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되찾은 이름” 쉽지 않은 아이돌 상표권 사수하기 [Oh!쎈 레터]
입력 : 2024.04.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지민경 기자] “H.O.T.를 H.O.T.라 부르지 못하고…” 아이돌 그룹의 상표권 문제는 1세대부터 유구했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그룹은 제3자의 무단 도용을 막기 위해 소속사에서 그룹명을 상표로 등록한다. 이에 따라 아이돌 그룹이 원 소속사와 전속계약 만료 후에도 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상표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유명한 그룹일수록 팀명의 브랜드 가치도 높기 때문에 팀명을 지키기 위한 소속사와 멤버들 간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서로 만족할 만한 합의점에 이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합의가 불발되면 소송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H.O.T.는 지난 2018년 재결합 콘서트를 시작으로 SM엔터테인먼트 출신 상표권자 K씨와 상표권 분쟁에 휩싸였다. 상표와 로고의 무단 사용과 관련한 민형사 소송이 진행됐고, 이에 멤버들은 H.O.T.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풀네임 High-five Of Teenagers를 사용하기도 했다. 5년 간의 법정싸움 끝 H.O.T를 둘러싼 상표권 소송은 멤버들의 승리로 끝났다.

신화 역시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상표권을 양도받은 준미디어와 긴 법정 공방을 벌인 끝에 4년 만인 지난 2015년 6월 신화의 상표권을 완전하게 명의 이전받아 이름을 되찾았다.

반면 소속사와의 합의에 실패해 팀명을 바꾸는 그룹도 있다. 비스트는 2016년 11월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종료되면서 12월 독자 회사 어라운드어스를 설립했다. 이후 큐브 측이 멤버들에게 상표권을 양도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비스트는 하이라이트로 팀명을 바꾸고 활동을 이어왔다.

2021년 ‘롤린’의 역주행으로 깜짝 스타로 떠오른 브레이브걸스는 지난해 2월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만료 후 워너뮤직코리아에 새 둥지를 틀고 4인 완전체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상표권 문제로 브레이브걸스라는 팀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브브걸로 팀명을 변경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의 상표권을 둘러싼 멤버들과 소속사의 분쟁은 줄어드는 추세다. 세대가 변하면서 아이돌 그룹의 활동 방식도 변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팀 자체도 중요하지만 팀을 구성하는 멤버들 개개인의 역량과 활약이 더욱 주목을 받으며 멤버들이 없는 그룹 이름 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어진 것.

인피니트는 지난해 데뷔 13주년을 맞아 완전체 활동에 뜻을 모으며 인피니트 컴퍼니를 설립한 가운데, 이들을 제작한 이중엽 대표가 멤버들의 활동을 위해 상표권을 흔쾌히 양도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울림엔터테인먼트를 떠나 새롭게 도전하는 멤버들을 위한 배려였다.

2021년 JYP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 만료로 뿔뿔이 흩어졌던 갓세븐 또한 갓세븐의 이름으로 완전체 컴백에 나섰다. 제이비가 JYP로부터 상표권을 양도받으며 팀 컴백을 준비한 것. JYP 측은 멤버들에게 흔쾌히 갓세븐의 상표권을 양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143엔터테인먼트에 전원 새 둥지를 튼 아이콘 역시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의 배려 덕분에 팀명 뿐만 아니라 기존 팀 로고까지 온전히 쓸 수 있게 됐다.

또한 지난해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마무리한 비투비도 상표권 사용과 관련하여 큐브 엔터테인먼트와 원활한 협의를 통해 기존 그룹명 비투비로 활동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상표권 사용에 대한 합의를 완료했다.

특히 올해 15주년을 맞이한 하이라이트는 8년 만에 비스트 상표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알려 화제를 모았다. 소속사 측은 "'비스트' 상표권 사용에 대해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원활하게 상호 합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이라이트는 계속해서 '하이라이트'라는 팀명으로 활동을 지속한다.

이처럼 K팝 아이돌 그룹들의 활동 기간이 점차 길어지며 10년 넘게 그룹 활동을 이어오는 장수 그룹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아이돌 그룹의 상표권 문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원만한 합의가 필요한 때다. /mk3244@osen.co.kr

[사진] OSEN DB, 각 소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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