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뚫어야 하는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과 막아야 하는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 한국 축구의 두 기둥이 6만 관중 앞에서 국가대표 맞대결을 펼친다.
토트넘 홋스퍼와 바이에른 뮌헨은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를 치른다.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지난 2022년에도 손흥민과 함께 방한해 팀 K리그, 세비야와 친선경기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세비야 대신 김민재가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 만난다.
토트넘은 손흥민 효과에 힘입어 국민 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쿠팡플레이 시리즈도 3년 연속 매진을 달성하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오픈 트레이닝에서도 토트넘 선수들이 전광판에 등장하기만 하면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달 31일 열린 토트넘과 팀 K리그의 맞대결에도 6만 명이 넘는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는 치열한 난타전 끝에 토트넘의 4-3 승리로 끝났다. 선발로 나선 손흥민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팀 K리그에선 일류첸코(FC서울)가 후반전 두 골을 넣었으나 패배를 막기엔 조금 모자랐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방한이 구단 역사상 최초다. 지난 1900년 창단 이후 124년 역사 이래 첫 방한이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단은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새로 부임한 뱅상 콤파니 감독과 주장 마누엘 노이어, 토마스 뮐러, 자말 무시알라 등 핵심 선수들이 팬들의 환호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별한 손님도 있었다. 바로 동료들을 마중하러 나온 김민재. 먼저 한국에 들어왔던 그는 구단 훈련복을 입고 공항에 나타나 직접 동료들을 맞이했다. 김민재는 노이어와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세르부스 코리아(안녕하세요 한국)'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며 한국 팬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2년 전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 왔던 해리 케인은 동행하지 못했다. 그는 최근 유럽축구연맹 유로 2024에 출전하면서 추가로 휴가를 부여받으면서 투어 명단에서 제외됐다. 케인과 손흥민이 적으로 만나는 모습도 볼 수 없게 됐다.
한국 팬들은 뜨거운 환대로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을 맞이했다. 독일 '빌트'는 "수백 명의 팬들이 스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놀라운 한국 환영회! 노이어는 이런 광경을 예상했을까?"라고 감탄하며 "김민재와 함께 300명이 넘는 한국 팬들이 공항 입국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기다렸다. 콤파니 감독과 새로운 미드필더 팔리냐 등을 향해 응원과 함께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선수들은 이에 대한 감사로 사인과 셀카를 듬뿍 선물했다"라고 전했다.
팬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건 역시 손흥민이 공격하고 김민재가 막는 '국가대표 공수 맞대결'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둘은 처음으로 서로를 적으로 상대하게 됐다.
손흥민은 팀 K리그전을 마친 뒤 "김민재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수비수다. 대표팀은 물론이고 유럽 축구에서도 장점이 많은 선수다. 항상 같은 팀에서 뛰었는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모두 다치지 않고 재미있는 경기, 행복한 경기를 하고 싶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민재는 2일 프리매치 기자회견을 통해 "흥민이 형이랑은 연습에서만 상대했다. 다른 소속팀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다. 좋은 선수고 최대한 잘 막으려 해야 한다. 흥민이 형 말고도 다른 능력 좋은 선수들이 토트넘에 많다. 흥민이 형과 마주치고 싶진 않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어디까지나 프리시즌 친선경기지만,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 모두 승리를 양보할 생각은 없다. 김민재는 "우리 팀엔 유명한 선수들이 많다. 환대에 감사하다. 재미있는 경기 하겠다"라면서도 "(손흥민과) 평소 가깝게 지낸다. 저희가 이겨야죠"라고 승리 의지를 다졌다.
뮐러도 김민재가 손흥민을 틀어막아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김민재를 향해 "(손흥민이) 내일 골을 넣을까?"라고 질문한 뒤 "기회는 없어"라고 자문자답했다. 동료 김민재를 얼마나 믿는지 유머러스하게 보여준 뮐러다.
토트넘 수비수 벤 데이비스도 "유럽에서 가장 강한 팀 중 하나인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해 기대된다. 우리도 성장하고 발전해 유럽에서 지속적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좋은 경기 펼치면서 투어를 잘 마무리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미드필더 루카스 베리발 역시 "팀 득점을 도울 수 있길 바란다. 당연히 승리하고 싶다.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은 런던으로 장소를 옮겨 오는 11일 재대결을 치른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서로 전력을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너무 좋은 상대와 좋은 기회다. 좋은 경기가 될 것이다. 한국, 서울에서와 런던은 양상이 다를 것"이라며 "두 번의 경기를 통해 만들어온 과정, 훈련을 점검할 좋은 기회다. 최종 점검이다. 개막전이 원정이다. 두 경기를 통해 최종적으로 만들어온 팀을 점검할 기회다. 여러 요소, 환경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뱅상 콤파니 바이에른 뮌헨 감독도 "준비했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토트넘은 고강도 경기를 이미 치렀다. 최대한 많은 선수를 기용할 계획"이라며 "컨디션, 몸 상태를 봐 출전 시간을 분배할 예정이다. 포칼, 분데스리가 개막전 준비가 중요하다. 익숙치 않은, 새로운 날씨에서 경기를 치른다. 체력적으로 훈련을 잘 할 수 있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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