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과르디올라, “역전우승 불가능”…회의적 발언 배경
입력 : 2012.03.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산술적으로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내 생각은 변함없다. 우리가 라리가 우승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역사상 최고의 팀을 이끌고 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19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3년 연속 라리가 제패, 3년 사이 두 차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FIFA 클럽월드컵 우승을 이룬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수장이 취할 자세라기엔 의아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1일 새벽(한국시간) 그라나다와의 ‘2011/2012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9라운드 홈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여러분을 속이고 싶지 않다. 레알 마드리드는 아주 적은 승점만을 잃을 것이다. 아주 까다로운 상황이다. 남은 11경기를 모두 승리하는 것은 아주, 아주, 아주 어려운 일이다. 팬들은 우승이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다. 선수들도 힘내고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좋다. 하지만 난 카탈루냐 사람이고 회의론자다”라고 말하며 역전 우승 가능성을 일축했다.

바르사(2위·63점)는 라리가 7연승을 달리고 있고, 레알 마드리드(1위·71점)는 지난 주말 말라가와 비기며 연승 행진을 멈췄다. 승점 차이가 10점에서 8점으로 줄어들며 바르사의 역전 우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르는 시점이다. 팀의 수장으로 희망을 말하고 용기를 북돋아야 할 상황에 이 같은 발언을 한 진의는 무엇일까?

레알 마드리드의 일정이 더 험난…그럼에도 역전 우승 포기?

UEFA 챔피언스리그와 코파 델레이 결승전을 병행해야 하는 바르사의 일정은 빡빡하다. 분명한 강행군이다. 20일 그라나다와의 주중 경기에 이어 주말에는 마요르카 원정, 그 다음에는 밀란 원정으로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치른다. 밀란을 상대한 이후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를 만나고 다시 밀란과 리턴매치를 치러야 한다. 이 일정을 모두 승리로 가져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그러나 일정이 험난한 것은 레알 마드리드도 마찬가지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치러야 한다. 4월 중순으로 예정된 35라운드 바르셀로나 원정을 앞두고는 발렌시아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32라운드과 33라운드에 연이어 만난다. 바르사전 이후로 세비야,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 등 부담스런 상대와의 경기가 이어진다.

바르사는 레알 마드리드와 맞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승점 차이를 5점으로 좁힐 수 있다. 상위권팀과의 격돌이 몰려있는 레알 마드리드가 5점의 승점을 잃는 것은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기대가 강박증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과르디올라 감독의 생각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역전 우승에 대한 강박관념이 팀 선수단의 정신 건강을 해치고 이것이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염려하고 있다.



심리적 부담을 덜기 위한 발언…많은 트로피를 수집한 비결

과르디올라 감독은 “목표는 역전 우승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점수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강박 속에 안방 엘클라시코 더비를 치른다면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그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엘클라시코 패배는 라리가 우승 경쟁의 종언을 선언할 수 있다.

그는 “우리의 좋은 대처법은 먼 곳을 보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반기 일정표를 들여다보며 역전 우승에 대한 구상을 그리기보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르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심리적 부담감을 덜기 위한 자세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2009시즌 스페인 축구 사상 초유의 트레블을 달성했다. 하지만 트레블 달성이 가능해진 시점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레블 달성은 불가능하다. 만약 정말 달성한다면 은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매우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트레블을 달성했지만 은퇴하지 않았다. 2009년 겨울 FIFA 클럽 월드컵 우승으로 축구 역사상 전인미답의 6관왕을 달성하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역전 우승 불가능’ 발언은 ‘포기’나 ‘체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승을 위한 큰 그림이 아닌 경기력을 위한 그림을 더 중시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철학이 반영된 발언일 뿐이다. 실제로 과르디올라 감독은 라리가 우승을 레알 마드리드에 넘겨줘도 좋다는 입장이다. 이미 얻은 트로피가 많고 얻을 수 있는 트로피도 많다.

지나친 집착은 화를 부른다. 우승컵에 집착하지 않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자세가 참가한 16개 대회에서 13개의 트로피를 챙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역전우승을 향해 선수단을 닦달하지 않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여유로운 자세야말로 바르사의 역전우승 가능성을 더욱 더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사진=ⓒImago/BPI/스포탈코리아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