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필주 기자] 신유빈(20, 대한항공)이 경기에서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포옹을 해 화제가 됐던 일본 탁구 대표팀 하야타 히나(24)가 논란의 발언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야타는 최근 막을 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과 단식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해 일본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당연히 지난 13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가진 일본 탁구대표팀 귀국 기자회견장에서는 하야타에게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하야타는 한국 국민들에게도 인상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다. 하야타는 지난 3일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국의 신유빈을 꺾었다. 한 팔에 붕대를 감고 나선 하야타는 첫 게임을 내줬지만 결국 4-2로 경기를 뒤집어 신유빈을 응원하던 팬들의 마음을 아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하야타는 경기에서 승리가 확정된 순간 바닥에 주저 앉아 펑펑 울었다. 이 때 패자였던 신유빈이 다가가 승자인 하야타를 위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를 본 일본에서는 '패자' 신유빈의 매너에 대해 찬사가 잇따랐다.
일본 중계진은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깊이를 보였다"고 신유빈을 칭찬했고 일본 매체들은 "한국의 천재 탁구 소녀가 메달을 놓쳐 속상했을텐데 미소로 하야타를 축복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고 놀라워했다.
그런데 하야타는 '귀국 후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앙팡맨(호빵맨) 뮤지엄과 가고시마의 지란 특공 평화회관에 가보고 싶다"고 대답해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지란 특공 평화회관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의 출발지였던 곳이다. 폭탄을 싣고 비행기째로 돌진하는 자살 특공대인 가미카제 특공대들의 유품과 자료가 전시돼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지란 특공 평화회관을 일본의 군국주의 침략 전쟁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다. '평화'라는 이름이 달려 있지만 실제로는 전쟁을 미화하고 일본의 과거사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는 곳 중 하나다.
14일 일본 '플래시'에 따르면 중국에서 먼저 반응이 나왔다. 하야타는 지난 12일 중국 소셜 미디어(SNS) 웨이보에 자신의 계정을 개설, "올림픽에서 보여준 많은 응원에 감사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파리에서 찍은 5장의 사진을 남겼다.
하야타에 대한 중국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순식간에 팔로워 수가 12만 명을 넘어섰다. 댓글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 "단식 메달 축하해" 등 호의적인 댓글로 가득찼다.
하지만 하야타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자 하루 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귀국하자마자 실망", "그 악명 높은 장소가 군국주의를 상징한다는 것을 알고 있나", "일본인은 결코 믿을 수 없다. 친근하게 대했더니 갑자기 배신한다" 등 부정적인 중국어 댓글로 덮히고 있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했던 중국 탁구 메달리스트 2명은 하야타 웨이보를 팔로우했다가 취소해 버렸다. 중국 팬들과 마찬가지로 하야타의 답변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도 서서히 알려지면서 하야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나오고 있다. 팔 부상 속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신유빈과 감동적인 포옹까지 나눈 사이가 이 발언으로 퇴색돼 버렸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진정한 화해는 과거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시작된다"고 따끔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