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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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왼쪽)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 일본 히나 하야타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하야타 히나를 안아주며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AFPBBNews=뉴스1 |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신유빈(20·대한항공)을 꺾고 동메달을 따냈던 일본의 탁구 선수 하야타 히나(24)가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기념관에 방문하고 싶다고 해 충격을 안기고 있다.
NHK와 주니치 스포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야타는 지난 13일 2024 파리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뒤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가고시마에 있는 특공 자료관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하야타는 "다음 2028 LA 올림픽에서는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다시 도전하겠다"면서 "올림픽이 끝났으니까 후쿠오카에 있는 호빵맨 박물관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건 하야타의 다음 발언이었다. 하야타는 "특공 자료관을 방문해 제가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탁구 선수로 활동하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하야타가 가고 싶다고 밝힌 특공 자료관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의 자살 특공대를 기념하고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특공에 관한 시설로는 지람특공평화회관, 만세특공평화기념관, 카야항공기지사료관 등이 있다고 한다. 이중 하야타가 가고 싶은 구체적인 장소로 지람특공평화회관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곳은 가미카제의 유품 및 관계 자료를 전시하는 곳이다. 하야타의 발언에 가와사키 히로이치로 지람특공평화회관 관장은 "정말로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이것을 계기로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와 특공대원의 유서 등 전시물을 접하면서 생명의 존중을 생각하고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패전 위기에 몰리자 가미카제를 구성한 뒤 항공기를 이용, 연합군 함선에 그대로 자폭 공격을 펼쳤다. 하지만 이미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전쟁이 끝난 뒤 일본 우익에 의해 가미카제는 여전히 대표적인 희생정신의 예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강요된 희생이었으며, 일본 내부에서도 비난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 일부 가미카제 중에서는 극소수의 조선인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야타는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신유빈과 격돌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은 하야타와 양보 없는 접전을 펼쳤으나 2-4(11-9, 11-13, 10-12, 7-11, 12-10, 7-11)로 아쉽게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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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타 히나.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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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아래)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 히나 하야타 선수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하야타는 신유빈의 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파리 올림픽에서 맞붙기 전까지 4차례 맞붙었는데 모두 신유빈이 패했다. 그리고 파리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하야타가 승리하면서, 상대 전적은 5전 5패(신유빈 기준)가 됐다.
당시 하야타는 동메달이 확정되자 코트에 그대로 드러누운 채 기쁜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한 채 매우 감격한 모습이었다. 반면 신유빈은 심판과 차례로 인사를 나누기 위해 코트 양쪽을 오갔고, 하야타를 향해 다가갔다. 감격한 채 드러누워 있던 하야타는 신유빈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마자 바로 일어섰다. 그런 하야타를 향해 신유빈은 포옹하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를 두고 한국은 물론 일본 팬들까지 '패자의 품격'이 빛났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쩌면 천적으로 지긋지긋할 법도 했지만, 신유빈은 환하게 웃으며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신유빈은 또 일본인 감독한테도 다가가 예우를 갖추며 축하의 뜻을 건넸다.
이후 신유빈은 벤치로 돌아온 뒤 한동안 코트를 떠나지 못한 채 그대로 앉아있었다. 신유빈에게 오광헌 여자 탁구 대표팀 감독은 무언가 한참 동안 말을 건넸다. 그리고 얼마 후 신유빈이 일어섰다. 그러자 관중석에서는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유빈은 코트를 한 바퀴 돌면서 손을 흔든 뒤 꾸뻑 인사도 했다. 그런 신유빈을 향해 한국과 중국, 일본 팬들은 물론,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파리 시민들도 신유빈이 경기장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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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빨간색 원)이 지난 3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를 빠져나갈 때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경기장에 운집한 모든 관중들이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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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 /사진=뉴스1 |
당시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신유빈은 하야타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전한 장면에 관해 "저도 옆에서 봐왔지만, 그 선수도 그렇고, 모든 선수가 열심히 노력하고 또 간절하다"면서 "그런 부분에서는 진짜 인정해주고 싶다. 저도 그렇게 더 단단한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축하의 뜻을) 전달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팬들을 향해 인사한 것에 대해 "응원해주신 게 너무 감사했다. 그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이렇게 파리에서 멋진 경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셔서 감사를 드렸다"면서 다음을 기약했다.
그랬던 하야타가 가미카제 기념관을 찾아가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야타는 일본 선조들의 희생정신을 되새기면서 정신력을 다잡고 싶다는 의도로 볼 수도 있지만, 한국을 비롯해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중국까지 분노 섞인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일본 매체 주니치 스포츠는 "하야타가 가미카제 기념관에 가고 싶다는 발언을 하면서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많은 비난의 메시지를 받고 있다"면서 "'당신이 방문하고 싶다는 악명 높은 장소가 군국주의의 상징적 장소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일본으로 인해 중국은 죄 없는 많은 사람이 죽고, 군인이 학살을 당했는가. 그런데 어떻게 침략자를 숭배하고 중국의 국민감정을 헤치려고 드는가'라는 등의 메시지를 중국어로 남기고 있다.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중국 선수 2명은 하야타를 팔로우하다가 풀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탁구 인기가 엄청난 중국의 일부 남녀 탁구 톱 랭커들이 하야타를 언팔로우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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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타 히나.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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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왼쪽)이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 일본 히나 하야타와의 경기에서 패배한 후 하야타 히나를 안아주며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AFPBBNews=뉴스1 |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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