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윌슨] 무리뉴가 과르디올라를 절대 이길 수 없는 이유
입력 : 2012.04.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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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런던(영국)]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와 다섯 번 만났다. 올 시즌은 그 기록을 넘어선다. 이번 주 토요일(한국시각 22일 새벽 3시) 예정된 맞대결이 2011/2012시즌 여섯 번째 ‘엘 클라시코’다. 잘하면 다음달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다시 한번 만날 수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현 감독 휘하에서 가졌던 10경기에서 5승4무1패로 바르셀로나에 일방적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상대전적만으로는 바르셀로나의 우세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네 번의 무승부 중 세 번은 바르셀로나가 다른 경기를 이긴 홈&어웨이 방식 맞대결에서 나왔다. 레알 마드리드의 유일한 승리는 18일간 네 번 맞붙었던 살인적 일정 중 두 번째 맞대결에서 기록되었다. 주제 무리뉴가 펩 과르디올라를 압도했던 것은 이 경기 딱 한 번뿐이었다. 전술적으로도 과르디올라는 무리뉴를 앞질렀다.

오래 전부터 바르셀로나는 ‘변형 9번 공격수(False Nine)*’ 전술을 구사해왔다. 센터포워드가 미드필드로 내려와 상대의 최종 수비수를 본래 위치에서 끌어내는 ‘변형 9번 공격수’ 역할은 통상적으로 리오넬 메시의 몫이다. 올 시즌 들어 바르셀로나는 ‘변형 9번 공격수’를 두 명으로 늘렸다. 엄밀히 말하면 바르셀로나의 현 포메이션은 4-6-0 이라고 할 수 있다. 1994 미국 월드컵에서 브라질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카를로스 알베르토 파헤이라는 10년 전 ‘미래의 축구 전술’이라고 예언했던 그 포메이션이다.

올 시즌 바르셀로나가 보인 또 하나의 두드러진 전술 변화는 포백에서 쓰리백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과르디올라의 끊임없는 노력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팀이 일정 패턴에 고착화되어 상대로 하여금 예측 가능한 팀이 되기를 거부했다. 바르셀로나의 쓰리백 전술은 올 시즌 첫 엘클라시코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바르셀로나는 세스크 파브레가스에게 낯선 역할을 맡기며 4-3-1-2 전술로 경기를 시작했다. 올 시즌 라리가 첫 엘클라시코(2011.12.11)에서 바르셀로나는 빅토르 발데스(GK)의 결정적 실수 탓에 전반 1분만에 1-0 리드를 당했다. 그러자 과르디올라는 다니 아우베스를 라이트백에서 라이트 윙으로 전진시켰다. 아우베스는 상대 풀백 마르셀루의 오버래핑을 사전 차단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위한 공격 지원 경로를 끊어버렸다.

푸욜이 쓰리백 중 오른쪽 수비수로 이동했고,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밑으로 내려와 제라르 피케(중앙 수비수) 앞에서 제2의 센터백 역할을 했다. 자주 과소평가 받는 부스케츠는 바르셀로나의 공격 전개의 시발점과 같은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부스케츠는 만병통치약 같은 존재다. 경기 중 위기에 빠진 선수는 언제든지 부스케츠만 찾으면 된다. 위기 상황에서 탈출구가 되어준다. 하지만 부스케츠가 다른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 바르셀로나는 불안해진다. 메트로놈(부스케츠)을 망가트리면 오케스트라 연주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 수 있다. 그 경기에서 무리뉴는 4-3-3이 아니라 4-2-3-1의 ‘깜짝’ 전술을 꺼내 들었다. 그 덕분에 무리뉴는 라사나 디아라를 최종 수비진의 도우미로 세우면서도 다섯 명의 미드필더를 활용할 수 있었고, 강력한 압박 덕분에 선제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부스케츠를 일단 뒤쪽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뒤로 물러나자 부스케츠에겐 다시 시간과 공간의 여유가 생겼다. 결국 부스케츠는 상황을 수습하고 다시 팀의 공격을 조각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되자 레알 마드리드는 어떻게 했을까? 문제는 바르셀로나의 전술이 너무나 변화무쌍하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옵션을 갖고 있어 상대팀은 바르셀로나가 어떤 전술로 나올지를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럴 경우, 상대팀이 취할 수 있는 기본은 좌우 측면을 포기하고 가운데 지역을 선수들을 빼곡히 채우는 방법이다. 주중 UEFA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첼시가 선택했던 방법이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렸던 첫 리그 엘클라시코의 초반 20분 동안 무리뉴가 선택했던 압박 전술은 첼시가 꺼내 들었던 방법과는 호환성이 별로 없어 보였다. 결국 무리뉴는 경기 초반 생겨났던 희망으로부터 엉뚱한 전술을 선택하게끔 강요 받고 말았다.

이번 주말 엘클라시코에서도 무리뉴에겐 별다른 전술 옵션이 주어지지 못할 것 같다. 좌우 측면을 포기해버리면 중앙으로 깎여져 들어오는 아우베스의 공격을 잠재적으로 내버려둔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 바르셀로나가 너무나 위협적이고 과르디올라가 너무나 천재적이라는 증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단순히 ‘대단한’ 팀을 만든 것뿐 아니라 여러 가지 옵션으로 ‘다양하게 대단한’ 팀을 구축해냈다.

*유럽 축구에서 ‘9번 공격수’(No.9)는 통상적으로 센터포워드를 의미한다. 센터포워드가 최전방에서 미드필드 쪽으로 내려와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겸함으로써 상대 최종 수비진의 조직을 깨트리는 선수를 ‘변형 9번 공격수’(False Nine)이라고 정의한다. 리오넬 메시가 대표적인 ‘False Nine’이다.

글=조나단 윌슨 (‘블리자드’ 매거진 편집장, http://www.theblizzard.co.uk)
번역=홍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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