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필주 기자] 해리 케인(31, 바이에른 뮌헨)이 그토록 고대하던 트로피를 쟁취했다. 하지만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를 거부하면서 친정팀 토트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케인은 1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친선경기에 출전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3-2로 앞선 후반 35분 투입된 케인은 남은 시간 동안 친정 팬들을 앞에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다.
1년 만에 토트넘 팬들 앞에 선 케인이었다. 지난해 8월 6일 샤흐타르와 친선전 이후 처음이다. 케인은 이 경기를 끝으로 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었다. 케인은 경기 전과 후 단짝이었던 손흥민과 포옹하면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004년 토트넘 유스 아카데미에 입단한 케인은 토트넘에서 성장해 최고 반열에 오른 스트라이커다. 2009년 1군 무대를 밟았고 2011년 18세의 나이로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케인은 4차례(레이턴 오리엔트, 밀월, 노리치 시티, 레스터 시티) 임대를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2014-2015시즌부터 본격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다.
케인이 토트넘을 떠난 것은 결국 트로피였다. 세차례 리그 득점왕에 오르는 등 세계적인 공격수가 됐지만 14년 동안 단 1개의 주요 트로피도 수집하지 못했다. 결국 토트넘 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팀인 바이에른 뮌헨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케인은 리그를 옮긴 첫 시즌에 리그 32경기 36골로 득점을 차지,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확인시켰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무관에 그치면서 여전히 무관에 머물러 있다.
이런 가운데 케인은 이날 트로피를 들어올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비록 친선전이었으나 '비짓 몰타 컵'이라는 이름의 대회였고 이길 경우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행사가 있었다.
경기 후 케인에게 관심이 쏠렸다. 당시 케인의 팔에 주장 완장이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주장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이었고 토마스 뮐러와 요주아 키미히가 부주장이었다. 하지만 노이어와 뮐러는 하프타임 때 물러났고 키미히는 케인과 교체됐다.
키미히에게 암밴드를 물려 받은 케인이 그대로 주장 완장을 찬 채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분위기였다. 비록 메인 트로피는 아니었지만 케인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은 토트넘 팬들에게도 설렐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케인은 이를 거부했다. 케인은 경기 직후 완장을 벗은 뒤 키미히에게 고개를 저었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모습이었다. 이 모습은 카메라에 그대로 포착됐고 소셜 미디어(SNS)에 퍼졌다.
결국 노이어가 다시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케인은 옆으로 비켜 서서 박수를 치는 데 그쳤다. 대신 케인은 역시 토트넘에서 이적한 에릭 다이어와 함께 경기 전 토트넘 복귀 기념 트로피를 받기도 했다.
영국 '토크스포츠'에 따르면 케인의 이런 행동은 SNS에서 상당히 화제가 됐다. "케인에게 큰 존경을 표한다", "요즘 축구에서 케인과 같은 충성심은 보기 드물다", "우리 구단의 전설이자 한 전설이 보여준 품격과 존경심"이라고 팬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케인은 경기 후 "친정 팀 선수로서 이곳에 오는 것이 너무 익숙하다"면서 "전에도 이곳에 여러 번 왔었기 때문에 이 유니폼을 입고 원정 탈의실에 있는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토트넘에서 멋진 커리어를 쌓았고 정말 좋은 추억이 많다. 팬들을 다시 만나고 많은 선수들과 스태프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면서 "경기만 놓고 보면 내가 뛰지 말았어야 했다. 어제 훈련만 했지만 10분 정도 뛰기로 했고 그래서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지난해 모든 것이 너무 급하게 진행돼 (작별 인사할 기회가) 없었지만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경기 후 경기장을 돌 때 박수를 쳐준 팬들의 반응은 정말 놀라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 커리어 내내 저를 응원해준 모든 토트넘 팬들에게 항상 감사할 것이다. 정말 놀라웠다"면서 "팬들이 나를 보고 나도 팬들을 다시 만나게 돼 감사하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