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홈런은 담장만 넘어가면 다 같은 홈런이다. 얼마나 더 멀리 날아가느냐에 따라 점수가 더 주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담장 밖으로 까마득하게 멀리 날아가는 홈런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외감을 준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루벤 카데나스의 데뷔 첫 홈런이 그랬다.
데이비드 맥키넌의 대체 선수로 삼성의 새 식구가 된 카데나스는 마이너리그 통산 554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2리(2043타수 555안타) 99홈런 362타점 333득점을 올렸다. 올 시즌 필라델피아 필리스 산하 트리플A 르하이밸리 아이언피그스 소속으로 75경기에서 타율 2할7푼7리(289타수 80안타) 20홈런 56타점 52득점 10도루를 거뒀다.
지난 19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첫선을 보인 카데나스는 6회 좌익수 방면 2루타를 터뜨리는 등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카데나스의 데뷔전을 지켜본 박진만 감독은 “첫 실전이었는데 2루타를 때려냈다. 실전 감각을 더 쌓으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국내 투수와 처음 상대했는데 적응력을 키우면 (팀 타선에) 힘이 될 만한 장타력을 보유했다”고 말했다.
박진만 감독은 또 “표정이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선수다. 아시아 야구가 처음이지만 빨리 적응할 것 같다. 느낌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날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카데나스는 13-4로 크게 앞선 6회 선두 타자로 나서 데뷔 후 처음으로 손맛을 봤다. 홀드왕 출신 롯데 좌완 진해수와 볼카운트 1B-2S에서 5구째 슬라이더(128km)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 밖으로 날려 버렸다. 비거리는 140m. 카데나스는 8회 좌전 안타를 때려내며 데뷔 첫 멀티히트를 달성했다.
삼성은 롯데를 21-4로 격파하고 지난 17일 광주 KIA전 이후 3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카데나스는 경기 후 구단 유튜브 채널 ‘라이온즈 TV’를 통해 “첫 홈런을 때려 너무 좋다. 팀이 이겨 더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
카데나스가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 오자 삼성 선수들은 ‘무관심 세리머니’를 했다. 이에 카테나스는 “(무관심 세리머니를) 몰랐다. 덕아웃에 들어왔는데 모든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 해주길래 ‘아, 이거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카데나스를 영입한 뒤 “해마다 마이너리그에서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는 등 일발 장타력을 보유한 장거리 타자로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홈런을 기대하는 팬들의 바람을 채워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데뷔 후 2경기 만에 홈런을 터뜨렸다. 무려 140m 짜리 대형 아치를 그리며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물론 전국 어디서든 다 넘길 수 있는 어마어마한 파워를 가졌다는 걸 입증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