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성훈이 ‘미안 미안해’를 부른 이유
입력 : 2012.03.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30대를 넘겼거나, 바라보는 이들이 아니라면 태진아의 명곡 미안 미안해를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성훈은 25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4라운드 경기가 벌어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잊혀진 명곡을 자꾸 되뇌었다.

정성훈은 이날 공격수가 아닌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다. 심우연처럼 중앙 수비수로 전업한 게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중앙 수비수가 모두 부상을 당했다. 조성환, 심우연, 임유환이 골절로 전열에서 이탈했고, 이강진마저 서울전을 앞두고 목 부상을 당했다. 이흥실 대행은 “대안이 없었다”라고 했다.

이 대행은 김정우와 정성훈을 두고 고민하다 결국 정성훈을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정성훈이 높이도 있고 공격수의 의중을 잘 파악할 것 같아서 정성훈을 수비로 보냈다”라고 말했다. 이 대행은 어쩔 수 없는 결단을 내리고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성훈이에게 미안하다. 잘 못해도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모든 게 내 잘못이다”라고 했다.

경기 결과는 전북의 역전패였다. 정성훈은 몇 차례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합격점을 받을만한 경기를 했다. 결승골을 터뜨린 몰리나도 “키도 크고 헤딩도 잘했다. 포지션도 잘 잡았던 것 같다”라며 “갑자기 수비로 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내가 수비수로 나왔다면 5~6골은 먹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정성훈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지만, 정작 정성훈은 만족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고 공동취재구역으로 걸어 나온 정성훈은 몇 번이나 “미안하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대상과 목적어를 바꿔가면서 “미안하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는 감독, 중앙 수비 파트너였던 김상식 그리고 모든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라고 했다. 결승골을 허용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성훈은 “감독님이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내가 더 미안하다”라며 “끝까지 집중했어야 했는데 마지막 순간에 집중력이 떨어졌다”라고 자책했다. 이어 “선수들에게도 미안하다. 그리고 같이 뛰었던 (김)상식이형에게도 미안하다”라며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정성훈은 감독에게 다시 한 번 미안함을 전했다.

전체를 보면 부분을 알 수 있고, 부분을 보면 전체를 짐작할 수 있다. 정성훈의 수비수 출전은 위기에 처한 전북의 단면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감독과 선수 모두 열심히 노력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전북의 비상상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대행은 “31일 벌어지는 대구전에도 정성훈을 수비로 세울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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