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에 투타를 겸업하는 이도류가 탄생하는 것일까. 유격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백승현(29)은 왜 4년 만에 다시 타석에 섰을까.
백승현은 지난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9차전에서 깜짝 투타겸업을 선보였다. 투수로 1이닝 퍼펙트, 타자로 1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백승현은 15-5로 크게 앞선 8회초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허경민, 강승호, 김재환 순의 두산 중심타선을 만나 공 7개로 깔끔한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허경민을 유격수 땅볼, 강승호를 3루수 땅볼, 김재환을 초구에 2루수 땅볼로 손쉽게 돌려보냈다.
LG는 이어진 8회말 선두타자 신민재가 3루타를 날린 데 이어 홍창기가 달아나는 1타점 내야안타를 쳤다. 이후 포일로 홍창기가 2루로 이동했고, 타석에 있던 구본혁이 1루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16-5로 리드한 8회말 1사 2루 득점권 찬스. 타석에 등장한 선수는 앞서 8회초를 삼자범퇴 처리한 투수 백승현이었다. LG가 8회초 야수 소진과 함께 지명타자를 없애면서 3번 타순이 투수가 됐고, 대타 카드가 소진된 상황에서 백승현이 불가피하게 타자를 맡게 됐다. 지난 2020년 7월 17일 이후 약 4년 만에 타자 나들이였다.
박해민에게 방망이, 김범석에게 헬멧을 빌린 백승현은 두산 박정수를 만나 초구와 2구를 모두 헛스윙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이어 3구째 커브를 맞혔지만, 투수 땅볼을 치며 2루주자 홍창기를 3루로 보내는 데 만족했다.
경기 후 만난 백승현은 “준비할 수 있는 타자가 없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타순이 돌아오면 타자로 나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타자였을 때보다 팬들이 더 환호를 해주셨다. 오랜만에 들어갔는데 다리가 정말 떨렸다. 4년 만에 타석이라 공을 못 맞히겠더라. 타자들이 정말 대단한 거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처음 타자 출전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백승현은 “많이 당황했다. 들어가기 전에 문보경한테 ‘야 이거 게임 아니지?’라고 말했더니 ‘형 진짜예요. 빨리 들어가세요’라고 하더라”라고 웃으며 “감독님이 한 번 쳐보라고 해서 적극적으로 임했다. 타자 형들도 왼쪽 어깨에 벽을 만들라고 해서 잠시 내가 다시 타자가 된 거 같았다”라고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인천고 출신의 백승현은 원래 야수였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3라운드 30순위로 입단해 오지환의 뒤를 이을 유격수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군 복무를 일찌감치 마쳤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세 시즌 동안 28경기 출전에 그쳤다. 백승현은 이듬해 호주프로야구 질롱 코리아에 파견됐는데 당시 투수로 깜짝 등판해 154km 강속구를 던졌다.
백승현은 2020시즌 유격수로 1~2군을 오간 가운데 전반기 도중 전격 투수 전향 결단을 내렸다. 백승현은 빠른 성장세와 함께 지난해 42경기 2승 3패 11홀드 평균자책점 1.58로 호투하며 우승 필승조로 거듭났다.
이날을 계기로 투타겸업을 도전하겠냐는 질문에 백승현은 “난 방망이와는 거리가 먼 거 같다. 투수를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다만 백승현은 지난해와 달리 올해 마운드에서 23경기 1승 1패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7.64의 부침을 겪고 있다. 6월 월간 평균자책점 1.86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7월 들어 다시 12.00을 기록 중이다.
백승현은 “계속 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항상 좋은 말씀해주시는데 그 믿음에 보답하지 못해서 힘들었다. 감독님과 요즘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많이 가르쳐주신다.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하다보니 초반보다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라고 반등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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