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저도 지금 다시 알아가는 중입니다."
분명 지난해 퓨처스 팀에서 직접 지도한 선수인데 1군으로 올라와 못 본 사이 확 달라졌다. 이승호(48) 키움 히어로즈 1군 투수코치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선수는 키움 팬들에겐 아직 양기현이란 이름으로 익숙한 우완 투수 양지율(26)이다.
양지율은 서울청구초-홍은중-장충고 졸업 후 2017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7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부터 시속 140㎞ 중반의 직구와 각이 좋은 슬라이더를 꾸준하게 던져 주목받았다. 그 가능성을 엿본 키움은 이정후(26·1차 지명), 김혜성(25·2차 1번) 다음으로 뽑을 투수 1번으로 양지율을 낙점했다.
그러나 프로 데뷔 후 커리어는 순탄치 않았다. 부상의 연속이었다. 2017~2018년은 재활에만 매진했고 2019년 처음 1군에 데뷔했으나, 4경기에 그쳤다. 그해 겨울에는 호주 질롱 코리아로 파견돼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뿌리며 기대를 모았다. 기세를 타고 2020년에는 가장 많은 1군 24경기를 뛰면서 평균자책점 3.86, 23⅓이닝 12탈삼진을 기록했으나, 또 한 번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하필 부상 부위도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어깨여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2021년에는 아예 경기를 뛰지 못했고 2022년에도 퓨처스리그에서만 12경기 11⅔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물론 그 2년간 재활에만 매달린 건 아니었다. 왼쪽 어깨와 오른쪽 팔꿈치의 수평을 맞추면서 부상 위험을 낮췄고 기존의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에 정찬헌(35)으로부터 스플리터도 새로 전수받았다.
야구 외적인 것에도 변화를 줬다. 가장 먼저 등번호를 15번에서 질롱코리아 때 좋았던 기억을 살려 55번으로 바꿨고, 시즌 중에는 이름도 양기현에서 양지율로 변경했다. 하지만 1군 무대는 쉽지 않았다. 2023년 8월 10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에 등판해 ⅔이닝 동안 2개의 삼진을 솎아냈지만, 안타 하나와 볼넷 3개를 내줬고 결국 그 경기를 끝으로 다시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당시 키움 홍원기(51) 감독은 양지율의 1군 말소 소식을 전하면서 "2사 후 갑자기 볼넷이 많아진다는 건 기술적인 면과 멘탈적인 측면이 크다. 본인의 문제점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군의 벽은 높고 선수들은 성장해야 한다"며 "기회를 받을 때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올 시즌과 내년 계획이 선다. 준비 과정이 철저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 뒤 양지율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고척 롯데전이었다. 2사 후 볼넷을 3개나 내주며 자멸했던 1년 전과 달리 이 경기에서는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1이닝을 마무리했다. 특히 또 2사 후 3연속 볼을 던지며 흔들리는 듯했으나, 시속 140㎞의 직구 3개로 끝내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후 승승장구했다. 계속해서 1군에 머무르면서 차츰 출전 기회를 늘리더니 11경기 승패 없이 2홀드 평균자책점 2.31로 필승조에 준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1년 전 냉정한 평가를 내렸던 홍원기 감독의 태도도 달라졌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28일 고척 KIA전에서 양지율을 두고 "후반기 들어 불펜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조상우 선수가 돌아온다고 하면 경기 후반에 쓸 수 있는 옵션이 더 늘어났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재활 복귀 후 시속 145㎞까지 나오던 직구 구속은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평균 139㎞에 머물고 있다. 목표로 했던 스플리터 대신 투심 패스트볼을 들고 나왔고, 여전히 직구 52.7%, 슬라이더 26.6%로 투피치인 건 여전하다.
지난해 잔류군 투수코치로서 양지율을 지켜본 바 있는 이승호 1군 투수코치는 약간의 메커니즘적인 변화와 달라진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이 코치는 "(양)지율이가 몸의 중심 이동에 대해 준비를 해왔다. 지율이가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도 지켜보고 알아가는 중인데 공이 지난해와 공이 너무 다르다. 달라진 게 확실히 느껴진다"고 칭찬했다.
이어 "지난해만 해도 지율이가 결과가 너무 안 나오다 보니 자신감이 조금 없어 보였는데 올해는 마운드에서 망설임 없이 전력으로 던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나도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자신감 있는 피칭은 최근 경기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30일 고척 NC 다이노스전 박민우와 승부가 대표적이었다. 하영민을 대신해 7회 등판해 하위 타선을 상대한 양지율은 박시원과 김형준을 땅볼로 돌려세우고 김주원과 어려운 승부를 했다. 2스트라이크 후 볼만 4개를 던져 결국 김주원의 다리 쪽을 맞히고 1루로 내보냈다. 3할 타율의 박민우는 2B2S에서도 공을 걷어내며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양지율도 이에 지지 않고 7구째 직구를 몸쪽 가까이 과감히 붙이면서 결국 루킹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경기 후 양지율은 "(김주원의 타석에서) 유리한 볼 카운트에 사구를 줘 아쉬웠다. 상대 타자(박민우)가 누구든지 내 공을 믿고 던진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직구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회전수가 잘 나오고 있다. 덕분에 빗맞는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최근 호투의 이유를 설명했다.
올 시즌 드래프트 동기 김재웅(26)이 국군체육부대(상무)로 떠나고 팀이 새로운 불펜 조각을 찾아 나선 상황에서 양지율이 자리 잡아준다면 키움에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양지율은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게 될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긴장됐지만, 그와 동시에 책임감도 느꼈다. 등판했을 때는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마운드에서 내 공만 믿고 던지려 한다"면서 "그동안 2군에서 재활을 하는 시간이 길었다. 앞으로는 부상 없이 꾸준하게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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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양지율. /사진=김진경 대기자 |
분명 지난해 퓨처스 팀에서 직접 지도한 선수인데 1군으로 올라와 못 본 사이 확 달라졌다. 이승호(48) 키움 히어로즈 1군 투수코치를 흥미진진하게 만든 선수는 키움 팬들에겐 아직 양기현이란 이름으로 익숙한 우완 투수 양지율(26)이다.
양지율은 서울청구초-홍은중-장충고 졸업 후 2017 KBO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7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부터 시속 140㎞ 중반의 직구와 각이 좋은 슬라이더를 꾸준하게 던져 주목받았다. 그 가능성을 엿본 키움은 이정후(26·1차 지명), 김혜성(25·2차 1번) 다음으로 뽑을 투수 1번으로 양지율을 낙점했다.
그러나 프로 데뷔 후 커리어는 순탄치 않았다. 부상의 연속이었다. 2017~2018년은 재활에만 매진했고 2019년 처음 1군에 데뷔했으나, 4경기에 그쳤다. 그해 겨울에는 호주 질롱 코리아로 파견돼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뿌리며 기대를 모았다. 기세를 타고 2020년에는 가장 많은 1군 24경기를 뛰면서 평균자책점 3.86, 23⅓이닝 12탈삼진을 기록했으나, 또 한 번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하필 부상 부위도 투수에게는 치명적인 어깨여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2021년에는 아예 경기를 뛰지 못했고 2022년에도 퓨처스리그에서만 12경기 11⅔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물론 그 2년간 재활에만 매달린 건 아니었다. 왼쪽 어깨와 오른쪽 팔꿈치의 수평을 맞추면서 부상 위험을 낮췄고 기존의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에 정찬헌(35)으로부터 스플리터도 새로 전수받았다.
야구 외적인 것에도 변화를 줬다. 가장 먼저 등번호를 15번에서 질롱코리아 때 좋았던 기억을 살려 55번으로 바꿨고, 시즌 중에는 이름도 양기현에서 양지율로 변경했다. 하지만 1군 무대는 쉽지 않았다. 2023년 8월 10일 고척 롯데 자이언츠전에 등판해 ⅔이닝 동안 2개의 삼진을 솎아냈지만, 안타 하나와 볼넷 3개를 내줬고 결국 그 경기를 끝으로 다시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당시 키움 홍원기(51) 감독은 양지율의 1군 말소 소식을 전하면서 "2사 후 갑자기 볼넷이 많아진다는 건 기술적인 면과 멘탈적인 측면이 크다. 본인의 문제점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군의 벽은 높고 선수들은 성장해야 한다"며 "기회를 받을 때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올 시즌과 내년 계획이 선다. 준비 과정이 철저히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키움 양지율. /사진=김진경 대기자 |
그로부터 약 10개월 뒤 양지율은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도 고척 롯데전이었다. 2사 후 볼넷을 3개나 내주며 자멸했던 1년 전과 달리 이 경기에서는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1이닝을 마무리했다. 특히 또 2사 후 3연속 볼을 던지며 흔들리는 듯했으나, 시속 140㎞의 직구 3개로 끝내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후 승승장구했다. 계속해서 1군에 머무르면서 차츰 출전 기회를 늘리더니 11경기 승패 없이 2홀드 평균자책점 2.31로 필승조에 준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1년 전 냉정한 평가를 내렸던 홍원기 감독의 태도도 달라졌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28일 고척 KIA전에서 양지율을 두고 "후반기 들어 불펜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조상우 선수가 돌아온다고 하면 경기 후반에 쓸 수 있는 옵션이 더 늘어났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재활 복귀 후 시속 145㎞까지 나오던 직구 구속은 한국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평균 139㎞에 머물고 있다. 목표로 했던 스플리터 대신 투심 패스트볼을 들고 나왔고, 여전히 직구 52.7%, 슬라이더 26.6%로 투피치인 건 여전하다.
지난해 잔류군 투수코치로서 양지율을 지켜본 바 있는 이승호 1군 투수코치는 약간의 메커니즘적인 변화와 달라진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이 코치는 "(양)지율이가 몸의 중심 이동에 대해 준비를 해왔다. 지율이가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도 지켜보고 알아가는 중인데 공이 지난해와 공이 너무 다르다. 달라진 게 확실히 느껴진다"고 칭찬했다.
이어 "지난해만 해도 지율이가 결과가 너무 안 나오다 보니 자신감이 조금 없어 보였는데 올해는 마운드에서 망설임 없이 전력으로 던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나도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양지율.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자신감 있는 피칭은 최근 경기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30일 고척 NC 다이노스전 박민우와 승부가 대표적이었다. 하영민을 대신해 7회 등판해 하위 타선을 상대한 양지율은 박시원과 김형준을 땅볼로 돌려세우고 김주원과 어려운 승부를 했다. 2스트라이크 후 볼만 4개를 던져 결국 김주원의 다리 쪽을 맞히고 1루로 내보냈다. 3할 타율의 박민우는 2B2S에서도 공을 걷어내며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양지율도 이에 지지 않고 7구째 직구를 몸쪽 가까이 과감히 붙이면서 결국 루킹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경기 후 양지율은 "(김주원의 타석에서) 유리한 볼 카운트에 사구를 줘 아쉬웠다. 상대 타자(박민우)가 누구든지 내 공을 믿고 던진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직구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회전수가 잘 나오고 있다. 덕분에 빗맞는 타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최근 호투의 이유를 설명했다.
올 시즌 드래프트 동기 김재웅(26)이 국군체육부대(상무)로 떠나고 팀이 새로운 불펜 조각을 찾아 나선 상황에서 양지율이 자리 잡아준다면 키움에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다.
양지율은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게 될 거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긴장됐지만, 그와 동시에 책임감도 느꼈다. 등판했을 때는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마운드에서 내 공만 믿고 던지려 한다"면서 "그동안 2군에서 재활을 하는 시간이 길었다. 앞으로는 부상 없이 꾸준하게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양지율(오른쪽).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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