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안드레 오나나(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승부차기에서 엘링 홀란(24, 맨체스터 시티)을 상대로 엄청난(?) 심리전을 펼쳤다. 결과는 홀란의 승리였다.
영국 '기브 미 스포츠'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오나나가 커뮤니티 실드에서 홀란의 페널티킥을 막기 위해 기묘한 전술을 선보였다"라고 보도했다.
맨시티는 10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커뮤니티 실드에서 승부차기 끝에 맨유를 꺾었다. 정규 시간을 1-1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7-6으로 이겼다.
이로써 맨시티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커뮤니티 실드 우승에 성공했다. 역사적인 프리미어리그(PL) 4연패를 자랑하는 맨시티지만, 커뮤니티 실드에서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회 연속 준우승에 그치고 있었다.
그러나 맨시티는 치열한 접전 끝에 맨유를 잡아내며 잔혹사를 끊어냈다. 동시에 지난 시즌 맨유에 FA컵 우승을 내줬던 아픔을 되갚아 주는 데 성공했다.
치열한 승부였다. 초반 탐색전을 펼치던 양 팀. 맨시티가 먼저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전반 21분 혼전 상황에서 흘러나온 공을 홀란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오나나 선방에 막혔다. 1분 뒤엔 오스카르 보브가 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오면서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 위로 뜨고 말았다.
골대가 맨시티의 선제골을 가로막았다. 전반 24분 전방 압박으로 공을 끊어낸 뒤 제임스 매카티가 왼발 감아차기로 골문 반대편 구석을 노렸다. 공은 오나나가 막을 수 없는 코스로 날아갔지만, 골포스트를 때렸다.
맨유가 반격했다. 전반 31분 아마드 디알로가 우측에서 카세미루와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박스 안까지 파고들었다. 그는 직접 슈팅하는 대신 쇄도하는 메이슨 마운트 앞으로 공을 건넸다. 발만 갖다 댔다면 그대로 골인 장면이었지만, 간발의 차로 마운트 발끝에 걸리지 않았다.
맨유가 먼저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9분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역습 상황에서 수비 뒤로 빠져나갔고,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그러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마커스 래시포드가 다시 한번 기회를 놓쳤다. 후반 30분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우측면을 질주한 뒤 반대편으로 완벽한 땅볼 크로스를 보냈다. 래시포드가 여기에 왼발을 갖다대면서 그대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골포스트를 강타하고 말았다. 위기를 넘긴 맨시티는 후반 35분 매카티를 빼고 베르나르두 실바를 투입했다.
길었던 0의 균형이 깨졌다. 후반 36분 역습 기회에서 가르나초가 왼쪽에서 공을 잡았고, 속도를 살려 박스 안쪽으로 치고 들어왔다. 그는 그대로 왼발 슈팅을 날리며 골망을 갈랐다. 맨유가 1-0으로 앞서 나갔다.
맨시티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다. 후반 44분 보브가 박스 우측을 파고든 뒤 골문 앞으로 크로스했다. 이를 실바가 머리로 정확히 밀어 넣으며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다. 경기는 그대로 1-1 무승부로 끝나면서 연장전 없이 곧장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맨유가 기분 좋게 출발했다. 1번 키커 브루노가 깔끔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그런 뒤 오나나가 실바의 킥 방향을 읽으면서 정확히 막아냈다. 뒤이어 키커로 나선 디오구 달로트와 케빈 더 브라위너는 나란히 성공했다. 가르나초도 침착하게 차 넣었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장면이 나왔다. 오나나는 홀란과 승부를 앞두고 갑자기 오른쪽으로 이동했고, 자신이 비워둔 왼쪽으로 차라는 듯 두 손으로 반대편을 가리켰다. 오나나 본인도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지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홀란도 씩 웃으며 오나나의 장난스러운 도발이자 심리전을 받아들였다. 승자는 홀란이었다. 그는 오나나가 서 있던 곳으로 공을 낮게 깔아 차면서 가볍게 골망을 갈랐고, 동료들을 향해 뒤돌아 걸어가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오나나는 자신이 손짓하던 빈 공간으로 다이빙하면서 실점을 막지 못했다.
기브 미 스포츠는 "오나나의 익살스러움이 역풍을 일으켰다"라며 "오나나는 골라인에 서서 앞에 서 있는 홀란에게 소리쳤다. 홀란은 이를 웃으면서 털어냈다. 그는 오나나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미끼를 물지 않았고, 반대편 구석으로 공을 차 넣으며 골키퍼를 무력하게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결국 오나나는 맨유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맨유는 4번 키커 제이든 산초의 슈팅이 에데르송에게 막히면서 리드를 잃었고, 맨시티는 골키퍼 에데르송이 직접 5번 키커로 나서서 차 넣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8번 키커로 나선 베테랑 센터백 조니 에반스의 슈팅이 골대 위로 치솟으면서 맨시티가 커뮤니티 실드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오나나는 지난달 28일 아스날과 승부차기에서도 비슷한 심리전을 걸었던 바 있다. 당시 그는 가브리엘 마갈량이스에게 똑같이 왼쪽으로 차라고 안내했다.
마갈량이스는 오나나의 도발을 정면으로 받아들였고, 정말 왼쪽으로 공을 찼다. 하지만 정작 오나나가 반대편으로 뛰면서 선방에 실패했다. 데이터를 쌓은 오나나는 홀란을 상대로 다른 선택을 내려봤지만, 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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