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맞아? ‘건방진' 콧수염의 반전과 스킨스의 시대
입력 : 2024.07.1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폴 스킨스와 여자 친구 리비 던의 모습.      폴 스킨스 SNS

올 시즌 최고 루키 폴 스킨스의 복고풍 스타일 이야기

[OSEN=백종인 객원기자] ‘콧수염 있는 분들 오세요. 오늘 하루 공짜로 쏩니다.’ 한 샌드위치 체인점이 띄운 홍보 문구다.

이곳은 피츠버그의 유명 업소다. 업력만 90년이 넘는다. 매장에 대형 TV가 여러 대 걸렸다. 스포츠 중계를 보면서 식사를 즐기는 곳이다. 무료 샌드위치가 제공되는 ‘오늘’은 MLB 올스타전이 열린 날이다.

바로 어제(현지 시각 16일)였다. 10달러(약 1만 3800원)짜리 샌드위치를 무료로 주겠다고 약속한 날이다. 미국도 공짜 앞에는 무너진다. 가게가 손님으로 가득하다. 대기자 명단이 한참 길다. 모두가 진하고, 멋진 수염을 자랑하며 맛있는 메뉴를 즐긴다.

물론 남자 어른만 있는 게 아니다. 눈썹용 화장품으로 그린 여자도 있다. 분장용 소품을 붙인 아이들도 있다. 상관없다. ‘입술 위에 뭔가만 있으면 됩니다.’ 업소 측은 흔쾌히 OK 한다.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하나다. 파이어리츠의 떠오르는 스타 폴 스킨스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날 올스타전에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데뷔 첫해에 이런 경우는 무척 드문 일이다. 1995년 노모 히데오(다저스) 이후 29년 만이다.

그만큼 그의 인기는 뜨겁다. 첫 등장은 5월이었다. 두 달 만에 마이너리그를 평정하고 콜업됐다. 이후 11경기를 치렀다. 하지만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압도적인 파워로 리그를 폭격 중이다.

전반기 동안 66⅓이닝을 던졌다. 패전 없이 6승을 올렸다. 평균자책점(ERA) 1.90, 탈삼진 89개,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0.92의 놀라운 기록을 이어간다. (올스타전도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의 신인은 당연하다. 후반기 결과에 따라 사이영상도 바라볼 정도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장 큰 매력은 힘이다. 100마일을 넘나드는 파워 피칭을 뽐낸다. 최고 102마일도 찍었다. 숨 막히는 스피드에 기립박수가 터진다. 여기에 독특한 결정구도 갖췄다. 스플링커라고 불리는 신종이다. 스플리터와 싱커의 중간쯤 되는 구질이다.

그러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독특한 외모로 발산하는 매력이 화제다. 이른바 ‘콧수염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MLB는 아름다운 추억을 갖고 있다. 데니스 에커슬리, 웨이드 보그스, 돈 매팅리, 로빈 욘트 같은 1980, 90년대 스타들의 모습이다. 멋지고, 품위 있는 콧수염의 주인공들이다.

이후로 한동안 사라졌다. 그걸 22살의 루키가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캐릭터의 시작은 우연히 이뤄졌다. 대학 시절, 그러니까 공군사관학교 시절에도 잘 던졌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진짜 천재성은 루이지애나 주립대(LSU)로 옮긴 뒤에 발휘된다. (물론 이 무렵 타자를 포기하고, 투수에 전념한 영향도 있지만.)

어느 날이다. 아침에 보니 면도날이 모두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그냥 경기장에 나가야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젠 면도를 안 해도 괜찮구나.’ 그전까지는 사관생도였다. 용모 규정이 엄격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개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지금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후로 많은 게 달라졌다. 22살 같지 않은 어떤 의외성이다. 앳된 외모는 완전히 상쇄된다. 콧수염 특유의 노련함, 날카로움이 묻어난다. 그게 강력한 파워와 적절하게 어우러진다. 타석을 압박하는 카리스마로 발휘된다.

자연히 성적도 좋아졌다. NCAA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자신은 MVP에 선정됐다. 그리고 MLB 드래프트에서도 전체 1위로 지명된다. 920만 달러(약 127억 원)의 역대 최고액을 받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스스로도 이렇게 밝힌다. “콧수염 덕분에 얻은 행운이 많은 것 같다. (지금 스타일을) 앞으로도 계속 지킬 것이다.”

콧수염 기르기 전 스킨스의 모습.  11Point7 College ba<x>seball SNS 캡처

그를 향한 열기는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홈구장 PNC 파크에는 콧수염을 그린 팬들로 넘쳐난다. 관련된 유니폼과 굿즈가 날개 돋친 듯 팔린다. 온라인 장터 아마존에는 콧수염과 그의 백넘버 (30번)가 새겨진 티셔츠도 등장했다.

여자 친구 덕도 크다. LSU 동문인 동갑내기 리비 던이다. (리듬) 체조 선수로 유명하다. 동시에 대단한 SNS 스타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팔로워를 합하면 1300만 명이 넘는다. 야구계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숫자다.

둘의 사진은 하나하나가 화보다. 이번 올스타전 레드 카펫 때도 마찬가지다. 보통은 오타니 부부에게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했다. 결혼 후 첫 참가 아닌가. 물론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향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등장했다. 바로 스킨스-던 커플이었다. 남자는 1980년대 복고풍 패션이다. 흰색 싱글에 갈색 선글라스 차림이다. 시크한 콧수염에,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푹 찔러 넣었다. 그 옆에 밝고, 재기발랄한 파트너가 환한 미소를 짓는다.

22살 커플에 환호가 터진다. 팬들 모두 휴대전화를 켜고, 사진 앱을 연다. 보도진들도 마찬가지다. 카메라 앵글과 마이크를 이들에게 향한다. 수많은 미디어가 그 모습을 메인 화면과 커버 스토리로 장식했다.

바야흐로 스킨스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순간이다. 콧수염과 레트로의 시대가 다시 열리는 순간이다.

올스타전 레드카펫 무대에 선 스킨스-던 커플의 모습.     MLB.com 화면 캡처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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