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돋보기] ‘해결사’ 김형범이 밝힌 대전 연패 탈출의 비밀
입력 : 2012.04.1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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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강등제도 처음으로 시행 된 2012시즌 K리그, 순위표 최하단부에서 마침내 명품 드라마의 서막이 열렸다. 추락하던 대전시티즌이 김형범 날개를 날고 비상했다. 팀 창단 이후 최다 연패 기록이라는 불명예스런 신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극적으로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대전의 상주 원정을 관통하는 코드는 부활이다. ‘프리킥의 달인’으로 주가를 올리며 전북 현대 모터스를 상징하던 선수 김형범(28)은 잦은 부상으로 팀내 입지를 잃었다. 대전 임대로 부활을 도모했지만 전훈지에서 당한 부상이 또 한번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김형범은 대전의 선택을 실망으로 만들지 않았다. 김형범의 부활이 대전의 부활로 이어졌다.

▲ 대전과 김형범을 구원한 간절함
“너무나 간절했어요. 간절함이라는 것이 많은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김형범은 ‘스포탈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정신력의 중요성을 말했다. 대전에게는 승리가, 김형범에게는 기회가 간절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둘이다. 그 둘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냈다. 대전은 개막 이후 6전 전패, 김형범은 지난 3년 간 한 경기에서 70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경기장를 누비는 선수들의 경기력은 컴퓨터 게임처럼 수치화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정신적인 부분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전과 김형범은 바닥을 치고 솟아올랐다.

대전은 11일 상주 상무 불사조와 2012시즌 7라운드 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전반 10분과 전반 42분 김형범의 크로스가 모두 골로 귀결되며 기선을 제압했다. 추격골을 허용했지만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점 3점을 확보했다. 승리에 대한 기쁨은 어느 때 보다 컸다. 상주전 승리가 대전을 춤추게 하고 있다. 선수단의 사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 간절하게 바란 끝에 얻은 승리는 대전 선수단에 자양분이 되고 있다.

“6연패 뒤라서 그런지 더욱 값지더라고요. (팀에) 큰 힘이 되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첫 승을 하게 된 계기에 제가 힘이 되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워낙 분위기가 안 좋다가 좋아지니 기분도 그렇고 다른 부분도 일반적인 승리 때보다 배로 올라서는 것 같아요.” 김형범의 말이다. 진지하게 말을 이어가던 김형범은 “첫 골을 넣은 김창훈 선수가 사실은 헤딩을 못하는 선수인데... 운도 따랐죠. 여러 가지로 간절했던 것이 주효했나보다”라며 웃었다. 대전은 이제 웃음을 되찾았다.

▲ 부실했던 2선 공격, 김형범 효과에 큰 기대
대전이 6연패를 당하는 와중에 문제가 된 것은 수비보다 공격이다. 수비진 역시 많은 골을 내줬지만 6경기에서 1득점에 그친 빈공이 더 치명적이었다. 수비진에서 잘 지키다가도 공격 전개가 답답하다보니 팀이 탄력을 받지 못했다. 분수령이 되는 시점에 실점을 하고나서 집중력이 흔들렸다. 대량 실점의 원인은 수비력보다는 전방에서의 힘이 떨어진 것이 큰 요인이었다.

대전 공격의 문제는 2선이었다. 케빈과 남궁도라는 묵직한 스트라이커가 원톱으로 나서지만 이 선수들에게 원활하게 볼을 배급해주고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다. 김형범의 영입은 2선 공격 강화를 위한 퍼즐조각이었다. 불의의 부상으로 김형범을 기용할 수 없었던 것도 초반 부진의 원인이었다. 김형범의 컨디션이 살아나면서 대전의 공격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석패한 부산전에 골대 강타를 끌어냈던 김형범은 상주전 2도움으로 자신의 전술적 가치를 분명히 보여줬다. 경기 전 세트피스로 승부를 걸겠다던 유 감독의 작전이 주효했다.

“경기 준비 훈련 때도 그렇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20~30분 가량 세트 피스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어요. 개인적으로 세트 피스 훈련은 거의 10년 넘게 전담 키커로 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있습니다.”

날카로운 크로스 연결과 직접 프리킥 슈팅 연결 뿐 아니라 경기 도중 과감한 중거리 슈팅 시도는 짧은 순간 개인 능력으로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 기술이다. 한국의 데이비드 베컴, '형컴'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김형범은 그런 기술을 갖춘 선수다. 물론 세트피스 기회가 찾아오기 만을 기다려선 안된다. 중원 플레이 자체가 살아나지 않으면 탄력을 이어갈 수 없다. 데드볼 상황은 경기 중 그리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데드볼 상황을 자주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도 2선 공격 강화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김형범은 2선 공격 전체를 끌어올리고 싶다는 계획과 그에 대한 자신감을 밝혔다.

“필드 플레이 상황에서 득점력이 떨어져요. 세트 피스 상황 외에도 중거리 슈팅이라든지 개인적으로 장점을 삼는 부분들이 있어요. 꼭 제가 해결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감독님께서) 그런 기대를 저에게 많이 하세요. 훈련이 끝나고 나면 개인적으로 프리킥 연습을 계속하고 있고 슈팅 연습도 더 하고 있어요. 아직 제 마음에 100% 들 정도는 아닙니다. 계속 훈련을 하고 시간이 지나 몸 상태가 정상에 오르면 기대를 하셔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 결실 맺은 유상철 감독의 ‘맏형 리더십’
6연패로 이어지던 부진 속에 경험이 적은 선수들로 구성된 대전은 자칫 헤어나올 수 없는 심리적 늪에 빠질 수 있었다. 전훈지에서 다시 부상을 당한 김형범의 상황도 그랬다. 하지만 아직도 현역 선수 시절의 모습이 더 익숙한 ‘젊은 감독’ 유상철의 ‘맏형 리더십’이 대전 선수단의 심리적 버팀목이 됐다.

김형범은 “선수들의 마음,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를 잘 아세요. 6연패에 빠진 뒤에도 어떤 압박감이나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는 언행을 안하셨어요. 6연패를 당했지만 1승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끌고 가시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을 많이 배려하세요. 저 개인적으로도 운동을 할 때도 그랬고 감독님께서 부상 재발 때문에 조금씩 경기 시간을 늘려주시며 배려해주셨어요. 심리적인 부담을 떨쳐낼 수 있는 계기가 됐죠”라며 감독 유상철의 모습을 생생히 전했다.

유 감독과 국가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천 공격수 설기현 역시 “대전 선수들에게 들었는데 굉장히 치밀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경기 분석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선수로 상철이 형과 같이 뛰었을 때 느낀 좋은 부분들이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잘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주위의 평가를 들어봐도 그렇고, 아무래도 이런 부분은 선수를 통해 듣는 것이 정확하다. 앞으로 더 잘 될 것”이라며 연패 행진에도 유 감독의 가능성에 크다고 말해왔다.

▲ 대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특별한 도전
김형범은 대전 선수단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그는 “아무래도 후배 선수들이 많아서 나를 좀 불편해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선수들도 잘 따라줘서 나이 차이에도 잘 지내고 있다. 그런 것들이 경기장에서 나오고 있는 부분”이라며 단합해서 1승을 거뒀고, 그 1승이 선수단을 더욱 단합하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위 팀 전북에서 선수 생활을 해온 김형범에게 대전의 분위기는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그는 대전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도전이라고 말하고 있다. “팀이 어려운 시기에 헤쳐나가는 법을 익히는 것이 제 선수 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경험이죠.” 대전 지휘봉을 잡은 유 감독 역시 “대전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성과는 더 빛날 것이고 보람도 클 것이다. 나중에 우리가 한방 날리는 날이 올 것이다”라며 김형범과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대전의 다음 상대는 성남 일화 천마다. K리그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진 강호다. 아시아 챔피언 출신이자 지난 시즌 FA컵 우승팀이다. 하지만 올시즌 초반 성남 역시 고전 중이다. 김형범은 “홈 경기이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하겠다. 전체적으로 승점 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2연승만 해도 11위나 12위까지 갈 수 있다. 성남도 힘들고 우리도 힘든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붙는다면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으로 더 무장이 잘된 팀이 승리에 가깝다. 정신적이면이나 경기력 모두 뒤지지 않게 잘 준비할 것”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상주 원정에서 빛난 김형범 효과가 대전의 2연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대전과 성남의 2012시즌 8라운드 경기는 14일 오후 3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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