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냉정한 펩과 낭만적인 무리뉴…엘클라시코는 끝나지 않았다
입력 : 2012.04.2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 그리고 그들이 차지하게 될 라리사 우승에 축하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안방 캄노우 경기장에서 치른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클라시코’에서 패배한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감독 펩 과르디올라의 말이다.

바르사는 아직 산술적으로 라리가 역전 우승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과르디올라는 추격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이는 후반기에 양 팀의 승점 차이가 10점으로 벌어졌을 때부터 이어져온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최근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며 흔들렸지만 과르디올라는 “그래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과르디올라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 선발 라인업에 알렉시스 산체스와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빼고 신예 크리스티안 테요와 티아고 알칸타라를 투입했다. 주중에 치러야 할 첼시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을 위해 정예 전력을 아낀 것이다.

바르사는 주말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꺾을 경우 승점 차이를 1점으로 좁힐 수 있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는 1점 차이로 좁혀도 남은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흔들릴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트레블 달성’을 위해 무리하느니 코파 델레이 결승전과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 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의 상반된 축구철학

바르사는 볼을 소유하고 끊임없이 공격을 추구하는 축구를 구사한다. 축구의 아름다움을 숭상하는 바르사의 철학은 축구계의 순수주의자들을 매혹하고 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철저하게 골과 승리를 위해 실용적인 축구를 구사한다. 기술적인 수준이 바르사에 결코 뒤지는 것이 아니지만 경기를 대하는 자세는 다르다. 철저한 결과중심주의다.

바르사의 축구는 낭만적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는 냉철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두 팀을 이끌고 있는 수장의 성향은 정반대다. 바르사 감독 과르디올라는 굉장히 냉정하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 감독 주제 무리뉴는 굉장히 낭만적인 사람이다.

과르디올라는 바르사의 축구철학을 유지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는데 있어 단호하고 실리적인 판단을 내린다. 반면 무리뉴는 실리적인 축구를 구사하지만 그가 꾸는 꿈은 낭만적이며 선수단을 대하는 자세 역시 온정주의 기질이 강하다.

▲ 현실적인 과르디올라와 낭만적인 무리뉴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사 선수단의 강한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의 계획에서 벗어난 선수들은 하나같이 그가 냉정했다고 회고한다. 과르디올라는 지난 주말 엘클라시코 경기에서 굉장히 차가운 결단을 내렸다. 경기를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우선순위에서 뒤로 제쳐뒀다. 이미 3시즌 연속 우승을 이룬, 역전 가능성이 희박한 라리가 대신 당면한 챔피언스리그에 비중을 뒀다.

과르디올라는 부임 첫 시즌이었던 2008/2009시즌 말미에 트레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만약 이룬다면 은퇴하겠다”는 말로 응수했다. 그만큼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물론 그는 본인도 회의적으로 본 위대한 업적을 현실화시켰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꿈 같은 축구를 구사하고 있지만 매사에 굉장히 현실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잉글랜드, 이탈리아에 이어 스페인 리그 우승으로 사상 첫 유럽 3대리그 석권의 대업 달성을 눈 앞에 뒀다. 그는 인터 밀란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직후 결승전 개최지였던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에서 “3대리그를 모두 우승한 첫 감독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의 염원인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를 논하지 않으며 열정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 엘클라시코는 끝나지 않았다

사람은 모두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양면성과 극과 극은 상통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세계 축구계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과르디올라와 무리뉴는 축구계에서 그런 양면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올시즌 일정표에 마지막으로 잡혀있었던 엘클라시코는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결과에 따라 오는 5월 20일 또 한 번의 엘클라시코가 성사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냉정하게 안방에서의 엘클라시코 더비에 힘을 뺐던 과르디올라에겐 아직 설욕의 기회가 남아있다. 레알 마드리드에 패배를 허용했지만 첼시를 잡고 결승에 올라 ‘빅 이어’를 들어올린다면, 그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가 된다면 2011/2012시즌의 스포트라이트는 결국 바르사와 과르디올라에게 향할 것이다. 무리뉴 역시 결승전에서 바르사를 다시 만나길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2년간 바르사에 당해온 수 많은 패배는 지난 주말의 승리,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의 승리, 단 두 번 만으로 모두 만회가 가능하다.

과르디올라의 실리적인 계획, 무리뉴의 낭만적인 계획 중 어느 것이 현실화될까? 축구 역사에 길이남을 과르디올라의 바르사와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가 벌이는 엘클라시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두 팀이 동반출격할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경기는 또 다른 엘클라시코가 될 것이다.

글=한준 기자
사진=ⓒBPI/스포탈코리아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