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이제 대안이 없지 않다. 어쩌면 당장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생각하면 차근차근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 아닐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5~6월 뜨거웠던 분위기가 7월이 되자 차갑게 식었다. 지난주 상위권 두산과 삼성을 차례대로 만나서 3승3패 5할 승률을 거뒀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21일 대구 삼성전은 4-1로 앞서고 있었지만 추가점을 뽑지 못하고 추격을 당했다. 결국 9회 삼성 루벤 카데나스에게 끝내기 투런포를 얻어 맞고 5-6으로 역전패로 이어졌다. 마무리 김원중이 5아웃 세이브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현 시점에서 5~6월의 분위기가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타선의 그래프가 꺾였기 때문. 두 달 동안 팀 타율 2할9푼7리 OPS .821로 불타올랐지만 7월에는 팀 타율 2할4푼6리 OPS .703으로 뚝 떨어졌다. 두 달 동안 맹렬했던 타선의 흐름이 식고 그래프가 꺾일 시점이긴 했다. 투수진의 반등이 없는 상황(5~6월 ERA 4.89 / 7월 ERA 5.22)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팀의 성적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7월의 타선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꾸준히 활약을 이어가고 7월과 후반기 맞춰서 부상에서 돌아올 전준우 고승민 손호영이 받쳐준다면, 5~6월을 버텨준 타자들의 페이스가 꺾이더라도 타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 롯데는 타선 전체적인 페이스가 꺾인 것은 물론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도 당장 힘을 보태주지 못해주고 있다. 레이예스는 타율 4할1푼5리(53타수 22안타) 3홈런 11타점 OPS 1.089로 활약해주고 있고 윤동희 타율 2할9푼8리(47타수 14안타) 1홈런 8타점 OPS .847, 나승엽 타율 2할9푼3리(41타수 12안타) 2홈런 8타점 OPS .916으로 활약해주고 있다.
하지만 ‘마황’ 황성빈이 타율 1할4푼(43타수 6안타) 1타점 OPS .353에 그치고 있고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박승욱도 타율 1할9푼5리(41타수 8안타) 4타점 OPS .584로 부진하다. 무엇보다 부상에서 돌아올 고승민이 타율 1할8푼2리(44타수 8안타) 2타점 OPS .455로 감각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손호영도 이제 막 2경기를 뛰었는데 타율 1할4푼3리(7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 전준우의 활약상이 아쉽다. 종아리 힘줄 부상에서 돌아온 6월26일 이후 16경기 타율 2할2푼6리(62타수 14안타) 4홈런 13타점 OPS .801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7월 한 달 간 성적은 타율 2할5푼5리(51타수 13안타) 4홈런 11타점 OPS .874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타율은 낮지만 장타와 출루 등 생산력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현재 롯데 타선에서 홈런을 칠 수 있는 몇 안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한 달 넘게 결장을 하고도 11개의 홈런으로 팀 내 홈런 1위에 올라 있다. 장타력 하나는 38세의 나이에도 최고다.
다만, 현재 전준우는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홈런을 친다고는 하나 득점권에서의 생산력이 아쉽다. 올 시즌 전준우의 득점권 타율은 2할1푼6리(74타수 16안타) 1홈런 27타점에 OPS .627에 불과하다. 7월 이후 기준으로 놓고 봐도 득점권 타율은 2할2푼2리(9타수 2안타)에 그치고 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의하면 중요도가 높은 하이 레버리지 상황에서의 타율은 1할4푼6리(41타수 6안타) OPS .412에 그치고 있다.
시즌마다 득점권 타율은 달라질 수 있고 결국 시즌 타율에 회귀하는 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2020~2023년, 첫 FA 계약을 맺고 4시즌 동안 전준우의 득점권 타율은 3할1푼8리에 달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득점권 타율은 평균을 훨씬 밑돈다. 득점권 상황이 많이 걸리는 중심타선에서 전준우의 효용가치는 현 시점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준우는 올해 선발 출장한 모든 경기에서 3~5번, 클린업 트리오로 나섰다. 이전이라면 전준우의 역할을 대신할 선수들이 마땅치 않았기에 전준우를 중심 타선에 놓을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다르다.
‘윤고나황(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으로 불리는 롯데 타선의 새로운 코어 자원들이 등장했다. 현재 고승민과 황성빈이 부진하지만 윤동희와 나승엽은 풀타임 시즌을 버티면서 타선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중심타선에서 전준우의 장타력을 당장 대체하기는 힘들겠지만 다른 방향으로 득점력과 생산력을 높여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온 뒤 아직 감각이 온전치 않지만 손호영도 전준우의 역할을 대신해줄 수 있는 선수다.
되려 전준우가 하위타선에서 한 방을 장착하고 대기하고 있다면 하위타선의 무게감이 더해질 수 있다. 한 방을 칠 수 있는 포수 유강남이 무릎 수술로 시즌 아웃됐고 박승욱도 침체된 상황에서 전준우가 하위타선의 핵이 될 수 있다.
전준우는 올 시즌을 앞두고 4년 47억원에 두 번째 FA 계약을 맺로 롯데 원클럽맨을 선언했다. 전준우의 클러치 능력이 다시 회복된다면 중심타선에 배치하는 게 당연하다. 당장 전준우의 커리어와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심타선에 대한 대안이 당장 없는 건 아니다. 팀 타선의 흐름도 좋지 않은 상황.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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