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돋보기] 바르사의 4대 패배공식…질식수비-런던원정-골대불운-수중전
입력 : 2012.04.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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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천하무적’으로 보이던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와 리오넬 메시가 고개를 떨궜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바르사가 패배를 안고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을 치르게 됐다. 바르사는 첼시와 원정 1차전에서 올시즌 유럽 대항전 첫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이날 바르사의 패배 풍경은 낯설지 않았다. 2009/2010시즌 준결승전, 그리고 2010/2011시즌 16강전이 오버랩됐다. 바르사는 2009/2010시즌 준결승 1차전에서 주제 무리뉴 감독이 이끌던 인터 밀란에 1-3으로 패했다. 인터 밀란의 ‘질식 수비’에 틀어막혔고 상대의 힘 있는 역습에 무너졌다. 2010/2011시즌 16강 1차전에서는 아스널을 만나 런던 원정에서 1-2로 역전패했다. 바르사는 역대 잉글랜드 원정에서 6승 8무 13패로 열세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첼시 원정은 지난 두 시즌의 패배의 요소가 모두 담겨있었다. 상대팀이 질식수비를 펼쳤고, 경기가 펼쳐진 도시는 런던이었다. 여기에 새로 가미된 요소가 있다. 골대의 불운과 수중전이다. 바르사는 승부처에서 골대의 불운에 울었고,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가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다.

▲ 압도적인 공격 기록에도 질식수비-골대불운에 막혀

통계기록을 보면 바르사가 압도한 경기였다. 첼시가 4차례 슈팅을 시도하는 동안 바르사는 무려 24차례나 첼시 골문을 두드렸다. 바르사는 무려 79%의 볼 점유율을 가져갔고, 첼시(209회 시도, 158회 성공, 76%)보다 600여회나 많은 패스(814회 시도, 754회 성공, 93%)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 모든 기록은 의미가 없었다. 득점 기록이 0이었기 때문이다. 전반 9분 안드레스 이니에스 타의 패스를 받은 알렉시스 산체스의 로빙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렸고, 후반 추가 시간 페드로 로드리게스의 땅볼 슈팅은 골 포스트를 때렸다. 둘 중 하나만 골문 안으로 흘렀어도 바르사는 패배를 면할 수 있었다.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첼시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자기 진영에서 공간을 좁히고 전면압박을 펼쳤다. 전형적인 선수비 후역습의 자세를 취했다.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디마테오 감독은 인터 밀란이 3년전 거스 히딩크의 첼시, 그리고 2년전 무리뉴의 인터 밀란이 바르사를 괴롭힌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다.

‘질식 수비’는 단순히 수비 숫자를 많이 두는 것 만으로 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방법을 안다해도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디마테오 감독대행은 팀의 조직력과 정신력을 극대화시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하미리스의 전진배치와 드로그바의 선발 출전이 주효했다. 전형적인 영국형 수비수 존 테리와 게리 케이힐의 철벽 수비도 인상적이었다.

▲ 거센 빗줄기가 바르사 수비의 실수를 불렀다

수비를 잘해도 골을 넣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첼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준 것은 ‘비’였다. 경기 전부터 강한 비가 예상됐다. 빗줄기가 굵어진 것은 전반 중반이었다. 바르사 선수들은 비가 거세지면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메시는 미끄러운 그라운드에 혼자 넘어지며 근육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메시의 실수는 그 직후에 나왔다. 메시는 전반 추가 시간에 하프라인 부근에서 프랭크 램파드에게 볼 가로 채기를 당했다.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허용한 것이다.

바르사 선수들이 모두 전진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이 램파드가 왼쪽 측면으로 길게 볼을 넘겨줬고, 하미리스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파고들어 드로그바에게 크로스 패스를 내줬다. 드로그바의 논스톱 슈팅이 선제 결승골이 됐다. 그 이전과 이후, 첼시는 득점에 가까운 상황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그 골로 충분했다. 첼시는 후반전 45분 동안 ‘질식수비’로 바르사 공격의 숨통을 틀어막았다. 페트르 체흐는 기어코 슈팅 공간을 만들어낸 바르사의 집념 어린 공격을 선방으로 가로막았다.

바르사는 팀을 괴롭히는 모든 패배공식이 총집합된 첼시 원정에서 분루를 삼켰다. 주말에는 레알 마드리드와 엘클라시코를 치러야 한다. 다행인 점은 다가오는 엘클라시코와 첼시전이 모두 안방에서 펼쳐진다는 점이다. 바르사의 플레이에 최적화된 그라운드와 홈팬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경기를 치른다. 첼시의 질식수비는 캄노우에서도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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