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5~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올스타전 관련 각종 지표를 최근 공개했다. 올스타전(6일)은 2만 2500명 만원 관중을 기록했고, 퓨처스 올스타전(5일)에는 1만 1869명이 입장했다. 케이블 5개 채널 합산 TV 시청률은 퓨처스 올스타전이 1.22%, 올스타전은 3.19%였다. 지난해 퓨처스 올스타전 0.95%보다 28%, 올스타전 2.30%보다 39% 증가한 수치다. 또 사상 최초로 CGV 9개 극장 총 14개관에서 올스타전이 생중계됐고, 전체 좌석 수인 2607석 중 2204석이 판매돼 객석 점유율 84.5%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MLB(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팬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2024 MLB 올스타를 중계한 폭스 스포츠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이번 시즌 올스타전 시청자는 744만 3000명으로, 시청률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KBO나 MLB 모두 올스타전이 승부의 박진감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에 대해 MLB는 2003년부터 올스타전에 승리한 리그가 월드시리즈 1·2·6·7차전을 홈 구장에서 치르는 방안을 도입했다. KBO는 올스타전 승리팀 상금을 올리고 미스터 올스타가 승리팀에서 나오게 했다. 그리고 올스타전 출장을 거부하는 선수의 경우 정규시즌 현역선수 등록 말소 및 재등록 제한 규정을 뒀다. 그러나 가시적인 효과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KBO는 야구 외적인 접근(이벤트 극대화)을 통해 '올스타전이 재미있다'는 평가가 나오게 만들었다. 그 결정판이 '베스트 퍼포먼스상' 시상이다. KBO는 2019년부터 이 상을 신설해 올스타전에서 쇼맨십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선수에게 상금과 부상을 수여했다.
초대 베스트 퍼포먼스상의 주인공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이었다. 로맥은 당시 '로맥아더'라는 애칭에 어울리게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처럼 파이프 담배를 입에 물고 가죽점퍼를 입은 채 타석에 들어섰다. 이후 올스타전이 되면 정규시즌에서 야구에 전념하던 선수들이 자신을 망가뜨리며(?) 팬들과 하나가 되고 있다. 팬들, 특히 20~30대 여성팬들이 여기에 열광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올스타전이 잠시 중단됐지만 2022년부터 KBO 올스타전은 경기 결과보다는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누가 타는지에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O가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시상하기 전인 2018년까지는 올스타전 전날과 당일에 퓨처스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더비), 퍼펙트 피처 등 사전 행사가 진행되고 올스타전에선 미스터 올스타(MVP)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보다 훨씬 앞인 프로야구 원년, 1982년부터 1985년까지 올스타전은 한 해에 2~3경기가 치러졌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올스타 게임 외에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다가 1993년 홈런 레이스, 2007년 퓨처스 올스타전이 생겼고 2015년 올스타전부터 전야제 성격의 '올스타 프라이데이'라는 명칭 하에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홈런 레이스나 퓨처스 올스타전은 MLB에서 일찍부터 시작된 이벤트이기 때문에 KBO나 MLB가 대동소이하다. 두 리그의 차이점은 역시 선수들의 야구 외적인 퍼포먼스다. KBO 올스타전을 과거와 현재로 구분한다면 2019년 베스트 퍼포먼스상이 신설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올스타전의 베스트 퍼포먼스상은 자선야구대회에서 모티브를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 2012년부터 양준혁야구재단에서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를 열고 있는데 선수들의 다양한 코스프레 퍼포먼스가 주목을 받았다.
반면 MLB는 '월드시리즈 홈 구장 어드밴티지'라는 야구 내적인 접근으로 난관을 극복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MLB 역시 MZ세대의 야구장 유인을 위해 피치 클록,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수비 시프트 금지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으나 올스타전은 아직까지 전통적인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반면 KBO 선수들의 야구 외적인 퍼포먼스가 20~30대 연령층 또는 MZ세대에게 사랑받는 것은 시사점이 크다. 최근 KBO 올스타전은 SK와이번스가 2007년부터 추진한 스포테인먼트가 한층 진화된 형태일지 모른다. 과거 엄숙하고 점잖음을 미덕으로 여겼던 야구 선수들은 요즘 많이 달라졌다. 최근 들어 농구와 배구선수들도 올스타전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팬들한테 선사하고 있다.
그러면 올스타전의 미래는 어떨까. 이벤트 효과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예외없이 적용돼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식상해진다. 지금은 선수들이 특이한 복장의 코스프레라든가 최신 유행의 걸그룹 댄스를 하는 자체만으로 반향이 크지만 이것도 수명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든 올스타전은 진화, 발전할 것이다. 팬, 연예인, 해설위원, 또는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감독의 역할을 하거나, 감독이 선수들의 위치에서 플레이를 하거나,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마이크를 몸에 달고 뛰면서 팬들에게 자신의 플레이를 설명해주는 시도가 머지 않아 나올 수 있다. 올해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양팀 감독이 3쿼터에 선수로 출전했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마이크를 차고 경기에 출전해 생생한 목소리를 팬들에게 들려주는 마이크드 업(Mic'd Up)이라는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스포츠는 엄격하고 진지한 편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으로는 20~30대 연령층 또는 MZ세대에게 소구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올스타전은 이벤트 경기이다 보니 야구 본질적 관점 또는 내적인 접근보다는 팬, 고객 관점 또는 야구 외적인 접근이 통한다. 미래의 올스타전은 보다 더 진화, 발전해 팬 참여형 또는 쌍방향성 이벤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해본다.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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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황성빈이 지난 6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올스타전에서 3회 말 배달기사 옷을 입고 그라운드에 등장하고 있다. 황성빈은 이날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받았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이에 반해 MLB(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팬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2024 MLB 올스타를 중계한 폭스 스포츠는 지난 18일(한국시간) "이번 시즌 올스타전 시청자는 744만 3000명으로, 시청률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KBO나 MLB 모두 올스타전이 승부의 박진감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에 대해 MLB는 2003년부터 올스타전에 승리한 리그가 월드시리즈 1·2·6·7차전을 홈 구장에서 치르는 방안을 도입했다. KBO는 올스타전 승리팀 상금을 올리고 미스터 올스타가 승리팀에서 나오게 했다. 그리고 올스타전 출장을 거부하는 선수의 경우 정규시즌 현역선수 등록 말소 및 재등록 제한 규정을 뒀다. 그러나 가시적인 효과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KBO는 야구 외적인 접근(이벤트 극대화)을 통해 '올스타전이 재미있다'는 평가가 나오게 만들었다. 그 결정판이 '베스트 퍼포먼스상' 시상이다. KBO는 2019년부터 이 상을 신설해 올스타전에서 쇼맨십으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선수에게 상금과 부상을 수여했다.
SK 로맥이 2019 KBO 올스타전에서 맥아더 장군을 연상시키는 복장을 하고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OSEN |
KBO가 베스트 퍼포먼스상을 시상하기 전인 2018년까지는 올스타전 전날과 당일에 퓨처스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더비), 퍼펙트 피처 등 사전 행사가 진행되고 올스타전에선 미스터 올스타(MVP)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보다 훨씬 앞인 프로야구 원년, 1982년부터 1985년까지 올스타전은 한 해에 2~3경기가 치러졌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올스타 게임 외에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다가 1993년 홈런 레이스, 2007년 퓨처스 올스타전이 생겼고 2015년 올스타전부터 전야제 성격의 '올스타 프라이데이'라는 명칭 하에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홈런 레이스나 퓨처스 올스타전은 MLB에서 일찍부터 시작된 이벤트이기 때문에 KBO나 MLB가 대동소이하다. 두 리그의 차이점은 역시 선수들의 야구 외적인 퍼포먼스다. KBO 올스타전을 과거와 현재로 구분한다면 2019년 베스트 퍼포먼스상이 신설되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올스타전의 베스트 퍼포먼스상은 자선야구대회에서 모티브를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 2012년부터 양준혁야구재단에서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를 열고 있는데 선수들의 다양한 코스프레 퍼포먼스가 주목을 받았다.
반면 MLB는 '월드시리즈 홈 구장 어드밴티지'라는 야구 내적인 접근으로 난관을 극복하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MLB 역시 MZ세대의 야구장 유인을 위해 피치 클록,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수비 시프트 금지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으나 올스타전은 아직까지 전통적인 입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롯데 윤동희(왼쪽)가 지난 6일 KBO 올스타전에서 2회 말 타석에 들어서기 전 배구 선수 김희진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그러면 올스타전의 미래는 어떨까. 이벤트 효과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이 예외없이 적용돼 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식상해진다. 지금은 선수들이 특이한 복장의 코스프레라든가 최신 유행의 걸그룹 댄스를 하는 자체만으로 반향이 크지만 이것도 수명의 한계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형식으로든 올스타전은 진화, 발전할 것이다. 팬, 연예인, 해설위원, 또는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감독의 역할을 하거나, 감독이 선수들의 위치에서 플레이를 하거나,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가 마이크를 몸에 달고 뛰면서 팬들에게 자신의 플레이를 설명해주는 시도가 머지 않아 나올 수 있다. 올해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양팀 감독이 3쿼터에 선수로 출전했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마이크를 차고 경기에 출전해 생생한 목소리를 팬들에게 들려주는 마이크드 업(Mic'd Up)이라는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 스포츠는 엄격하고 진지한 편이다. 그러나 이런 관점으로는 20~30대 연령층 또는 MZ세대에게 소구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올스타전은 이벤트 경기이다 보니 야구 본질적 관점 또는 내적인 접근보다는 팬, 고객 관점 또는 야구 외적인 접근이 통한다. 미래의 올스타전은 보다 더 진화, 발전해 팬 참여형 또는 쌍방향성 이벤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해본다.
류선규 전 단장. |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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