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삼진을 당한 상대 타자도 엄지를 들었다. 1위 독주 체제를 굳힌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에 최고 시속 153km 뿌리는 선발투수까지 생겼다. 2000년생 우완 김도현(24)이 대체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김도현은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했다. 좌완 선발 윤영철이 지난 13일 광주 SSG전에서 허리 통증으로 2이닝 만에 강판된 뒤 허리 피로 골절 소견을 받아 이탈했고, 이범호 KIA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김도현을 대체 선발로 낙점했다.
2022년 4월 KIA로 트레이드되기 전 2019~2021년 한화에서 3년간 28번의 선발등판 경험이 있었던 김도현은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 2월21일 전역했다. 2군에서 몸을 만들어 5월에 1군 합류한 뒤 롱릴리프 역할을 했고, 내년 시즌부터 선발투수로 본격 가동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윤영철의 갑작스런 부상 이탈로 계획이 앞당겨졌고, 이날은 시즌 첫 선발등판인 만큼 투구수를 최대 70개로 잡고 들어갔다.
이범호 감독은 “투구수 60~70개로 시작한다. 조금씩 개수를 올려서 올 시즌 안에 100개까지 채워 선발로서 개수를 만드는 것도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오늘 경기를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분간 도현이가 선발 로테이션을 돌아야 하기 때문에 볼 개수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입대 전이었던 2022년 7월1일 문학 SSG전 이후 749일 만의 선발이었지만 김도현은 전혀 낯설지 않은 모습이었다. 1회부터 김태연을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는 직구로 루킹 삼진 잡으며 삼자범퇴로 시작했다. 2회 노시환에게 중월 2루타를 맞은 뒤 실책이 겹쳐 이어진 1사 3루에서 채은성의 유격수 땅볼로 내준 1점이 유일한 실점으로 비자책이었다.
3회 무사 1루에선 이도윤에게 몸쪽 낮은 투심을 던져 투수 앞 땅볼을 이끌어냈다. 침착하게 타구를 잡은 뒤 2루로 정확하게 송구하며 1-6-3 병살타로 연결시켰다. 4회에는 요나단 페라자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볼카운트 2B-2S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5구째 체인지업에 페라자의 배트가 헛돌았다. 삼진을 당한 페라자가 김도현에게 엄지를 치켜세울 만큼 기막힌 공이었다.
다음 타자 김태연도 8구 승부 끝에 바깥쪽 높게 걸치는 직구로 루킹 삼진 처리, 삼자범퇴로 기세를 올린 김도현은 5회도 삼자범퇴로 정리하며 투구수 68개로 선발승 요건을 갖췄다. 5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비자책) 호투로 KIA의 7-3 승리를 이끌며 시즌 첫 선발승이자 2승(3패)째를 거뒀다. 한화 소속이었던 2020년 10월7일 광주 KIA전 이후 1380일 만의 선발승이었다.
친정팀 한화 상대로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앞서 3번의 구원등판 포함 올해 한화전 4경기에서 1승1홀드를 따내며 8⅔이닝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갔다. 경기 후 김도현은 “친정팀 상대로 계속 좋은 결과가 있는데 (평소처럼) 똑같이 던지려고 했다. 더 잘 던져야겠다는 생각보다 한 이닝, 한 이닝씩 막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말했다.
4년 만의 선발승에 대해 “기억이 날듯 말듯하다”며 웃은 김도현은 “2군에 있다가 선발로 던진다고 했으면 긴장했을 텐데 1군에 계속 있어서 그렇지 않았다. 긴 이닝을 던지려고 한 것은 아닌데 형들의 호수비 덕분에 힘이 됐다. 간만에 5이닝을 던져서 너무 좋았다”고 기뻐했다.
이날 김도현은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3km, 평균 151km 직구(24개) 외에 슬라이더(15개), 커브(14개), 체인지업(10개), 투심(5개) 등 5가지 구종을 고르게 썼다. 전역 이후 몰라보게 빨라진 구속을 꾸준히 유지하면서도 구종의 다양성과 제구력을 뽐냈다. 2회 무사 3루에서 안치홍을 낙차 큰 커브로, 4회 페라자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더니 김태연을 상대로는 두 번이나 핀포인트 제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한화 시절부터 ‘선발 체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도현은 “내가 생각해도 불펜보다 선발 쪽이 맞는 것 같은데 선발이든 불펜이든 다 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감독님께서 선발로 기회를 주신 만큼 선발로 생각하고 있다”며 “팀이 부상으로 힘든 상황에서 감독님이 좋은 기회를 주셨다. 준비 잘해서 선발진 한 자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경기에서 화제가 된 페라자의 엄지 척도 정작 김도현은 보지 못했다. 경기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었던 터라 페라자에게 무슨 공을 던졌는지도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페라자의 엄지 척을) 못 봤는데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 (숙소에) 가서 영상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무슨 공을 던졌는지 진짜 기억이 안 난다. 직구는 아니었다”며 웃은 김도현은 구속 상승에 대해 “힘이 될 때 155km까지 한 번 던져보고 싶지만 그건 완전 나중 일이다. 지금은 컨트롤이나 이런 것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마지막 이닝에 힘이 조금 떨어진 느낌도 있었는데 그런 부분도 잘 보완하겠다”며 다음 경기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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