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축구] 발로텔리, '악동 선배' 루니를 배워라
입력 : 2012.04.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 2005/2006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비야레알전에서 자신의 반칙에 경고를 준 주심을 향해 빈정거리다 퇴장을 받았다.
- 2006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 북아일랜드전에서 주장 데이비드 베컴이 주심에 항의하는 자신을 말리자 욕설을 퍼부었다.
- 2006 독일 월드컵 8강전에서 포르투갈 수비수 히카르두 카르발류의 급소를 밟고 퇴장을 당했다.


문제. 근 1년 동안 이 세 가지 반칙을 한 선수는 누구이며 그 선수의 당시 나이는?
정답. 영국 출신 ‘배드보이’ 웨인 루니. 당시 나이 19~20세.

루니는 오랜 여자친구(콜린)와 결혼을 약속한 어엿한 청년이지만 사회적으로 덜 성숙한 악동이기도 했다. 감정을 절제하는 법을 몰랐다. 경기장 위에선 상대 무릎을 향해 태클했고 마음에 들지 않는 선수가 있으면 남들의 눈을 피해(카메라에는 꼭 걸렸다) 팔꿈치로 상대를 가격했다. 심판과 감독, 선배, 동료를 우습게 아는 건 당연했다. 호랑이 감독 알렉스 퍼거슨이 보는 앞에서 물통을 집어 던졌다. 별칭 ‘하얀 펠레’에 어울리는 최고의 재능을 갖추고도 불 같은 성미에 발목이 잡히기 일쑤였다. 루니의 성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원조’ 펠레도 “상대와 엉켰을 때 상대를 공격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따끔한 조언을 남겼다.

이제 주어인 루니를 마리오 발로텔리(21, 맨체스터 시티)로 바꿔보자. 낯설 것이 없지 않나? 이탈리아 최고의 유망주로 명문구단 인터밀란에서도 활약한 발로텔리도 신체 조건, 킬러 본능, 투지를 모두 갖췄다. 필리포 인자기, 알렉산드르 델 피에로, 프란체스코 토티 등 노장 공격수들이 물러난 시점과 맞물려 혜성같이 등장해 이탈리아에 희망의 불을 밝혔다. 하지만 그 역시 천부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는 악동 기질 때문에 주변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축구에만 집중하면 대성할 것”이라며 기다리던 지도자들도 고개를 저었다. 인터밀란 시절 스승으로 맨시티 입단 기회를 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마저 차, 다트, 여자, 태클 등 다방면에서 사고만 치는 발로텔리에 대한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인 발로텔리에, 항상 “괜찮다”며 꼭 안아주던 만치니 감독. 이제 “난 할 만큼 했다. 갈 길 가라”며 이별을 예고하고 있다.



발로텔리가 현재의 위기를 넘겨 자신의 이름을 축구계에 남기기 위해선 시계를 약 5년 전으로 돌려 루니의 사례를 살필 필요가 있다. 맨체스터 지역 라이벌이자 ‘매춘부’ 라이벌이기도 한지라 껄끄럽겠지만 루니는 분명 그에게 갈 길을 알려주는 등대와 같다. 루니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루니는 ‘카드 캡쳐’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노란색, 빨간색 카드를 수집했다. 잉글랜드 대표팀과 맨유는 늘 딜레마에 빠졌다. 가십지 1면을 장식해 영국 축구에 먹칠을 한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는 서서히 변했다. 왕년의 복싱 스타 마이크 타이슨으로부터 감정 절제에 대해 배우려 했고 퍼거슨, 파비오 카펠로와 같은 명장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잦은 다리 부상으로 전매특허인 폭발적인 중거리 슈팅은 자취를 감췄지만 이십 대 중반의 어엿한 가장이 된 그는 한층 노련하고 침착한 선수가 됐다. 머리카락까지 심어 ‘스킨헤드’ 때의 루니와 지금의 그는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발로텔리에게도 희망은 남았다. ‘깜짝 결혼’과 같은 특단의 조치를 통해 변하면 EPL 최고의 공격수, 이탈리아 간판 골잡이의 명예로운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다. 7일 아스널전 퇴장 후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발로텔리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물론 사생활을 조금, 아니 많이 정리할 필요가 있다. 루니는 그라운드 위의 모습과는 달리 경기장 밖에서는 박지성에게 자동차를 얻어 타고 다닐 정도의 평범한 영국 청년의 모습을 하고 다닌다. 딴 곳에 성욕을 낭비한 일만 빼면 최고의 남편이자 아빠다. 발로텔리도 만치니 감독(또는 새로운 맨시티 감독)의 용서를 받는다는 가정하에 다음시즌부터 앞으로 몇 가지만 조심하면 된다. 실내 폭죽 놀이를 자제하고, 항시 안전 운전하며, 여자교도소를 멀리하고, 남의 여자를 지나치게 탐하지 않으면 된다. 전 소속팀 감독 기자회견실에 갑작스레 등장하거나 라이벌 구단의 유니폼을 입는 기행을 펼치고 요상한 헤어 스타일을 하는 것은 애교로 봐줄 이들이 많다. “Why Always me?(왜 나만 갖고 그래?)”와 같은 개성 넘치는 속옷 세러머니는 환영할 만하다. 이제 발로텔리 없는 EPL은 허전하다.

글=윤진만
사진=ⓒMatt West/Javier Garcia/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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