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L 돋보기] 퍼거슨, 스페인 축구에 완패…리빌딩이 절실한 맨유
입력 : 2012.03.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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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유로파리그 16강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주인공으로 하는 역전극은 없었다. 맨유는 빌바오 원정에서 대량실점을 하지 않은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참패를 면한 것이 다행이었지만 1,2차전 모두 내용상으로 완패를 당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팀이자 디펜딩 챔피언, 현재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는 맨유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났다.

맨유에서만 25년의 시간을 보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이제 현대 축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해야 할 것 같다. 2008/200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2010/20111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모두 스페인 클럽 FC 바르셀로나에 현격한 실력 차이를 절감하며 완패를 당했던 맨유는 올시즌 또 다른 스페인 클럽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에게도 뒤쳐진 축구를 했다.

아틀레틱 클럽은 현재 스페인 라리가 7위에 올라 있는 팀이다. 물론 클럽의 위상은 그 이상이다. 올시즌 스페인 코파 델레이 결승에 진출한 팀이며, 안방 산 마메스에서는 바르셀로나와 무승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시즌 막판까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입성의 희망도 산술적으로는 가능한 승점을 얻고 있다.

스페인 축구에 무너진 맨유...중원 붕괴로 고전

하지만 유럽 대항전 무대에서 아틀레틱 클럽은 언더독 취급을 받았다.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빅클럽들이 연이어 탈락하며 유로파리그 무대의 우승후보로 거론됐지만 이는 섣부른 판단이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힘을 쓰지 못한 팀들은 유로파리그에서도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맨유 역시 마찬가지였다.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는 저력을 보이며 승점을 쌓아왔지만 세계 축구계의 최신 트렌드가 곧바로 반영되는 유럽 대항전 무대에서는 역부족이었다.

맨유는 아틀레틱 클럽에 완전히 중원을 내줬다. 패스 게임에서 전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볼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맨유 진영에서 돌아다녔다. 2골 차 승리가 필요한 맨유는 수비를 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맨유가 겨우 3차례 슈팅을 시도하는 동안 아틀레틱 클럽은 무려 14차례나 슈팅을 뿌리며 맨유 골문을 공략했다. 현란한 패스 연결이 맨유 압박을 가볍게 흔들었다. 마무리 결정력만 좋았더라면 몇 골이 터졌을지 모를만큼 경기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강한 중원 압박,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프리미어리그식 축구는 탁월한 볼 컨트롤 기술과 빠른 패스 연결과 풍부한 활동량을 통한 전진 압박을 바탕으로 한 라리가식 축구에 공략당하고 있다. 올시즌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주도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도 중원을 거점으로 한 기술 축구와 패스 축구를 앞세워 선전하고 있다.

맨유는 올시즌 안토니오 발렌시아, 애슐리 영, 나니 등 젊고 힘 있는 측면 자원에 공격 리빌딩의 무게 중심을 뒀다. 치차리토 에르난데스가 웨인 루니와 함께 공격 창조자 역할을 해냈다. 이 선수들의 개인 기량은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부실한 허리로는 유럽 무대를 버텨낼 수 없었다.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같은 노장들에 의존해야 하는 중원은 방치됐다. 박지성도 중앙 미드필더로 시험 기용됐으나 칼링컵 무대에서조차 통하지 않았다. 마이클 캐릭은 전성기가 지났고, 안데르송과 대런 플레쳐는 잦은 부상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톰 클래벌리는 기대치만큼의 성장세를 보이지 못했다.

프랑스로 날아갔던 퍼거슨, 스페인에서 미드필더 데려올까?

유로파리그 경기 일정을 앞둔 지난 주말 퍼거슨 감독은 올랭피크 리옹과 릴의 프랑스리그 경기가 열린 리옹 스타드 드 제를랑 경기장을 찾았다. 중원 창조성 강화를 위한 영입 작업을 위한 발걸음이었다. 유럽 주요 언론은 릴에서 활약 중인 벨기에 미드필더 에당 아자르를 관찰하기 위한 행보였다고 추측하고 있다. 아자르는 중원에서 키핑력과 패싱력, 드리블 능력과 득점력을 고루 갖춘 선수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놓친 뒤 “바르셀로나를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시즌의 리빌딩 작업은 바르셀로나는 커녕 아틀레틱 클럽을 따라잡기도 역부족이었다. 리빌딩 작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2000년대 초반 데이비드 베컴이 떠난 뒤에도 같은 위기가 찾아왔고, 퍼거슨 감독은 극복해냈다.

퍼거슨 감독은 부실한 허리를 강화할 황금열쇠를 찾고 있다. 직접 관찰하고 돌아온 아자르를 비롯해 CSKA 모스크바의 러시아 미드필더 알란 자고예프, 인터 밀란의 네덜란드 플레이메이커 베슬러이 스네이더르, 아약스에서 ‘덴마크의 메시’로 불리는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이 맨유와 연결되고 있다. 이번 시즌의 경험을 통해 아틀레틱 클럽이나 스페인 라리가 출신 미드필더가 영입 리스트에 새로 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분명한 것은 올시즌이 끝나는 데로 맨유에 새로운 미드필더가 영입되리란 사실이다. 맨유는 이미 팀내 주전 경쟁에서 밀린 공격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결별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대항전 실패로 다음 시즌 퍼거슨 감독의 리빌딩 작업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과연 퍼거슨 감독의 ‘신의 한수’는 누가 될지, 벌써 부터 여름 이적 시장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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