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가시와도 ‘수비에 집중’…왜 전북만 무너졌나?
입력 : 2012.03.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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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 모터스가 ‘J리그 챔피언’ 가시와 레이솔에 완패를 당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난 뒤 양 팀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한 이야기가 묘하다. 패장 이흥실 감독대행은 “수비적으로 나온 것이 패인이었다”고 말했고, 승장 넬시뉴 감독은 “좋은 수비”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왜 원정팀 전북의 수비적인 선택은 패인이 되고 홈팀 가시와의 수비적인 선택은 승리의 비결이 됐을까?

▲ 동병상련...흔들리던 한일 챔피언
전북과 가시와는 지난시즌 K리그와 J리그 챔피언이다. 1년간 장기 레이스에서 꾸준함과 강인함을 보인 팀이다. 하지만 2012시즌 초반 두 팀은 챔피언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전북의 경우 성남과 개막전에서 3-2 승리를 거뒀지만 이후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1-5 참패를 당했다. 대전 원정에서 1-0 승리를 거뒀지만 경기력이 좋지 않았고 전남과 1-1로 비겼다. 시원스런 승리도 없었도 실점도 많았다.

가시와 역시 마찬가지다. J리그 개막전에서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3-3으로 비겼고 챔피언스리그에선 H조 최약체로 꼽히던 부리람 유나이티드에 2-3 패배를 당했다. 이어 우라와 레즈 원정에서 0-1로 패해 2012시즌 첫 승 신고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전북전이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었다. 양 팀 모두 수비력에 문제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나란히 수비를 강화한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

▲ 가시와에 읽혀 버린 전북의 전략
전북 이흥실 감독대행은 평소 자주 쓰지 않았던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조성환, 임유환, 심우연 등 전문 센터백이 이탈한 수비 라인에는 풀백 자원 진경선과 최철순을 김상식과 함께 스리백 요원으로 배치했다. 전문 수비수는 아니지만 수비 숫자를 늘려 커버하려 했다. 공격진에도 중원 자원인 김정우를 이동국 대신 전방에 투입했다. 김정우는 상주 상무 시절 탁월한 득점력을 과시했고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을 수 있을만큼 좋은 압박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 대행은 실리적인 선택을 했다. 최근 팀 분위기와 체력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가시와 원정에서 승점 1점만 얻어도 만족스러울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대행의 작전은 가시와 넬시뉴 감독에 완벽하게 읽혔다. 넬시뉴 감독은 “경기 전 전북의 명단을 보고 3-4-3으로 나설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17일 2라운드 상대인 우라와 레즈가 전북과 같은 시스템으로 섰다. 그 경기라고 생각하고 선수들에게 집중해 나서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넬시뉴 감독은 빠른 시간안에 전북의 변화를 파악했고, 선수단에 대처법과 공략법을 알려줬다. 지난 경기에서 얻은 교훈을 그대로 실전에 적용했다.

“공수에 안정을 갖고 리바운드 되는 볼을 전북이 차지하려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소유했다. 빠른 패스로 포지션 균형을 잡았고 선수들이 자기 포지션을 잘 잡아서 성공했다. 후반에 전북에서 장신 공격수를 투입 할 것으로 예상했다. 리바운드 볼을 꼭 소유하라고 선수들에게 지시했다.”

넬시뉴 감독의 지시는 경기장 위에서 그대로 실현됐다. 가시와는 공격 상황에서 리바운드 볼을 점령해 득점 상황을 만들었고 수비 상황에서도 리바운드 볼을 먼저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전북은 이 지점에서 볼 소유권 싸움에 모두 패했다.

▲ 전문 수비수 부재...이흥실 감독대행의 작전이 실패한 이유
반면 이 대행은 가시와가 활발한 패스 플레이와 외국인 공격수들의 기술이 뛰어나다는 점을 파악하고도 그에 대한 대비책을 적절히 세우지 못했다. 전북은 중원에서 강한 압박을 펼치며 경기 초반 가시와를 몰아붙였다. 가시와는 전북의 저돌적인 움직임에 당황한 듯 했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넬시뉴 감독 역시 “전반 초반에 힘들었지만 선수들이 잘 버텼다”고 말했다.

전북은 초반 중원 싸움에서의 승리를 경기 주도권 확보로 가져가지 못했다. 수비적이었기 때문이다. 이적생 김정우는 아직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더구나 에닝요, 이승현과 공격진에서 호흡을 맞춰본 것은 처음이었다. 이동국 혹은 정성훈이라는 포스트 플레이의 부재 속에 전북 공격진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표류했다. 중원에서 볼을 확보해도 공격 전개의 유기성이 떨어졌다. 전진이 되지 않으니 상대에 볼을 내줄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수비를 해야하는 상황을 맞는다. 중원에서는 잘 버텼지만 가시와 선수들이 문전으로 달려들면 위기가 찾아왔다. 전북의 문전에 전문 센터백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북은 진경선(레프트백), 김상식(수비형 미드필더), 최철순(라이트백)을 스리백으로 내세웠다. 김상식은 전성기에 비해 체력과 스피드가 떨어졌다. 진경선과 최철순은 측면 수비 혹은 중앙 수비 커버 능력은 좋지만 대인 방어 능력이 아쉬웠다. 두 선수 모두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무엇보다 공중전에서 완패했다. 전북의 수비 위주 전술은 패착이었다. 전문 센터백이 없는 상황에 경기의 무게 중심은 전방에 두는 편이 유리할 수 있었다. 공격적으로 승부를 걸고 전북 진영으로 볼이 넘어오는 것은 최대한 피해하는 것은 어땠을까? 공격이 최선의 수비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대행은 그래서 수비적 선택이 패인이었다고 자평한 것으로 보인다.

▲ 수비력의 차이가 승패 갈랐다
반면 가시와는 수비진에 전력 누수가 없었다. 수비가 안정됐기 때문에 공격 전개 과정도 균형이 잡혀 있었다. 넬시뉴 감독은 “좋은 수비가 되지 않으면 역습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전북의 역전 작전이 실패한 이유, 그리고 가시와의 역습 작전이 성공한 이유다.

점수 차는 5-1이었고 슈팅수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가시와가 일방적으로 두들긴 경기였다. 하지만 가시와의 공격 방식은 역습 형태에 가까웠다. 전북의 볼을 탈취한 뒤 문전으로 빠르게 연결해 곧바로 슈팅을 연결하는 방식, 그리고 세트피스와 고공 공격을 이용한 방식이었다. 매우 효율적인 경기를 펼친 것이다.

J리그 팀 답게 기본적으로 중원에서 패스 플레이가 잘 이루어졌지만 전북이 저지하지 못할 만큼 화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전반 막판과 후반 막판에 집중력이 흔들리며 연이어 실점했다. 중원에서 크게 뒤쳐진 것은 아니었다. 가시와 역시 올시즌 고전 중이다.

전북이 큰 점수 차이로 무너진 것은 기본실력의 차이라기 보다는 수비력의 차이가 벌어진 상황에서 발생한 전략의 차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벌어진 심리적 열세에서 비롯됐다. 전북도 공격을 강화한 후반전에는 가시와의 골망을 흔들만한 좋은 기회를 여러차례 만들었다. 이 대행으로썬 쓸 수 있는 카드가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먼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 선제골을 따내고 기선을 제압했더라면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다 모험적인 선택이 필요했던 순간이었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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