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살인적인 햇살도 비처럼 쏟아지는 땀도 팬심을 이기진 못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킥오프 4시간 전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토트넘 홋스퍼와 바이에른 뮌헨은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를 치른다.
2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지난 2022년에도 손흥민과 함께 방한해 팀 K리그, 세비야와 친선경기를 진행했다. 이번에는 세비야 대신 김민재가 뛰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과 만난다.
토트넘은 손흥민 효과에 힘입어 국민 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쿠팡플레이 시리즈도 3년 연속 매진을 달성하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했다. 오픈 트레이닝에서도 토트넘 선수들이 전광판에 등장하기만 하면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달 31일 열린 토트넘과 팀 K리그의 맞대결에도 6만 명이 넘는 팬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경기는 치열한 난타전 끝에 토트넘의 4-3 승리로 끝났다. 선발로 나선 손흥민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팀 K리그에선 일류첸코(FC서울)가 후반전 두 골을 넣었으나 패배를 막기엔 조금 모자랐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번 방한이 구단 역사상 최초다. 지난 1900년 창단 이후 124년 역사 이래 첫 방한이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단은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새로 부임한 뱅상 콤파니 감독과 주장 마누엘 노이어, 토마스 뮐러, 자말 무시알라 등 핵심 선수들이 팬들의 환호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별한 손님도 있었다. 바로 동료들을 마중하러 나온 김민재. 먼저 한국에 들어왔던 그는 구단 훈련복을 입고 공항에 나타나 직접 동료들을 맞이했다. 김민재는 노이어와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세르부스 코리아(안녕하세요 한국)'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며 한국 팬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2년 전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 왔던 해리 케인은 동행하지 못했다. 그는 최근 유럽축구연맹 유로 2024에 출전하면서 추가로 휴가를 부여받으면서 투어 명단에서 제외됐다. 케인과 손흥민이 적으로 만나는 모습도 볼 수 없게 됐다.
한국 팬들은 뜨거운 환대로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을 맞이했다. 독일 '빌트'는 "수백 명의 팬들이 스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놀라운 한국 환영회! 노이어는 이런 광경을 예상했을까?"라고 감탄하며 "김민재와 함께 300명이 넘는 한국 팬들이 공항 입국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기다렸다. 콤파니 감독과 새로운 미드필더 팔리냐 등을 향해 응원과 함께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선수들은 이에 대한 감사로 사인과 셀카를 듬뿍 선물했다"라고 전했다.
뜨거운 응원 열기는 그대로 서울월드컵경기장까지 이어졌다. 킥오프 4시간을 앞둔 이른 시간부터 수많은 팬들이 현장을 찾아 다양한 먹거리와 이벤트, 인생네컷, 팝업 스토어 등을 즐겼다.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은 물론이고 국가대표팀, K리그 등 각양각색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알록달록한 광경이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엔 폭염 경보가 발령됐다. 현재 서울의 체감 온도는 무려 37°C. 습도도 60%에 달한다. 말 그대로 걸어다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다.
그럼에도 팬들은 부채질과 얼음물로 조금이나마 더위를 식히며 추억을 만들고 있다. 쿠팡과 바이에른 뮌헨 공식 스폰서인 아우디 팝업 스토어에는 긴 줄이 형성됐다. 손으로 그늘을 만들고 기념사진을 찍으면 팬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특히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 공식 굿즈 스토어의 인기가 가장 뜨거웠다.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스태프들이 보조경기장 출입을 제한해야 할 정도였다. 구석에 있는 팀 K리그 굿즈 스토어에도 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팬들을 가장 설레게 하는 건 역시 손흥민이 공격하고 김민재가 막는 '국가대표 공수 맞대결'이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둘은 처음으로 서로를 적으로 상대하게 됐다.
손흥민은 팀 K리그전을 마친 뒤 "김민재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수비수다. 대표팀은 물론이고 유럽 축구에서도 장점이 많은 선수다. 항상 같은 팀에서 뛰었는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 모두 다치지 않고 재미있는 경기, 행복한 경기를 하고 싶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민재도 2일 프리매치 기자회견을 통해 "흥민이 형이랑은 연습에서만 상대했다. 다른 소속팀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다. 좋은 선수고 최대한 잘 막으려 해야 한다. 흥민이 형 말고도 다른 능력 좋은 선수들이 토트넘에 많다. 흥민이 형과 마주치고 싶진 않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베테랑 공격수 뮐러는 김민재가 손흥민을 틀어막아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김민재를 향해 "(손흥민이) 내일 골을 넣을까?"라고 질문한 뒤 "기회는 없어"라고 자문자답했다. 동료 김민재를 얼마나 믿는지 유머러스하게 보여준 뮐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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