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캡틴' 손흥민(32)이 끝내 오일 머니의 유혹을 뿌리치고 토트넘 홋스퍼에 남게 될까.
영국 '더 하드 태클'은 17일(한국시간) "손흥민은 새로운 추측 속에서 토트넘 잔류를 원한다. 그는 토트넘과 계약 기간을 1년 연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매체는 "최근 몇 달간 손흥민의 이탈 가능성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토트넘이 계약 1년 연장 조항을 발동함에 따라 그는 2026년 여름까지 클럽에 남을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손흥민은 수년 동안 토트넘의 핵심 선수였다. 토트넘은 그를 가능한 한 오랫동안 붙잡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에서 11번째 시즌을 보내겠다는 생각인 손흥민이다. '스카이 스포츠 독일' 소속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는 "손흥민이 토트넘에 1년 더 머물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토트넘은 그의 계약을 2026년까지 연장하는 옵션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거의 다 결정됐다"라고 전했다.
토트넘만 동행을 이어가길 원하고 있는 게 아니다. 손흥민도 같은 마음이었다. 플레텐베르크는 "32세의 월드클래스 윙어 손흥민 역시 토트넘에 남기를 원한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대로 계약을 연장한다면 손흥민은 2015년부터 2026년까지 토트넘 한 팀에서만 뛰게 된다. 그는 9년 전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합류한 뒤 한 번도 팀을 옮기지 않았다. 토트넘이 휘청일 때도 재계약에 서명하며 충성심을 자랑했다.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의 리빙 레전드다. 그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총 419경기에 출전해 165골 87도움을 기록 중이며 프리미어리그(PL) 통산 득점 순위 19위(123골)에 올라 있다. 손흥민이 2015년 PL에 데뷔한 이후로 그보다 더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해리 케인과 모하메드 살라, 제이미 바디 3명뿐이다.
토트넘이 손흥민을 붙잡는 건 당연한 일이다. 더 하드 태클은 "손흥민은 여전히 토트넘에 매우 유용한 자산이며 토트넘이 트로피를 획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32살인 손흥민은 최전방 어디에서나 뛸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하며 계속해서 측면에 골과 어시스트를 추가할 것이다. 또한 그의 승리 경험, 리더십, 정신력은 귀중한 추가 요소가 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또한 매체는 "토트넘은 이미 공격진 뎁스가 부족하기에 손흥민을 잃을 여유가 없다. 계약을 1년 연장하면 그의 장기적인 대체자를 확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된다. 손흥민은 수년 동안 PL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며 그의 수준에 맞는 선수로 대체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손흥민으로서는 단순 1년 연장은 아쉬운 결과일 수 있다. 지난 시즌부터 제기됐던 대형 재계약설과는 정반대이기 때문. 영국 현지에서도 손흥민의 업적과 공헌도를 생각해 토트넘이 주급 인상과 다년 계약을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토트넘은 연장 옵션만 발동할 생각이다. '풋볼 인사이더'는 토트넘 측이 손흥민과 초기 협상을 깨고 갑작스레 입장을 바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브 미 스포츠'도 토트넘이 주급 부담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 손흥민의 급여를 높여주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손흥민으로선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를 택할 수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여름에도 사우디 프로 리그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미국 'CBS 스포츠'에 따르면 당시 알 이티하드는 손흥민 영입을 위해 이적료 6000만 유로(880억 원), 연봉 3000만 유로(440억 원)를 장전했다.
손흥민에겐 4년 동안 무려 1억 2000만 유로(약 1761억 원)를 챙길 수 있는 기회였던 셈. 토트넘에서 받고 있는 연봉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사우디에 가고 싶었으면 여기 없었을 것이다. 난 축구를 사랑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PL에서 뛰는 건 꿈"이라고 이적설에 선을 그었다.
만약 손흥민이 다시 한번 토트넘에 남기로 택한다면 사우디행은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하드 태클은 "손흥민은 최근 몇 달간 사우디 이적과 관련 있었다. 만약 토트넘 계약이 만료되면 그가 사우디 프로 리그 이적 여부를 결정하는 게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손흥민이 2026년 여름 사우디의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이전 같은 거액을 챙기긴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매체는 "이번이 손흥민이 상당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최근 몇 시즌 동안 여러 명의 최고 수준 선수들이 사우디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과 손흥민이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우승이다. 오랜 꿈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엄청난 돈을 포기한 보람을 얻을 수 있다. 손흥민은 A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유일한 우승 경력이다.
손흥민도 그 누구보다 우승을 갈망하고 있다. 그는 지난 8월 'BBC'와 인터뷰에서 "전설로 불리고 싶다. 10년 동안 한 팀에서 뛰는 건 좋은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일관적이어야 하고 클럽에 무언가 돌려줘야 한다"라며 "아직 내가 이 팀의 전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토트넘과 함께 무언가 우승하고 싶다고 말한 적 있다. 그렇게 되면 전설이라고 불리면서 매우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난 트로피를 얻기 위해 토트넘에 합류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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