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트레이드로 데려오고 싶었던 선수를 FA 보상선수로 뽑았다. 외야수 장진혁(31)에게 KT 위즈행은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이강철(58) KT 감독이 오래 전부터 눈여겨본 장진혁을 마침내 품었다.
프로야구 KT는 지난 18일 한화로 FA 이적한 투수 엄상백의 보상선수로 장진혁을 지명했다. B등급 FA 엄상백을 영입한 한화는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로 장진혁과 함께 보상금 2억5000만원을 KT에 전달하며 보상 절차를 마무리했다.
KT는 앞서 한화로 FA 이적한 내야수 심우준의 보상선수로 상무 입대를 앞둔 투수 한승주를 뽑았다. 첫 번째 보상선수는 미래에 가치를 두고 지명했지만 두 번째 보상선수는 즉시 전력으로 봤고, 지명 마감일 하루 전에 큰 고민 없이 장진혁으로 최종 결정했다.
KT는 중견수 배정대가 외야 중심을 잡는 가운데 코너 외야수로 재계약 협상 중인 멜 로하스 주니어와 김민혁이 있다. 다만 김민혁의 경우 햄스트링 부상이 잦아 관리가 필요하다. 여기에 베테랑 조용호와 홍현빈이 방출됐고, 신예 정준영이 상무에 입대하면서 외야 뎁스가 약해졌다. 주전급 외야수 필요한 상황에서 장진혁이 한화 보호선수명단에서 빠졌으니 어렵지 않은 선택이었다.
나도현 KT 단장은 “야수진 뎁스 강화를 위한 영입이다. KBO리그 평균 이상의 장타력에 수비, 주루에도 강점을 지닌 즉시 전력감으로 기존 외야 자원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장진혁을 지명한 이유를 밝혔다.
무엇보다 이강철 감독이 장진혁을 마음에 들어했다. 시즌 중에도 물밑에서 트레이드로 노렸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8월말 이강철 감독은 장진혁에 대해 “한화가 안 쓸 거면 우리한테 달라고 했었다. 예전부터 봤는데 피지컬 좋고, 발도 빠르고, 스윙도 좋다. 데려오고 싶었는데 안 됐다. 그 이후 계속 잘 치더라. 하이라이트로 한화 경기를 보면 항상 치고 있더라”며 못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이강철 감독 말대로 장진혁은 184cm 90kg 좋은 체격 조건에 발도 빠르고, 부드러운 스윙을 구사한다. 2019년 한용덕 감독 시절 1군에서 113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았지만 성장이 정체됐다.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뒤 2022년 후반기 돌아왔으나 1~2군을 계속 오르내렸다.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이때부터 이강철 감독은 모교 광주일고 출신인 장진혁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하지만 6월초 김경문 감독이 한화에 온 뒤 장진혁이 주전으로 중용받으면서 KT행 트레이드는 이뤄지지 않았다. 발 빠른 선수를 선호하는 김경문 감독은 타순 이동이 있을지언정 웬만하면 장진혁을 중견수로 고정했다. “나이가 서른살이 된 걸로 아는데 야구에 눈을 뜨고 잘할 때가 됐다. 장점인 다리를 잘 살리고, 필요할 때 타점도 올려준다”며 칭찬했다.
장진혁도 8월 23경기 타율 3할5푼4리(79타수 28안타) 5홈런 19타점 OPS 1.033으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김경문 감독 기대에 보답했다. 올 시즌 전체 성적도 99경기 타율 2할6푼3리(289타수 76안타) 9홈런 44타점 56득점 14도루 출루율 .335 장타율 .412 OPS .747로 커리어 하이였다.
FA 영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야가 약한 한화 팀 구성상 내년에도 장진혁이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으로 유망주들을 대거 확보한 한화는 미래도 대비해야 했다. 당장 내년 성적이 가장 중요하지만 젊은 유망주들을 묶다 보니 25인 보호선수명단이 꽉 찼다. 손혁 단장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현장에서 김경문 감독 만나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보호선수명단을 짰다. 31세로 나이가 적지 않은 장진혁이 우선 순위에서 밀렸고, 결국은 KT 보상선수로 빠져나갔다.
18일 보상선수 발표가 날 때 장진혁은 한화의 미야자키 마무리캠프에서 훈련 중이었다. 소식을 듣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재능을 꽃피우려던 찰나에 9년 몸담은 팀을 떠나게 됐으니 아쉬움이 오죽하랴.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주목한 감독과 새로 함께하게 됐으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운명처럼 이강철 감독과 만나게 된 장진혁이 KT에서 잠재력을 완전히 터뜨릴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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