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 서울에서 펼쳐진 국가대표 맞대결의 승자는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이 '캡틴'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을 잘 막아내면서 6만 관중 앞에서 승리를 신고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에서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뮌헨은 구단 역사상 최초 방한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뮌헨은 지난 1900년 창단 이후 124년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고, 한국 팬들 앞에서 토트넘을 잡아내며 미소 지었다.
반면 토트넘은 2년 만에 다시 만난 한국 팬들 앞에서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지난 2022년에도 손흥민과 함께 방한해 팀 K리그(6-3 승), 세비야(1-1 무)와 친선경기를 진행했다. 이번에도 팀 K리그와 맞대결에선 4-3으로 이겼지만, 뮌헨을 상대로는 1-2로 무릎 꿇었다.
양 팀 모두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보냈다. 토트넘은 데얀 쿨루셉스키, 손흥민-제임스 매디슨-브레넌 존슨, 아치 그레이-파페 사르, 제드 스펜스-벤 데이비스-라두 드라구신-페드로 포로, 굴리엘모 비카리오(GK)가 선발로 나섰다. 교체 명단엔 올리버 스킵, 이브 비수마, 에메르송 로얄, 루카스 베리발, 티모 베르너, 마노르 솔로몬, 마이키 무어 등이 이름을 올렸다.
뮌헨은 세르주 그나브리, 가브리엘 비도비치-토마스 뮐러-마티스 텔,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요주아 키미히, 라파엘 게헤이루-김민재-요시프 스타니시치-샤샤 보이, 마누엘 노이어(GK)가 먼저 출격했다. 레온 고레츠카, 에릭 다이어, 주앙 팔리냐, 콘라트 라이머, 누사이르 마즈라위 등이 벤치에 앉았다.
손흥민과 김민재가 나란히 선발로 나서면서 팬들이 고대하던 '국가대표 공수 맞대결'이 성사됐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둘은 처음으로 서로를 적으로 상대하게 됐다.
우레와 같은 카운트 다운 속에 경기가 시작됐다. 양 팀은 시작하자마자 빠르게 서로의 뒷공간을 노리며 공격을 주고받았다. 뮌헨이 먼저 슈팅했다. 전반 2분 뮐러가 박스 안으로 로빙 패스를 보냈고, 이를 스펜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흐른 공을 그나브리가 슈팅했으나 골대 위로 살짝 넘어갔다.
뮌헨이 선취골을 뽑아냈다. 전반 4분 비카리오가 후방에서 스펜스에게 패스를 시도하다가 그나브리의 압박에 끊겼다. 그나브리의 첫 슈팅은 비카리오가 막아냈지만, 흘러나온 공을 2003년생 비도비치가 다시 슈팅으로 연결했다. 공은 그대로 비카리오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이 토트넘 첫 슈팅을 기록했다. 그는 전반 8분 좌측면에서 공을 잡은 뒤 중앙으로 주춤주춤 치고 들어갔다. 그런 뒤 일명 '손흥민 존'에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골대를 벗어났다.
토트넘이 기세를 타기 시작했다. 전반 10분 사르가 중원에서 공을 끊어내고 전진하면서 역습을 이끌었다. 패스받은 쿨루셉스키가 두 차례 접기로 김민재를 무너뜨리고 슈팅을 날렸다. 그러나 스타니시치가 결정적 태클로 커버하면서 막아냈다.
뮌헨이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 18분 역습 기회에서 뮐러가 원터치 패스로 왼쪽 공간을 열었다. 공을 이어받은 텔이 꺾어 들어오면서 감아차기 슈팅을 터트렸지만, 비카리오 선방에 막혔다. 튀어나온 공도 동료 발에 걸리지 않았다. 이어진 코너킥에서 나온 김민재의 헤더는 골문을 벗어났다.
손흥민이 결정적인 수비로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토트넘은 전반 29분 중원에서 공을 뺏기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손흥민이 엄청난 속도로 박스 안까지 복귀한 뒤 상대 크로스를 걷어냈다. 손흥민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실점으로 직결될 수 있는 결정적 위기였다.
뮌헨이 무섭게 몰아쳤다. 전반 37분 비도비치의 절묘한 아웃프런트 패스에 이은 텔의 슈팅은 골대를 살짝 빗나갔다. 1분 뒤 나온 그나브리의 왼발 감아차기도 간발의 차로 골대 옆으로 빠져나갔다. 토트넘은 전반 내내 뮌헨의 강한 전방 압박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토트넘이 계속해서 위기를 맞았다. 수비진에서 상대 압박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면서 허둥지둥댔고, 호흡도 맞지 않았다. 전반 43분엔 텔에게 결정적 슈팅 기회를 내줬지만, 비카리오가 뛰쳐나가면서 각도를 잘 좁혔다. 전반 44분 게헤이루의 결정적 슈팅은 비라키오가 막아냈다. 토트넘으로선 한 골만 실점하고 전반을 마무리한 게 천만다행일 정도였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양 팀이 대거 변화를 줬다. 뮌헨은 수문장 노이어와 그나브리, 비도비치, 뮐러, 키미히, 파블로비치를 불러들이고 브리안 사라고사, 아딘 리시나, 레온 고레츠카, 콘라트 라이머, 주앙 팔리냐, 스벤 울라이히를 한 번에 투입했다. 토트넘은 매디슨과 그레이, 드라구신을 대신해 이브 비수마, 루카스 베리발, 에메르송 로얄을 넣으며 맞섰다.
이로써 손흥민과 김민재의 캡틴 맞대결이 성사됐다. 김민재가 노이어를 대신해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것.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선수가 나란히 토트넘 주장과 뮌헨 주장을 맡는 꿈 같은 그림이 현실로 이뤄졌다. 김민재는 지난 프리시즌 연습경기에서도 주장 역할을 한 바 있다.
다만 손흥민과 김민재의 캡틴 싸움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김민재는 후반 10분 에릭 다이어와 교체되면서 먼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뮌헨이 두 골 차로 달아났다. 후반 11분 텔이 중앙 지역을 돌파한 뒤 박스 안으로 전진 패스를 보냈다. 이어진 고레츠카의 슈팅은 비카리오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고레츠카가 튀어나온 공을 다시 밀어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궁지에 몰린 토트넘 벤치가 다시 움직였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19분 데이비스, 사르, 스펜스를 빼고 올리버 스킵, 알피 디바인, 제이미 돈리를 투입했다.
토트넘이 추격을 시작했다. 해결사는 포로였다. 그는 후반 21분 살짝 공간이 나오자마자 오른발 대포알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토트넘 팬들의 답답함을 한 방에 뚫어주는 원더골이었다.
손흥민이 계속해서 집중 견제를 당했다. 뮌헨 우측 수비수 보이가 연달아 반칙을 저지르며 손흥민을 막아세웠다. 손흥민은 주심을 향해 경고라도 나와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뱅상 콤파니 뮌헨 감독은 곧바로 보이와 텔을 누사이르 마즈라위, 네스토리 이란쿤다로 바꿔줬다.
토트넘이 결정적인 동점 기회를 놓쳤다. 후반 23분 베리발이 상대 태클을 이겨내면서 일대일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슈팅은 아슬아슬하게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베리발은 그대로 쓰러져 좌절했다.
손흥민도 임무를 마쳤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반 30분 손흥민과 비카리오, 쿨루셉스키, 존슨을 불러들이고 마이키 무어, 티모 베르너, 윌 랭크셔, 브랜던 오스틴을 투입했다. 골을 넣지 못한 손흥민은 아쉬운 표정으로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보내며 벤치로 물러났다.
더 이상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41분 이란쿤다의 두 차례 왼발 슈팅은 모두 오스틴 선방에 막혔다. 이란쿤다는 후반 44분 다시 한번 토트넘 측면을 휘저은 뒤 슈팅을 날렸지만, 이번에도 오스틴을 넘어서지 못했다. 경기는 그대로 뮌헨의 2-1 승리로 막을 내렸다. 서울에서 펼쳐진 코리안 더비의 승자는 김민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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