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공격은 답답했고 수비는 뻥뻥 뚫렸다. 전형적인 안풀리는 날의 한국 축구였다. 전반전에 쿠웨이트가 더 좋은 축구를 했다는 사실은 진부하게 비유하자면 삼척동자도 알만 했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이어진 알술라이만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오지 않았다면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28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대재앙을 마주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 신임감독 최강희는 단기간에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K리그 선수들을 중용했지만 완전히 새롭게 구성된 대표팀은 일주일여의 합숙훈련만으로 다듬어질 수 없었다. 김정우의 부상 이탈 속에 김두현을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진은 패스 게임과 중원 장악에 실패했고 포백 라인의 수비진은 불안정했으나 이동국과 박주영의 투톱은 전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4만 6천여 관중이 모여든 상암벌 관중석에는 탄식만이 흘렀다. 쿠웨이트는 조직적이고 날카로웠지만 한국은 끝없이 표류했다. 후반 19분 김신욱(24, 울산)이 교체 투입되기까지 64분간 최종예선에 진출할 자격이 있는 모습을 보인 팀은 쿠웨이트였다. 만약 이 경기력이 유지된 채로 90분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나 한국이 최종예선에 진출했다면 쿠웨이트의 탈락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경기력의 차이가 뚜렷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최 감독은 전반전에 드러난 중원 장악력과 창조성, 문전 파괴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유럽파 미드필더' 기성용과 '최장신 공격수' 김신욱이다.
여유로운 볼 키핑과 운반 능력, 탁월한 패싱력을 선보인 기성용에 대한 조명은 충분히 이루어졌다. 수 많은 기회를 놓쳤지만 가장 결정적인 골을 기록한 이동국과 경기 내내 부지런하게 뛰어다닌 끝에 선제골의 시발점 역할과 쐐기골 득점으로 헌신의 보상을 받은 이근호도 충분히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탁월한 용병술로 월드컵 탈락 위기에서 태극호를 구한 최 감독의 용병술도 충분한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침내 찾은 '유럽형' 포스트 플레이어, 김신욱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날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선수를 꼽자면 김신욱을 택하겠다. 그리고 김신욱은 쿠웨이트전에 막대한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칭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동국과 박주영의 투톱은 실패작이었다. 선발 명단 발표 당시 관중석의 가장 큰 환호는 이 둘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박주영은 2선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자 중원으로 내려와 볼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했다. 박주영은 여전히 탁월한 축구 센스를 과시했지만 아스널에서의 긴 벤치 생활에 경기 감각과 자신감이 떨어진 탓인지 번뜩임을 보이지 못했다. 2선에서 미드필드진을 지원하긴 했지만 리드하진 못했다.
박주영이 2선으로 내려가자 이동국은 고립됐다. 이동국은 쿠웨이트 수비를 상대로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고 볼을 이어 받아도 두 세 번의 터치를 이어가기전에 빼앗기기 일수였다. 개인적인 기량도 발휘하지 못했고 투톱이라는 전술적 역할도 전혀 소화하지 못했다. 둘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다. 잠깐에 불과했지만 조광래 대표팀 감독 시절 폴란드와의 경기에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최강희호는 이번 대표팀에 단 세 명 만의 전문 공격수를 선발했는데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선수는 교체 투입된 김신욱이 유일했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이 반전된 것은 김신욱의 투입 이후다. 김신욱 투입 이전의 최강희호에 0점을 준다면 이후의 최강희호에겐 10점 만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투입이 가져온 파급력이 크다.
공식 프로필상 196cm의 키를 자랑하는 김신욱은 실제 키가 2m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큰 키에 강인한 체구를 바탕으로 공중전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안정된 키핑력을 바탕으로 두 세명의 쿠웨이트 수비가 달라붙어도 전혀 동요없이 볼을 지켜내고 연결했다. 완벽하게 포스트 플레이를 수행한 것이다.
김신욱, 쿠웨이트 밀집 수비 파괴한 일등공신
현대 축구에서 원톱의 포스트 플레이의 전술적 영향력은 매우 크다. 원톱 공격수는 상대 센터백 콤비를 묶어 동료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고 직접 이 선수들에게 좋은 패스를 공급하거나 이들을 이용해 득점을 노리는 다양한 루트를 창출해낼 수 있다. 원톱의 기량과 컨디션에 따라 팀 경기력이 휘청인다. 이러한 역할 수행의 대표주자는 스웨덴과 AC 밀란의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다.
직접 득점을 올리지 못한 김신욱은 이타적인 역할을 집중했다. 거대한 김신욱이 투입되자 철옹성 같던 쿠웨이트의 밀집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웨이트는 몇 명의 수비가 동시에 달려들어도 김신욱에게서 볼을 빼앗을 수 없었다. 김신욱에 대한 견제 강화로 인해 이동국과 이근호는 보다 많은 활동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신욱 본인도 기대 이상의 볼 컨트롤 기술을 선보였다.
후반 19분 김신욱은 투입 직후 자신에게 수비를 몰아 둔 뒤 이근호의 패스를 이동국에게 배달해 선제골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선제골 이후에도 한국의 공격 전개는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에 크게 의존했다. 후반 25분 이근호의 추가골 과정 역시 이동국의 날카로운 크로스 패스가 시발점이었으나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연결 과정에서 차단될 가능성이 높았다.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던 김신욱은 페널티 에어리어 안팎에서 경이로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신욱은 한국 축구가 오랫동안 고대해온 유럽형 공격수다.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힘이 넘치며 마무리 기술까지 뛰어나다. 이날 경기에선 큰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이미 울산 현대 호랑이 소속으로 치른 K리그 경기에서 김신욱은 머리뿐 아니라 발 기술과 슈팅 능력도 탁월하다는 사실을 꾸준히 증명해 왔다. 쿠웨이트전은 김신욱이 더 큰 별로 솟아오를 것을 예고했다.
사진=이연수기자
대표팀 신임감독 최강희는 단기간에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K리그 선수들을 중용했지만 완전히 새롭게 구성된 대표팀은 일주일여의 합숙훈련만으로 다듬어질 수 없었다. 김정우의 부상 이탈 속에 김두현을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진은 패스 게임과 중원 장악에 실패했고 포백 라인의 수비진은 불안정했으나 이동국과 박주영의 투톱은 전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4만 6천여 관중이 모여든 상암벌 관중석에는 탄식만이 흘렀다. 쿠웨이트는 조직적이고 날카로웠지만 한국은 끝없이 표류했다. 후반 19분 김신욱(24, 울산)이 교체 투입되기까지 64분간 최종예선에 진출할 자격이 있는 모습을 보인 팀은 쿠웨이트였다. 만약 이 경기력이 유지된 채로 90분 경기가 0-0 무승부로 끝나 한국이 최종예선에 진출했다면 쿠웨이트의 탈락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경기력의 차이가 뚜렷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최 감독은 전반전에 드러난 중원 장악력과 창조성, 문전 파괴력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전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유럽파 미드필더' 기성용과 '최장신 공격수' 김신욱이다.
여유로운 볼 키핑과 운반 능력, 탁월한 패싱력을 선보인 기성용에 대한 조명은 충분히 이루어졌다. 수 많은 기회를 놓쳤지만 가장 결정적인 골을 기록한 이동국과 경기 내내 부지런하게 뛰어다닌 끝에 선제골의 시발점 역할과 쐐기골 득점으로 헌신의 보상을 받은 이근호도 충분히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다. 탁월한 용병술로 월드컵 탈락 위기에서 태극호를 구한 최 감독의 용병술도 충분한 평가를 받고 있다.
마침내 찾은 '유럽형' 포스트 플레이어, 김신욱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날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선수를 꼽자면 김신욱을 택하겠다. 그리고 김신욱은 쿠웨이트전에 막대한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합당한 칭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동국과 박주영의 투톱은 실패작이었다. 선발 명단 발표 당시 관중석의 가장 큰 환호는 이 둘에게 집중됐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박주영은 2선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자 중원으로 내려와 볼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했다. 박주영은 여전히 탁월한 축구 센스를 과시했지만 아스널에서의 긴 벤치 생활에 경기 감각과 자신감이 떨어진 탓인지 번뜩임을 보이지 못했다. 2선에서 미드필드진을 지원하긴 했지만 리드하진 못했다.
박주영이 2선으로 내려가자 이동국은 고립됐다. 이동국은 쿠웨이트 수비를 상대로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했고 볼을 이어 받아도 두 세 번의 터치를 이어가기전에 빼앗기기 일수였다. 개인적인 기량도 발휘하지 못했고 투톱이라는 전술적 역할도 전혀 소화하지 못했다. 둘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다. 잠깐에 불과했지만 조광래 대표팀 감독 시절 폴란드와의 경기에서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최강희호는 이번 대표팀에 단 세 명 만의 전문 공격수를 선발했는데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선수는 교체 투입된 김신욱이 유일했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이 반전된 것은 김신욱의 투입 이후다. 김신욱 투입 이전의 최강희호에 0점을 준다면 이후의 최강희호에겐 10점 만점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그의 투입이 가져온 파급력이 크다.
공식 프로필상 196cm의 키를 자랑하는 김신욱은 실제 키가 2m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큰 키에 강인한 체구를 바탕으로 공중전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안정된 키핑력을 바탕으로 두 세명의 쿠웨이트 수비가 달라붙어도 전혀 동요없이 볼을 지켜내고 연결했다. 완벽하게 포스트 플레이를 수행한 것이다.
김신욱, 쿠웨이트 밀집 수비 파괴한 일등공신
현대 축구에서 원톱의 포스트 플레이의 전술적 영향력은 매우 크다. 원톱 공격수는 상대 센터백 콤비를 묶어 동료 공격수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고 직접 이 선수들에게 좋은 패스를 공급하거나 이들을 이용해 득점을 노리는 다양한 루트를 창출해낼 수 있다. 원톱의 기량과 컨디션에 따라 팀 경기력이 휘청인다. 이러한 역할 수행의 대표주자는 스웨덴과 AC 밀란의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다.
직접 득점을 올리지 못한 김신욱은 이타적인 역할을 집중했다. 거대한 김신욱이 투입되자 철옹성 같던 쿠웨이트의 밀집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웨이트는 몇 명의 수비가 동시에 달려들어도 김신욱에게서 볼을 빼앗을 수 없었다. 김신욱에 대한 견제 강화로 인해 이동국과 이근호는 보다 많은 활동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신욱 본인도 기대 이상의 볼 컨트롤 기술을 선보였다.
후반 19분 김신욱은 투입 직후 자신에게 수비를 몰아 둔 뒤 이근호의 패스를 이동국에게 배달해 선제골의 디딤돌 역할을 했다. 선제골 이후에도 한국의 공격 전개는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에 크게 의존했다. 후반 25분 이근호의 추가골 과정 역시 이동국의 날카로운 크로스 패스가 시발점이었으나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가 아니었다면 연결 과정에서 차단될 가능성이 높았다.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던 김신욱은 페널티 에어리어 안팎에서 경이로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신욱은 한국 축구가 오랫동안 고대해온 유럽형 공격수다. 신체 조건이 뛰어나고 힘이 넘치며 마무리 기술까지 뛰어나다. 이날 경기에선 큰 빛을 발하지 못했지만 이미 울산 현대 호랑이 소속으로 치른 K리그 경기에서 김신욱은 머리뿐 아니라 발 기술과 슈팅 능력도 탁월하다는 사실을 꾸준히 증명해 왔다. 쿠웨이트전은 김신욱이 더 큰 별로 솟아오를 것을 예고했다.
사진=이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