어떤 역할을 해줘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드 트라포드 1차전에서 박지성은 왼쪽 측면에 기용되었다. 반대편 측면에는 애슐리 영이 선발 출전했다. 두 선수 모두 왼쪽 측면을 선호한다. 그럴 경우 감독으로선 볼 접촉이 더 많은 선수에게 우선권을 주게 된다. 두 명만 놓고 본다면 당연히 애슐리 영이 왼쪽 측면을 차지해야 했다. 그러나 박지성은 주로 수비적인 임무를 담당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으로 하여금 상대 라이트백 안도니 이라올라의 공격 가담을 저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1차전에서 맨유의 왼쪽 측면 자리가 박지성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아쉽게도 아틀레틱은 왼쪽 풀백으로 뛰는 존 아우테네체마저 매우 공격적인 선수였기 때문에 양 측면을 모두 활용할 수 있었다.

2차전에서 박지성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어느 쪽에 서든 아틀레틱이 압박을 위해 위로 올라가면서 생겨나는 수비 뒷공간을 노려야 한다. 데 마르코스와 안데르 에레라가 맨유의 중앙수비수들을 괴롭히며 따라다닐 때 안데르 이투라스페는 그 뒤에 있는 중앙 미드필드 지역에 홀로 남게 된다. 박지성과 애슐리 영이 그 공간을 철저히 노린다면 맨유는 아틀레틱의 약점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아틀레틱이 3-2 리드 상황을 그저 지키려고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1차전 못지 않게 2차전에서도 화끈한 공격 축구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글=조나단 윌슨 (‘블리자드’ 매거진 편집장, http://www.theblizzard.co.uk)
번역=홍재민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