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발롱도르] 오늘만 살았던 마르세유의 예고된 추락
입력 : 2012.04.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타박상이나 찰과상보다 무서운 것은 보이지 않는 병이다. 특히 잠복기를 거쳐 갑자기 드러나는 속병이 가장 무섭다. 중요한 것은 잘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문제가 더 큰 셈이다.

지난 4일 새벽(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과의 2011/2012 UEFA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0-2로 패하며 10경기 연속 무승의 늪에 빠진 프랑스의 거함 올랭피크 마르세유도 마찬가지다. 바깥에서 보면 별다른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유니폼을 들추고, 스타킹을 내려봐도 소용없다. 청진기를 들이대고, MRI를 찍어야 비로소 중요한 결함이 보인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상승세도 있고 하락세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1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의 끝에 10경기 연속 무승이 따라오기는 힘들다.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프랑스 리그1에서 다른 팀들보다 월등한 전력을 보유했다고 평가 받는 마르세유가 이런 슬럼프를 겪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마르세유의 위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부분은 과거의 잘못된 선택에서 왔다. 마르세유 회장이었던 크리스토프 부셰는 한 마디로 이 어려운 문제의 답을 내놓았다. 그는 ’10 스포르’와의 인터뷰에서 마르세유의 현재 위기를 불러온 것이 장 클로드 다시에 회장(2009년~2011년)이라고 했다. 그는 마르세유가 “다시에 시대의 값을 치르고 있다”라고 했다.

부셰는 다시에가 마르세유의 일관성을 무너뜨렸다고 했다. 팀을 만들고 선수를 영입하는 철학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마르세유는 어린 선수들을 잘 키우면서 팀에 적합한 선수들을 영입해 왔는데, 다시에 회장은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들만을 원했다는 지적이었다. 2009/2010시즌에 리그1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길게 보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지적은 일리가 있다. 다시에가 가장 의욕적으로 영입한 두 선수의 행로를 따라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다시에는 루초 곤잘레스와 앙드레 피에르 지냑을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실력이 검증된 좋은 선수였다. 하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 루초는 올 시즌 도중에 거의 공짜로 원 소속팀으로 복귀했고, 부상의 늪에 빠진 지냑은 올 시즌 13경기에 나섰지만 한 골도 터뜨리지 못했다. 즉시 전력감을 위해 미래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거액의 이적료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부진은 팀에 연쇄작용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좋은 활약을보이면 불평이 사라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뒷말이 나온다. 자연히 조직력이 와해되고 분위기도 떨어진다. 선수들도 이를 증언한다. 니콜라 은클루는 뮌헨전이 끝난 후 “하나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라고 했다.

안타까운 것은 추락할 곳이 더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눈덩이는 구를수록 커지고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마르세유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리그에서 9위를 달리고 있는데, 챔피언스리그 예선전에 나갈 수 있는 3위와 승점차가 무려 16점이다. 8경기가 남은 시점에서 이 점수를 따라잡기 힘들다.

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없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재정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고, 선수들의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큰 악재다. 프랑스 언론들이 다음 시즌 마르세유 주축 선수들의 ‘엑소더스’를 예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는 14일 벌어지는 올랭피크 리옹과의 리그컵 결승전에서 승리해 유로파리그행 티켓을 얻는다고 해도 사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마르세유는 최근 5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었다.

마르세유는 지난 2년 전의 경로 수정 때문에 많은 일을 겪고 있다. 처음에는 별 차이를 못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차이는 절절하게 다가온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오늘만을 바라보면, 미래의 오늘은 틀어지기 마련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마르세유가 4월에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8일 파리 생제르맹과의 31라운드 경기와 앞서 언급한 리옹과의 리그컵 결승전에서 승리하면 어느 정도 자존심 회복을 할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아픔이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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