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청의 발롱도르] 칼레의 기적 그 너머를 바라보는 크비이
입력 : 2012.04.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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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도버 해협 근처에 있는 프랑스 북부의 작은 도시 칼레는 두 가지로 유명하다. 1374년 영국과의 백년 전쟁에서 영국군에게 함락당했지만, 6인의 시민들이 영국왕 에드워드 3세를 감복시켜 다른 이들을 구한 ‘칼레의 시민’이 첫 번째이고, 1999/2000시즌 프랑스컵에서 4부리그(CFA)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결승에 오른 칼레 RUFC가 다른 하나다. 당시 칼레는 결승전에서 낭트에게 패했지만, 많은 이들은 ‘칼레의 기적’을 기억하고 있다.

12년이 지난, 2012년 4월에 다른 팀이 칼레의 기적에 다가왔다. 다름 아닌 3부 리그(NAT) 소속의 US크비이다. 크비이는 한국 시간으로 12일 새벽에 벌어진 스타드 렌(1부)과의 프랑스컵 준결승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크비이는 전반 8분만에 쥘리앙 페레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17분과 추가시간에 에로아와 롭이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드라마 같은 승리를 일궜다. 스타드 미셸 도르나노에 들어찬 2만 2천 관중은 역사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대진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크비이는 16강전에서 3부리그 소속의 오를레앙를 꺾었고, 8강에서는 프랑스의 거함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를 3-2로 꺾었다. 그리고 4강전에서는 앞서 언급한대로 2011/2012시즌 리그1 6위를 달리고 있는 렌에 역전승을 거뒀다. 오트-노르망디 지방의 작은 도시를 연고로 한 크비이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2009/2010시즌 프랑스컵 4강(파리 생제르맹에 0-1 패)에 오른 것이 우연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셈이다.

크비이는 오는 28일 벌어지는 결승전에서 올랭피크 리옹과 경기를 치르게 된다. 크비이의 결승진출은 3부리그 팀으로는 역대 3번째다. 1995/1996시즌 님 올랭피크가 처음으로 고지에 올랐고, 2000/2001시즌에는 아메앵 SC가 결승에 진출했다. 4부 리그 팀인 칼레는 1999/2000시즌 결승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3부리그 팀들은 단 한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리그2 소속의 르 아브르(1958/1959)와 EA갱강(2008/2009)만이 리그1의 아성을 넘었을 뿐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리옹이 완벽하게 앞선다. 리그1 4위를 달리고 있고, 2000년대 초반 리그1 7연패를 일궜던 리옹과 110년 클럽 역사상 리그2에 두 시즌 동안 잔류한 것이 전부인 크비이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크비이는 스타드 드 프랑스의 7만5천 관중의 함성도 들어본 적이 없다. 경험과 실력 그리고 체력적인 측면에서도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오직 투지만이 리옹보다 나을 뿐이다.

공은 둥글다. 크비이는 이미 마르세유와 렌을 꺾었다. 리옹과의 경기에서 100% 패배한다고 볼 수는 없는 셈이다. 크비이는 1926/1927시즌에 이미 한 차례 프랑스컵 결승전을 치렀었다. 당시에는 패했지만, 86년이 지난 2012년에는 결과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크비이는 칼레의 기적을 넘어설 수도 있다. 물론 패해도 가치는 분명히 있다. 스포츠에는 승자만 기억된다고 하지만, 크비이는 패하더라도 ‘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받아들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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