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길준영 기자] 두산 베어스가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두산은 지난 22일 현역선수 8명이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위반(보복협박 등), 주민등록법·건강보험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오재원에게 마약성 약품 대리처방을 받아준 사실이 드러나 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오재원은 KBO리그 통산 1571경기 타율 2할6푼7리(4321타수 1152안타) 64홈런 521타점 678득점 289도루 OPS .712을 기록한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두산의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2015~2016년, 2019년)을 이끌었고 2015년과 2019년 우승 당시에는 선수단 주장을 맡았다.
현역시절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성대한 은퇴식과 함께 현역 커리어를 마무리한 오재원은 은퇴 이후 여러 구설수에 올랐다. 해설위원으로 제2의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양창섭(삼성)이 최정(SSG)에게 빈볼을 던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SNS를 통해 양창섭과 설전을 벌였고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선수 박찬호를 향해 “난 코리안특급을 매우 싫어한다. 한 번씩 해설하면서 바보로 만든 선수가 1~2명이 아니다.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해 또 한 번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해설위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여기에 마약을 하고 협박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팬들에게 또 한 번 큰 실망을 안겼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김연실 부장검사)는 지난 17일 “오재원을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위반(보복협박 등), 주민등록법·건강보험법 위반, 특수재물손괴,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오재원은 지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지난해 4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 약 0.4g을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89차례에 걸쳐 지인 9명으로부터 향정신성의약품인 스틸녹스정 2242정을 수수하고, 지인 명의를 도용해 스틸녹스정 20정을 매수한 혐의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인이 자신의 마약류 투약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망치로 지인의 휴대전화를 부수고 협박하거나 멱살을 잡는 혐의도 적용됐다.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오재원이 현역시절 두산에서 뛰던 동료들에게 대리처방을 부탁했다는 의혹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현역선수 8명이 자진신고를 하면서 그러한 의혹은 어느정도 사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산 관계자는 “오재원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고 나서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그 때 8명의 선수가 자진신고를 했고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KBO에 신고를 했다. 선수들은 각자 변호사를 선임해서 경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려는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오재원은 대부분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들에게 강압적으로 대리처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부분이 정상참작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마약성 약품을 대리처방 받아주는 것은 중범죄에 해당하는 사안이다. 수사가 진행되면 재판과 형사처벌을 피하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사태가 최악으로 흘러갈 경우 현역선수 8명이 모두 전력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
두산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해당 선수들에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다만 경찰 등 수사당국에서 공식적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를 시작한다면 그 때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고 경기에 출장시키지 않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KBO관계자는 “현재 조사중인 사안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만약 수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된다면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올 시즌 11승 15패 승률 .423을 기록하며 리그 8위에 머무르고 있다. 상위권 반등을 위해서는 선수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시점이다. 그렇지만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던 오재원이 은퇴 이후에도 팀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두산은 큰 위기에 빠졌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