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어든] 수원의 실수, 이상호의 오판, 사르자의 웃음
입력 : 2012.03.1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국 선수들이 중동행 비행기를 타는 상황은 다소 실망스러운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상황을 목도할 때마다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말인즉슨, 내가 과연 선수 개인이 자신의 축구 경력을 위해 내린 선택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권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선수가 둥지를 옮기고 싶어한다면 그건 선수 개인의 비즈니스 상의 적절한 선택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 “그렇다”라고 말하고자 한다. 하지만 프로 축구 선수들은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고, 우리 모두는 자신만의 의견이 있다. UAE,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무대를 누비는 일은 확실히 이해할 만 하다. 선수들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벌고, 게다가 연봉에 세금이 부가되지 않는다. 날씨는 절대 춥지 않고, 점점 중요성이 더해가는 흥미로운 지역이다.

문제는 축구의 수준이 더 낮다는 점이다. 속도도 느리고, 다소 얌전하다. UAE, 카타르 같은 나라에서 축구의 열정은 찾아보기란 매우 힘들다. 거의 모든 클럽이 팬이 없어 힘겨워 한다.

이 점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 아닌가? 이상호 같은 선수가 한국을 떠나기로 마음 먹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는 더 좋지 않은 리그로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적은 ‘인생의’ 경력에 한 줄을 더할 수 있겠다. 하지만 축구 선수로서는? 이상호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 지 확언하지 못하겠다.

이영표 또는 설기현 같은 선수들이 중동으로 향하는 상황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들은 이미 커다란 경험이 있는 상태고, 선수 경력 막바지로 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상호와 유병수의 경우,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과 똑같다. 한국을 떠난 유병수를 비난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의 사우디 아라비아행은 내가 조언해주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 그는 더 이상 레이다망에 잡히지 않는다.

이상호는 임대로 사르자에 갔다. 사르자는 UAE 리그에서 강등 위기에 놓인 팀이다. 이번 시즌 도중 사르자는 12경기에서 승점 8점을 획득해 강등권에 놓였었다. 역사적으로 이 팀은 UAE 최고의 팀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심각하게 강등과 싸우는 중이다. 사르자는 지난 8월 이래 3명의 감독을 교체했고, 팀 내 에이스들을 놓쳤다.

이상호는 수원에서 괜찮게 발전하는 선수였다. 빅 스타가 되거나 대표팀에 정기적으로 차출되지 못해도 K리그에서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 될만한 이였다. 지능적이고 축구적 본능이 있는 선수였다. 이상호는 동료 선수들을 경기에 몰입시키고, 피치 위 공간을 잘 찾아내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주변 선수를 돋보이게 하는 재주도 가졌다. 다만 이상호는 마무리 능력을 개선해야 했다. 너무 많은 골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그에게는 시간이 있었다.



수원에서 또 한 번의 시즌을 보낸 후 해외로 이적하는 것이 이상호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나은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염기훈이 없는 수원에서 가중된 책임감이 이상호 어깨 위에 놓였었기 때문이다. 이는 선수 개인에게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K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후 유럽의 준수한 리그로 옮기는 것은 선수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훌륭한 이적 방식이다.

어쨌든 이상호는 강등과 사투를 벌이는 UAE 팀에서 선수로서 많이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사르자는 팀이 강등만 되지 않는다면 이상호의 완전 이적을 원한다. 하지만 상당히 수준 낮은 리그에서 그것도 감독이 늘 바뀌는 강등권 팀에서 잔류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수원은 이상호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단기 임대로도 그렇다. 수원은 아시아 챔피언 자리에 두 번이나 등극하고, K리그 우승을 네 번이나 차지한 팀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클럽이기도 하다. 이상호 자리에 조동건을 앉히는 게 답은 아니다.

수원처럼 명망 있는 클럽이 UAE 하위권 팀과의 협상을 거부할 수는 없을까? 수원은 이상호가 가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점은 중요하지 않다. 한국 클럽은 선수의 경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선수의 해외 이적을 허락하는 데 지나치게 관대하다. 하지만 수원은 이상호의 UAE의 이적을 허락하지 말아야 했다.

이상호가 해외로 이적하고 싶어하고, 사르자가 그를 원하는 상황이었다면, 사르자는 충분한 이적료를 지급해야만 했다. 일각에 따르면, 사르자가 이상호를 임대 이적한 다음 완전 이적으로 돌리기를 원한다고 한다. 우선 임대로 보낸 후 선수를 완전 이적으로 매각하려는 시도는 항상 받아야 할 이적료를 낮췄다. 이는 협상 시작점을 낮춘 것이다.

누군가는 이상호가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고 해도 예전과 동일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이미 수원을 떠나, 동일한 수준 근처도 가지 못한 팀으로 향했다. 이상호의 이적을 허용하면서 수원은 그가 팀에 중요한 선수가 아니라고 말했고, 이상호 역시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렇다면 작금의 상황에서 가장 이익을 보는 이는 누구일까? 단지 사르자일 뿐이다. 이상호고 수원도 승리자는 아닌 것 같다.

글=존 듀어든
번역=이민선 기자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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