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노진주 기자] 토트넘이 로드리고 벤탄쿠르(32)에게 내려진 출전 정지 징계가 가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감을 호소하는 항소를 진행한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1일(한국시간) “(인종차별 혐의에 대한) 기본 징계 기준은 6경기 출장 정지로, 토트넘은 '인종차별 가해 논란' 벤탄쿠르에 내려진 7경기 출장 정지 징계에 대한 항소를 통해 한 경기라고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인종차별 논란을 낳은 상황은 이러했다. 6월 15일 우루과이 TV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한 벤탄쿠르는 진행자로부터 한국 선수 유니폼을 부탁받았다. 토트넘의 캡틴 손흥민 유니폼을 원한다는 뜻이었다. 벤탄쿠르도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었다.
벤탄쿠르는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일 수도 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진행자는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웃었다. 아시아인 모두가 비슷하게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이다.
논란이 일자 벤탄쿠르는 6월 15일 1차 사과문을 공개했다. 그는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 사랑해 형제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과문은 24시간이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오면서 ‘진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토트넘도 가만히 손 놓고 있었다. 구단의 공식 입장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인종 차별에 대해 빠르게 성명문을 발표했던 과거 사례와는 다른 대처였다.
결국 손흥민이 나섰다. 그는 6월 20일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실수했다는 것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다. 의도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벤탄쿠르는 재차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6월 22일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언급했던 것에 대해 난 그와 대화를 나눴고 우린 깊은 우정을 바탕으로 이 일이 단지 불행한 오해였다는 것을 서로 이해했다"라며 "모든 것은 명확해졌고, 해결됐다. 내 발언으로 기분 나빴던 분들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는 정확히 했다. 벤탄쿠르는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난 손흥민만 언급했을 뿐 다른 누구도 언급한 적 없다. 누구를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모욕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 모두에게 큰 존경을 표한다"라고 덧붙였다.
토트넘은 뒤늦게 "구단 내 어떤 종류의 차별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토트넘과 달리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인종차별 사건을 깊이 들여다봤고,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이 진행자를 비꼬기 위한 반어법이었다고 주장했으나, F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FA는 "벤탄쿠르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위원회는 그의 행동이 입증됐다고 판단해 제재를 가했다"라고 설명했다.
토트넘은 반발했다. 영국 또 다른 매체 텔레그래프는 "토트넘과 벤탄쿠르는 손흥민의 지지와 벤탄쿠르의 사과가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느끼고 있다"라며 항소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출전 정지 경기수를 단 한 경기라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현지에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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