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끝낼 수 없다'' 방출도 극복했는데…이 정도 시련 못 이기랴, 2군 구원왕에 웃지 않았다
입력 : 2024.11.2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지형준 기자] 한화 윤대경. 2023.05.04 /jpnews@osen.co.kr[OSEN=이석우 기자] 한화 윤대경. 2024.09.15 / foto0307@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우완 투수 윤대경(30)은 올해 퓨처스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17세이브를 거두며 양대리그 통틀어 이 부문 1위. 시즌 전체 성적도 43경기(45⅔이닝) 2승1패17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1.77 탈삼진 42개로 훌륭했다. 

“퓨처스 이대진 감독님, 박정진 코치님의 배려 덕분이다. 타이트한 상황에서 던지며 감을 잡을 수 있게 도움을 주신 것에 감사하다”고 공을 돌인 윤대경은 그러나 퓨처스 구원왕이라는 말에 웃지 않았다. 선수라면 누구나 1군에서 뛰고 싶다. 1군에서 4년간 풀시즌을 보냈던 윤대경 입장에선 웃을 수 없는 해였다. 올해 1군 성적은 7경기(7⅔이닝)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0.57. 5월 중순 1군 콜업 후 열흘 만에 2군에 내려갔고, 4개월이 흘러 9월 중순에야 콜업됐다. 

퓨처스 성적은 좋았지만 1군 콜업이 뜸했던 것은 구위 문제였다. 스스로도 인정했다. “2군 성적은 좋지만 1군에서 통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봐도 공 퀄리티가 떨어진 상태였고, 내가 평가하는 입장이라도 그렇게 봤을 것이다. 작년 후반부터 팔이 조금 안 좋았다. 통증은 없는데 불편함 같은 게 있었다. 올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몸이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안 따라와 당황스러웠고,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했다”는 것이 윤대경의 말이다. 

2020년 한화에서 1군 데뷔한 윤대경은 지난해까지 4년간 170경기(23선발·251⅔이닝) 16승15패16홀드 평균자책점 4.26 탈삼진 175개를 기록했다. 주로 중간에서 필승조, 롱릴리프를 오가며 팀이 필요로 할 때 선발로도 나선 한화 마운드 만능 키였다. 불펜투수들의 경우 4년 정도 활약하면 구위가 떨어지면서 쉬어가는 안식년이 있기 마련인데 올해가 윤대경에게 그런 해일지도 모른다. 

제구가 안정돼 있고, 체인지업과 커브가 좋은 윤대경은 구위만 끌어올리면 1군 불펜으로 손색이 없다. 직구 구속, 구위가 살아나면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도 배가 된다. 다른 문제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심플하다. 

윤대경 역시 “직구 구속이 140km대 초반에서 145km 정도 나올 때 좋은 성적이 났다. 그 정도만 나오면 타자와 승부에 자신 있다. 구위만 회복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시즌 중에는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뭔가 변화를 새롭게 시도하거나 운동 강도를 높여 힘을 뺄 수 없었다. 지금은 온전히 트레이닝에 집중할 수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으로 롱토스부터 강하게 던지고 있다. 시즌 초반 버거웠던 느낌이 해소돼 다행이다. 이렇게 비시즌에도 꾸준히 운동하면 좋아질 것 같다. 이지풍 트레이닝코치님도 단계별 운동 스케줄을 주셨다. 5단계까지 다 해내면 내년에 분명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자신했다. 

[OSEN=이석우 기자] 한화 윤대경. 2023.06.30 / foto0307@osen.co.kr[OSEN=이석우 기자] 한화 윤대경. 2024.05.15 / foto0307@osen.co.kr

그러나 올해 부진으로 인해 냉정하게 윤대경의 팀 내 입지가 축소된 것은 사실이다. 공 빠른 영건들이 매년 들어온 한화는 우완 불펜은 팀 내에서 가장 넘치는 자원이 됐다. 윤대경도 “입지가 많이 처졌지만 누구와 경쟁하는 것보다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면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반등해야 한다.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한 번 무너졌다고 이대로 주저앉아서 끝낼 순 없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윤대경은 이미 큰 시련을 멋지게 극복한 선수다. 인천고 출신 윤대경은 2013년 7라운드 전체 65순위로 삼성에 지명됐다. 입단 당시 내야수였지만 이듬해 투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그러나 1군에 데뷔하지 못한 채 현역으로 입대했고, 2018년 군복무 중 방출 통보를 받았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전역 후 일본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2019년 7월 한화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4년간 1군 불펜으로 꾸준히 활약했고, 올해 처음으로 억대 연봉(1억1000만원)까지 돌파하며 ‘방출 신화’를 썼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윤대경에게 지금 이 정도 시련은 별 거 아닐 수 있다. 그는 “올해를 계기로 삼아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반등하고 싶다. 마음 독하게 먹고 타협하지 않으려 한다. 운동 강도를 높이고, 꽉꽉 채워서 내년 준비를 잘하겠다”며 “내년에 새 야구장에서 1군에 필요한 선수로 꼭 다시 올라서겠다”고 다짐했다.

[OSEN=최규한 기자] 한화 윤대경. 2023.07.21 / dreamer@osen.co.kr[OSEN=지형준 기자] 한화 윤대경. 2022.06.08 /jpnews@osen.co.kr/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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