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야구가 어쩜 이렇게 잘 풀릴 수 있을까. 프로야구 1위를 질주 중인 KIA 타이거즈에 방출생들의 활약까지 더해지고 있다. 시즌 내내 소금 같은 활약을 하고 있는 내야수 서건창(35)에 이어 투수 김승현(32)도 의미 있는 승리를 따내며 불펜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KIA는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에서 9-8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8회말까지 5-7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9회초 대타 김도영의 안타를 시작으로 최형우의 스리런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6연승을 질주하며 7월 14경기에서 12승을 쓸어담은 KIA는 57승35패2무(승률 .620)로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2위 LG도 최근 5연승을 달리고 있지만 KIA와의 6.5경기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경기 후 이범호 KIA 감독은 “역전을 허용했지만 뒤이어 나온 투수들이 점수를 주지 않았던 게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고 말했다. 불펜이 6회에만 4점을 내주며 리드를 빼앗겼지만 7~9회 김사윤(1이닝), 이준영(⅔이닝), 김승현(⅓이닝), 전상현(1이닝) 등 4명의 투수들이 3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승리투수는 김승현이었다. 5-7로 뒤진 8회말 2사 2루 위기에 올라온 김승현은 첫 타자 김태연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1,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한화 4번타자 노시환을 3구 삼진 잡고 이닝을 끝냈다. 초구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3구 연속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뺏어내며 위기를 극복했다.
곧 이어진 9회초 KIA가 최형우의 스리런 홈런으로 재역전했고, 전상현이 9회말 실점 없이 1점차 리드를 지키며 짜릿한 역전극을 완성했다. 아웃카운트 1개였지만 한화의 추가 득점을 가로막은 김승현이 시즌 첫 승리투수가 됐다.
지난해 KIA로 팀을 옮긴 이후 첫 승이자 5년 만에 거둔 승리라 더욱 의미 있었다. 삼성 소속이었던 2019년 7월12일 잠실 LG전(구원 1⅓이닝 무실점) 이후 1838일 만의 승리였다.
강릉고-건국대 출신 우완 투수 김승현은 2016년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았다. 평균 시속 150km대 강속구를 뿌리며 대학리그의 오승환이라고 불렸지만 팔꿈치 부상이 겹치면서 기대만큼 크지 못했다. 2022년까지 삼성에서 91경기 모두 구원등판, 2승8패4홀드 평균자책점 5.51에 그쳤다. 94⅔이닝을 던지며 삼진 76개를 잡았지만 볼넷 62개를 내준 제구 불안이 아쉬웠다.
결국 2022년 시즌을 마친 뒤 삼성에서 방출됐다. 하지만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방출을 당한 뒤 호주로 건너가 질롱 코리아에서 재기를 모색했고, 그해 겨울 KIA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시 김승현은 “KIA는 한국의 뉴욕 양키스라는 인상을 받았다. 팬들의 열정도 강한 전통의 명문 구단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봉 4500만원에 선수 생활을 이어간 김승현은 지난해 1군 10경기에서 12⅔이닝을 던지며 승패 홀드 없이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했다. 2군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고, 올해도 6월 중순까지 퓨처스리그에서만 던졌다. 지난달 19일 시즌 첫 1군 콜업 후 3경기 만에 엔트리 말소됐지만 지난 14일 재콜업 후 멀티 이닝으로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리고 21일 한화전에서 역전승 발판이 된 아웃카운트 1개로 승리를 따냈다. PTS 기준 직구 평균 구속이 146.2km로 경쟁력이 있다.
KIA는 그동안 타팀이 포기한 방출 선수를 데려와 꾸준히 재미를 봤다. 투수 최향남, 최영필, 홍상삼, 김재열, 김건국, 내야수 정성훈, 외야수 고종욱이 1군에서 크고 작은 활약을 했다. 올해는 보장 연봉 5000만원, 인센티브 7000만원 포함 최대 1억2000만원에 영입한 내야수 서건창이 69경기 타율 2할8푼8리(160타수 46안타) 1홈런 18타점 30득점 32볼넷 출루율 4할5리로 반등하며 타선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여기에 김승현까지 KIA의 방출생 성공 계보에 들어갈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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