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윌슨] EPL과 챔스에서 드러난 첼시의 두 얼굴
입력 : 2012.04.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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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런던(영국)] 겉으로만 봐선 올 시즌 첼시의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뒷심이 발휘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 UEFA챔피언스리그 출전권에서는 떨어져있다. 그러나 정작 올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에서는 당당히 준결승에 진출한 상태다.

그렇다면 첼시의 전술이 프리미어리그보다 유럽 대회에 더 적합하다는 뜻인가? 논리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결론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오류가 발견된다. 우선 시즌 초반의 무계획성이다.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첼시의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려고 애썼다. FC 포르투에서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중원 플레이를 쥐어짬으로써 전체적인 라인을 높게 형성했다. 첼시에서도 그는 동일한 방법을 시도했다.

알다시피 그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우선 첼시 스쿼드의 연령대가 높았던 탓에 필요한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했다. 인터 밀란에서 지안 피에로 가스페리니도 비슷한 실패를 경험했다. 또 다른 실패 원인은 첼시 선수단 구성이었다. 첼시는 아직까지도 주제 무리뉴의 전술에 맞춰진 스쿼드의 핵심이 그대로 남아있다.

결과는 들쑥날쑥 경기력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첼시는 고전했고, UEFA챔피언스리그의 조별리그에서도 불안한 행보를 이어갔다. 조별리그 원정 3경기에서 첼시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홈 3경기를 모두 잡아낸 덕분에 16강 진출에는 성공할 수 있었다. 나폴리와의 16강전에서 첼시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나폴리의 홈구장 산 파올로에서 3-1로 패했다(2월21일). 그 전 경기였던 버밍엄 시티와의 FA컵 경기(2월18일)에선 홈에서 1-1로 비겼다. 3월3일 프리미어리그 웨스트 브로미치 원정에서 1-0으로 패한 뒤 빌라스-보아스 감독은 경질되었다.

감독대행으로 나선 로베르토 디 마테오는 사실 특별한 기적을 일으키진 않았다. 그는 팀의 전술 시스템을 미드필드 라인을 밑으로 내린 4-3-3 전형으로 바꿨을 뿐이다. 스쿼드에 최적화된 전술로 회귀한 첼시는 당장 결과를 만들었다. 선수들은 어디로 어떻게 뛰어야 할지를 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인기가 별로 없던 지도자가 사라지면 당연히 분위기는 좋아지기 마련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첼시는 반드시 변해야 한다. 선수 구성과 전술 선택 모두다. 그러나 친숙한 전술로의 회귀는 단기적 결과를 만들어내기 충분하다.

유럽 무대로 돌아가자. UEFA챔피언스리그 1차전을 3-1로 잡아냈던 나폴리는 첼시의 홈구장에서 벌어진 2차전에선 힘을 잃고 시들어버렸다. 나폴리 선수들은 단지 거친 몸싸움에 익숙하지 않았던 탓이다. 8강 상대였던 벤피카는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부터 너무 들떠있었다. 첼시는 벤피카전을 대비해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았지만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벤피카를 제치고 UEFA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오르자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력까지 덩달아 개선되었다. 후안 마타의 창의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기본 뼈대가 워낙 탄탄해 시즌 전반기에 드러났던 불안한 모습은 사라졌다.

솔직히 UEFA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서 첼시가 바르셀로나를 꺾기란 지극히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첼시는 FA컵 우승과 UEFA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이란 최상의 시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다면 ‘비교적’ 성공적인 시즌이란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변화’라는 최대 과제는 여전히 미결 상태로 남을 수밖에 없다.

글=조나단 윌슨 (‘블리자드’ 매거진 편집장, http://www.theblizzard.co.uk)
번역=홍재민
사진=ⓒMatt West/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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