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L 돋보기] ‘승승장구’ 스페인, 유로파리그 점령 비결은?
입력 : 2012.04.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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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UEFA 챔피언스리그 동반 준결승 진출에 이어 UEFA 유로파 리그 무대에서도 스페인 축구가 준결승전을 점령했다.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틀레틱 클럽 데 빌바오 등 3개팀이 4강전에 올랐다. 유로2008과 2010 월드컵을 연이어 석권한 스페인 축구가 클럽 대항전에서도 완연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스페인 축구의 강세는 2000년대 중반 유럽 대항전을 휩쓴 프리미어리그의 강세를 연상케 한다. 당시 프리미어리그는 상업적 성공을 기반으로 우수한 선수를 확보했고, 당시 축구계의 전술 트렌드를 주도하던 강력한 중원 압박과 터프한 수비, 빠른 역습 공격 전개를 바탕으로 유럽 대항전을 지배했다. 하지만 이제 트렌드가 바뀌었다. 잉글랜드식 압박축구는 스페인식 패스 축구에 허물어졌다.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순항 중인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마찬가지로 유로파리그에서 선전한 스페인 클럽들의 강점과 덕목에는 공통점이 많다.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아틀레틱 클럽 세 팀 모두 중원에 많은 숫자의 선수를 배치해 패스 게임을 구사한다. 신체조건이나 물리적 속도보다 유기적인 조직력과 세밀한 볼 컨트롤 기술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간다.

세 팀 모두 4-2-3-1 포메이션을 중심 전술로 삼고 있다. 포백 수비 라인 앞에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배치되고 강력한 원톱을 3명의 기술력과 활동력을 갖춘 공격형 미드필더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최후방 수비와 최전방 공격의 간격이 좁고 유기성이 뛰어난 전형이다.

스페인 클럽 3팀의 8강 2차전 라인업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쿠르투아(GK) - 페레아, 미란다, 고딘, 펠리피(DF) - 티아구, 수아레스(CM) - 코케(살비오), 지에구(도밍게스), 아드리안(AM) - 팔카오(FW)
발렌시아: 지에구 아우베스(GK) - 바라간, 라미, 코스타, 마티유(DF) - 토팔, 티노 코스타(CM) - 페굴리(파블로 에르난데스), 조나스(파레호), 알바(AM) - 솔다도(FW)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 이라이소스(GK) - 이라올라(산호세, 고메스), 에키사, 아모레비에타, 아우르테네체(DF) - 하비 마르티네스, 안데르(CM) - 수사에타, 데마르코스, 무니아인(AM) - 요렌테(토케로)(FW)

스페인 클럽들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의 풀백이 수시로 전진해 3명의 2선 미드필더와 함께 패스를 주고 받으며 볼 점유율을 높인다. 중원 숫자 싸움에서 공격과 수비 상황 모두 앞선다. 전방에서 공격만 시도하는 것이 아니다.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며 상대 공격 줄기가 이어지지 못하게 전진압박을 펼친다. 전방에 많은 숫자를 배치해 상대적으로 후방이 헐겁기 때문이다.

유럽 무대에서 스페인 클럽들은 신체 조건에서 열세에 있어 힘 싸움에서는 뒤지지만 중원에서 일찌감치 승부를 걸어 이 같은 약점을 상쇄하고 있다. 경기의 중심을 자기 편 골대에서 먼 위치에 설정해둠으로써 실점 위기 상황을 최소화하며 지속적으로 상대 골문을 노린다.

강력한 원톱, 활발한 2선 공격의 숨은 힘

결정적으로 세 팀의 성공에는 마침표가 되는 원톱 공격수, 타깃형 공격수의 빼어난 역량이 뒷받침되어 있다. 아틀레틱 클럽과 발렌시아에는 현재 스페인 축구계에서 포스트 플레이에 있어서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페르난도 요렌테와 로베르토 솔다도가 활약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문전에서 결정력이 뛰어나며 센터백을 괴롭힐 수 있는 움직임, 2선과의 연계 플레이가 뛰어나다.

요렌테는 대회에서 6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경쟁에 나서고 있다. 샬케와 1차전에 2골을 넣었고, 2차전에는 득점하지 못했으나 상대 수비의 시선을 빼앗으며 2선 공격진에 공간을 만들어주는 전술적 역할을 착실히 수행했다. 16강전에서 2골을 기록한 솔다도는 8강전에서 득점하지 못했으나 도움을 올렸고, 마찬가지로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2선과 측면 공격수들의 득점 상황에 관여했다.

아틀레티코에도 막강한 원톱에 있다. 지난시즌 유로파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콜롬비아 대표 공격수 라다멜 팔카오다. 팔카오는 8강 2연전에서 모두 결정적인 골을 기록하며 아틀레티코의 준결승 진출에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최전방의 묵직한 무게감은 스페인 클럽들의 활발한 2선 플레이에 핵심이다. 이들 원톱은 탁월한 움직임으로 고립되지 않으며 2선과 풀백 요원들의 중앙 침투를 활발하게 유도하고 있다.

5월 10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리는 결승전에는 어떤 팀이 됐든 스페인 클럽이 오르게 됐다. 2006/2007시즌 세비야와 에스파뇰이 격돌했던 것에 이어 또 한번 스페인 클럽간 결승전이 열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스페인 클럽의 상승세는 최근 꾸준했던 경향이다. 지난 8년간 4차례나 유로파리그 우승컵(2004년 발렌시아, 2006년, 2007년 세비야, 2010년 아틀레티코)을 차지했다. 현재 이탈리아가 9회 우승으로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 잉글랜드, 스페인이 6회로 뒤를 잇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이 우승한다면 단독 2위에 오르게 된다.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상승세가 더해지면 유럽 리그 랭킹 1위 등극이 유력한 상황이다. 현재 UEFA계수에서 2위 스페인(82.329점)은 1위 잉글랜드(83.785점)와 점수 차가 1점에 불과하다. 지금 유럽 축구는 스페인 시대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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