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는 주연, 박주영은 까메오였다
입력 : 2012.01.1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돌아온 레전드 티에리 앙리(34)는 박주영(27)이 넘기 힘든 벽이었다.

아스널 역대 최고 선수로 불리는 앙리는 근 4년 반만의 아스널 복귀전에서 드라마 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영웅’의 진가를 과시했다. 10일 리즈 유나이티드전에서 후반 22분 교체 투입되어 10분 뒤 알렉스 송의 침투 패스를 전매특허인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유리한 경기를 하고도 골을 만들지 못하던 아스널의 고민을 해결하는 시원한 득점포였다. 아스널은 이 골에 힘입어 32강에 진출했다.

후반 32분 선제결승골이 터지고부터 아스널 홈구장 에미리트 스타디움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전반 막바지와 후반 초반 몸을 푸는 앙리를 목청껏 연호하던 홈 관중은 득점이 터지자 모두 일어나 함성을 내질렀다. 앙리의 골만을 기다렸다는 듯 서로 부둥켜 안고 벵거 감독과 포옹 세레머니를 하는 앙리와 함께 그 순간을 즐겼다. 경기 후에는 기립박수가 나왔다. 앙리도 자신의 화려한 복귀전에 만족하는 듯 “Yes”라고 외쳤다.

앙리는 명실공히 드라마의 주연이었다. 세월의 무게를 절감하며 예년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잃어 우려 반 기대 반 아스널 유니폼을 다시 입었던 그였지만 킬러 본능은 살아있었다. 오프사이드를 교묘하게 뚫는 본능적인 움직임과 상대 골키퍼를 무안케 하는 감각적인 오른발 슛, 그리고 득점 후 관중의 환호를 유도하는 폭발적인 세레머니는 여전했다. 안드리 아르샤빈의 어이 없는 발리슛에 인상을 찡그리던 벵거 감독은 어느새 미소 천사로 변해있었다.



팀 승리에도 박주영은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벵거 감독이 1월 출전을 예고한 상황에서 2부 소속팀과의 FA컵은 절호의 출전 기회였다. 주장 로빈 판 페르시가 휴식을 얻어 결장하고, 경쟁자 제르비뉴가 2012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로 이탈한 것도 출전 확률을 높인 배경이었다. 경기 시작 전 대기 명단에 포함되며 11월 30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칼링컵 8강전 이후 42일 만에 출격은 현실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벵거 감독의 선택은 앙리였다. 벵거 감독은 전반 코퀄린의 부상으로 교체 카드를 한 장 사용한 가운데 지지부진한 공격에 따라 후반 22분 앙리, 시오 월컷를 동시에 투입했다. 마루아네 샤마흐와 신예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에 밀린 마당에 교체 투입도 물 건너 가 남은 시간 동안 경기를 ‘관전’해야 했다. 5경기 연속 명단 제외의 아픔을 딛고 FA컵 출전을 노린 박주영을 보기 위해 새벽 잠을 설친 국내 축구팬은 TV 중계 화면에 스치듯 잡힌 박주영의 부동자세만을 볼 수 있었다.

ⓒMarc Atkins/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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